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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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아름다운, 눈부신 작품을 만나면 말을 덧붙일 수 없게 된다. 누가 될까봐. 실례일까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니까. 어떤 말도 작품 자체보다는 아름다을 수 없기에. 그래도 조심스럽게 평을 쓴다면 이렇게 말해야겠다. 아름답고 슬프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슬픈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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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2021-07-05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클리셰를 탈피하는 작품을 찾아다녔고 설사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참신한 시도를 한 책들을 좋아했다. 요즘은 ‘충격적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따위의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 개연성과 핍진성을 무시하는 모든 작품들이 싫어졌다. 클리셰는 클리셰라서 갖는 의미가 있다. 클리셰는 결국 모두가 원하는 안전하고 그럴듯한 결말이라는 근거가 있는 것들에 붙여진 이름이다.

혼자가 된 흰바위코뿔소와 고아인 아기 펭귄의 동행이라는 줄거리만으로도 이 책은 상상한 것과 유사하게 흘러가지만 익숙하지만 영원히 아름다울 글의 구조 속에는 뻔함이 아니라 편안함을 느낀다. 존재로서의 삶의 지난함을 투영하고 인간으로서 잔인함을 돌이킨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지점이나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간다 하여 그 곳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터. 예상대로 진행되지만 상상한 것보다 슬프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