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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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아름다운, 눈부신 작품을 만나면 말을 덧붙일 수 없게 된다. 누가 될까봐. 실례일까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니까. 어떤 말도 작품 자체보다는 아름다을 수 없기에. 그래도 조심스럽게 평을 쓴다면 이렇게 말해야겠다. 아름답고 슬프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슬픈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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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21-07-05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클리셰를 탈피하는 작품을 찾아다녔고 설사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참신한 시도를 한 책들을 좋아했다. 요즘은 ‘충격적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따위의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 개연성과 핍진성을 무시하는 모든 작품들이 싫어졌다. 클리셰는 클리셰라서 갖는 의미가 있다. 클리셰는 결국 모두가 원하는 안전하고 그럴듯한 결말이라는 근거가 있는 것들에 붙여진 이름이다.

혼자가 된 흰바위코뿔소와 고아인 아기 펭귄의 동행이라는 줄거리만으로도 이 책은 상상한 것과 유사하게 흘러가지만 익숙하지만 영원히 아름다울 글의 구조 속에는 뻔함이 아니라 편안함을 느낀다. 존재로서의 삶의 지난함을 투영하고 인간으로서 잔인함을 돌이킨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지점이나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간다 하여 그 곳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터. 예상대로 진행되지만 상상한 것보다 슬프고 아름답다.
 
나쁜 과학자들 - 생명 윤리가 사라진 인체 실험의 역사
비키 오랜스키 위튼스타인 지음, 안희정 옮김 / 다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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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백신 기피의 근거와 인류의 끔찍한 생체실험 역사를 찾다 읽게 된 책. 다양한 사례를 담았고 출처를 정확히 명시한 점은 학술서로서의 장점을 지니나 기승전결의 구분이 약하고 특히 종반부에 이르러 책의 결말 부분이 이렇다 할 명시 없이 흐지부지 끝나서 약간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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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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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지적하는 문제점이 다르지만 공통된 전망을 한다는 점, 당연한 말이지만 각자의 주전공과 출신에 따라 대답이 갈린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마찬가지로 같은 이유로 장하준 교수의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의적절한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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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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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를 소재로 한 에세이 느낌. 저자를 좋아한다면 위로와 격려가 될 것 같지만 학술적 해석이나 작품의 평론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 같다. 심지어 헤르만 헤세는 국내 번역된 작품도 헤세 관련 책도 많은지라 특별한 차별점이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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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21-07-0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쯤되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내가) 오해한 것 같다. 좋게 말해서 저자에게 엄청난 자유를 주는 것 같고 나쁘게 말하면 편집부의 역할이 결여된 것 같다. (선정 작가가 아닌)저자에 따라 완성도와 방향성이 제멋대로라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마늠 취합이 잘 안 된다. 몇몇 책은 취재비용과 섭외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 열심히 쓴 티가 절로 나지만 몇몇 책은 이미 알고 있는 걸 답습하는 정도에 그치거나 자신의 감상을 늘어놓는 감상문에 가까워서 매우 실망스럽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드문드문 읽어가는 중인데 이제는 시리즈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떨어진터라 몇 권이나 더 보게 될지 모르겠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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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제의 성격상 결론이나 일종의 해결법이 약한 점은 아쉽지만 고통에 대한 단계적이며 체계적인 분석이 인상적이다. 모든 고통이 다 같은 고통일 수 없다는 사실과 같은 고통이 같은 해법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고통은 근본적으로 동행할 수 없다는 인정과 고통과 피해를 가르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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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21-06-21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해자를 고통에 찬 사람으로만 재현하는 것은, 그가 피해자로서 말해야만 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존재로만 보이게 한다. 이것은 그에게서 말도, 삶도 모두 박탈하는 폭력이다. 피해자는 고통받는 사람이기에 오로지 고통스러운 모습만 보여야 한다. 그에게는 고통 이외의 다른 일상이 없다. 아니, 고통 때문에 돌아갈 일상이 없는 존재이기에 그는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나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밥도 맛있게 먹어서는 안 된다. 그는 누군가와 데이트를 해서도 안 되고 여행을 가서도 안 된다. 고통 이외에 다른 것을 말해서도 안 된다. 고통을 받는 그는 화려한 옷을 입어서도 안 된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에게는 일상이라는 삶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에게 허용되는 것은 오로지 ‘죽음‘이다. 세상이 붕괴된 죽은 자로서만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지켜야 하는 ‘일관성‘이다.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피해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피해로 인해 일상이 파괴된 사람이고 그 일상의 파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다. 그런 데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그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의 반증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은 고통을 당한 사람‘답게‘라는 가면이 벗기지는 순간 순식간에 그에 대한 조롱과 공격으로 전환된다.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팔 때는 ‘공감‘이나 ‘연민‘, ‘연대‘ 나˝인류애‘ 같은 말로 포장하기도 쉬웠다. 상업적으로 포장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 동의하지 않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쉬웠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고통을 사회에 알리고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면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 타인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자신에 대한 윤리적 면피를 할 수 있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고통을 겪는 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신이 고통에 차서 절규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던 사람들이 이런 시장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이야기했을 때 주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그 자신의 고통을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선 이러한 주목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야기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끌 있는 포맷이 만들어졌고 그 공식에 따라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복제되듯 생산되었다. 고통을 겪는 자 신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맞춰진 틀에 따라 이야기를 했을 때 훨씬 효과적이었다.

고통을 파는 이야기의 포맷은 피해자의 피해자됨과 비참함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포르노처럼 보여줬다. 이런 이야기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경쟁이 격화되었고, 고통의 표현 강도도 더욱 높아져만 갔다. 고통을 파는 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고통의 맥락이나 이유. 결과가 아니라 고통의 강도가 되었다. 더 강하게 몸부림쳐야 했고, 더 처절하게 울부짖어야 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모든 것을 다 드러내야 했다. 그래야 피해자였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부를 다 까발려서 보여줘야 했다. 그걸 ‘용기‘라고 부추겼다. 피해자에게 보호되어야 할 인격, 감추어져야만 보호될 수 있는 존엄은 없었다. 그것까지 드러내야지만 피해자‘로 인정되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존엄을 파괴할수록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포르노처럼 자기를 드러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정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끌 수 없었다.


책 내용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