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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2025년11월19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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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일본문학
📍 2025년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신형철 평론가, 은유 작가 추천
문장을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가는 문장을 만나면 그 기쁨을 숨길 수가 없다. 예쁜 메모지에 손글씨를 쓰고 책상에 붙이고 노트에도 옮겨 적는다. 그렇게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늘 새로운 문장을 찾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것이 괴테의 문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 괴테(44쪽)
이야기는 괴테 전문가 도이치 교수가 우연히 티백에 적힌 괴테 명언을 발견하고, 그 출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그는 오래된 서적과 참고문헌을 뒤지며, 가족과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일상이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연결되고,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따뜻함을 전한다
소설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명제를 중심으로, 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가?', '말이란 본래 불완전한 도구가 아닐까?', 그리고 설령 어떤 말이 이미 세상에 존재한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남는다.
읽는 내내 '이 책은 문장을 아끼는 사람이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라는 이름은 출발점일 뿐이고, 이야기는 결국 말과 그것을 좇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물들과 문장을 따라가게 된다. 처음에는 나도 괴테의 말인지 궁금했지만, 어느 순간 그 말이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문장을 단순히 좋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그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때, 문장이 내 안에 머문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거대한 사건이 숨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담겨 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문장들이 남기는 여운이 오래간다. 고전이나 인문학에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문장 하나에 마음이 움직인 적이 있다면, 도이치의 여정에 함께 하길 바란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문장은 무엇이었는가?"
🌳 어쨌거나 도이치에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라는 말은 청춘 시절 유희의 상징 같은, 말하자면 마법의 주문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주문에 지나치게 기대면 그 효능이 점차 떨어지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26쪽)
🌳 "결국 우린 과거의 시대를 남겨진 조각으로 상상하는 수밖에 없어. 고전학자가 착각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다만 우리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획득함과 동시에 고대인의 시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 돼."(147쪽)
🌳 사람은 자신의 사상 전체가 아니라 파편으로 이해되지. 실언 하나로 커리어가 박살 나는 정치가나 연예인은 그 나쁜 예지만,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어.(168쪽)
🌳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 괴테(193쪽)
🌳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