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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평점 :
#2026년3월5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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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저자 김재철(전 MBC 사장)이 파리 북역에서 만나 영국 바쓰와 카디프까지 함께 여행하며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이 여정은 베토벤을 향한 순례였고, 음악을 매개로 삶과 침묵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사유의 시간이었다. 도시의 풍경과 역사 속에서 두 사람은 예술과 인간, 그리고 연주자의 책임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은 베토벤의 음악을 향한 백건우의 오랜 사유를 중심에 둔다.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던 베토벤의 삶과, 그 침묵을 해석해야 하는 연주자의 태도를 함께 비춘다. 연주는 악보를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독과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임을 보여준다. 특히 음악을 대하는 시선에서, 연주는 연주자의 철학을 담은 해석이자 작곡가와 나누는 대화라는 점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내가 가장 깊게 머물렀던 곳은 바쓰였다. 베토벤의 첫사랑과 평생 가슴에 품었던 여인, 끝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불멸의 연인까지 그의 사랑을 따라가며 음악의 깊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갈망이 오히려 음악 속에서 더 뜨겁고 단단한 울림으로 피어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들었다. 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프란시스코 고야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제인 오스틴의 문학관으로까지 확장된다. 예술은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그 고통이 사람을 파괴하지 않도록 저마다의 언어로 살아갈 이유를 건넨다는 보편적인 진실을 보여준다.
여정의 종착지인 카디프에서는 오래된 성당과 바다를 배경으로 예술가 백건우의 사적인 고백이 흐른다. 무대 위 거장의 모습이 아닌, 섬마을 연주회를 열던 순수한 열정과 평생의 반려자였던 배우 윤정희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겹쳐지며 한 인간의 진솔한 삶이 오롯이 느껴진다. 4박 5일이라는 물리적 시간은 짧았을지 모르나, 그 속에 응축된 음악과 사랑, 사유의 울림은 우리의 마음속에 긴 잔상을 남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백건우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 순간, 책이 마침표를 찍은 자리에서 우리만의 새로운 여정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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