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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2019년 독일과 한국의 축구 경기는 내 인생 최고의 경기이다. 한국이 그냥 강팀도 아닌, 세계 1위의 독일을 2:0으로 이긴 경기로, 🇰🇷🇩🇪19년, 🇰🇷🇩🇪🇰🇷🇩🇪년과 같은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앞으로 80년은 고통받을 독일이라고 신나게 놀렸던 밤이었다. 하지만 신나게 놀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놀려도 될까?
재테크의 신으로 불리던 동기가 투자를 잘못하여 손해를 보았다 하였을 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조언하고 다니더니 지나 잘하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인성파탄자 같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삼킨 생각이지만.
이런 감정들에 대한 소개가 바로 이 책이었다.
샤덴프로이데 :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 선한 사람이라고해서 예외는 없음. 유의어 쌤통.
띠지에 쓰여있는 소개글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선한 사람이라고해서 예외는 없음이라는 말이 어쩐지 안심도 되고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8장에 거쳐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샤덴프로이데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에 대해 정리해준다. 이런 감정이 현대에 갑자기 생긴 감정이 아니고 예전부터 느꼈던 감정들이라는 것과 이 감정이 그래서 현대에 와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역으로 우리가 이러한 감정의 본질을 꿰뚫고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알려준다.
생각해보니 ‘샤덴프로이데’라는 용어만 몰랐지,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은밀한 이야기들이 사실은 모두 샤덴프로이데를 기반으로 한 내용들이었다. “헐, 대박이네.”로 맞장구 치고 타인의 고통을 나누면서 묘하게 위안받던 뒷담화들. 나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듣고 웃은 적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뒷담화가 더욱 은밀하고 재미있었던 건 바로 이런 본성에 의한 것이었다니. 분명 흠이지만 위안 받을 수 있고, 나만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는 감정. 분명 나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도 나를 통해 위안받고 있으리. 나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돌고 도는 감정이고 본성이다 라고 생각하니 뒷담화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 자신의 고민은 우스워 보일 만큼 터무니없이 끔찍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고의 명약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자극적인 영상에 열광하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나의 실패나 우울한 감정을 털어놓고 위안받기 보다는 자극적이고 불행해보이는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 소비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로하고 보호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자극적인 영상과 가짜뉴스, 조롱거리들이 넘쳐나는 것은 현대인들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연예 뉴스만큼 이 ‘샤덴프로이데’를 이용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망가지고 몰락하는 것을 양심의 가책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준다.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다쳤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들은 숨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실패를 고소하게 여기고 조롱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연예 뉴스에서 댓글란을 없애고 연관 검색어를 차단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과연 우리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을까?
샤덴프로이데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감정이 왜 생기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한다면 보다 깊은 나의 본성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