일본의 운동권 후일담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이다. 한때 운동권 과격파였던 아버지. 그러나 현재는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국가가 행사하는 모든 권력과 폭력에 대항한다. 세금도 내겠다고 하지 않고 아들에게 학교도 가지 말라고 하고 미 제국주의가 싫어 콜라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당연히 일은 하지 않는다. 그는 자본주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버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열두살 자기보다 더 어리게 느껴지는 아들 지로.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이 소설은 유쾌하다. 철없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더 철없이 보이니까. 그들은 도쿄를 떠나 남쪽 섬으로 이주하지만 이곳에서 다시 더 남쪽으로 떠나 살게 될 것 같으다. 왜냐하면 이주한 섬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바람에 아버지가 다시 한 번 국가와 자본가와 싸우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지로. 이 소설은 운동권 후일담이면서도 성장소설이다. 속물적인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어른이 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혁명하고 싶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그것 참 행복한 삶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