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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 - 메이저리그에서 194년 저주를 깨트린
신호종 지음 / 넥서스BIZ / 2017년 5월
평점 :
'야구에는 통계, 수학이 숨어 있다.' 이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남편이 야구를 좋아해서 종종 곁에서 보곤 하는데 감독이 타자를 내보낼때 투수와의 전적 등을 생각하며 내보낸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전광판에 비치는 수많은 숫자들을 통해 수많은 전략이 나온다는 것도 생소했다. 겉으로 볼 땐 모든 선수들의 역량은 비슷해보인다. 그런데 선수들의 역량은 모두 제각기 다르다. 그 차이가 크지 않을뿐. 우리 같은 평범한 관람객들의 눈에는 특출난 고성과자들 이외에 다수의 선수들은 다 비슷해보인다. 그런데 야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5% 정도의 뛰어난 사람들 빼고는 다 비슷해보인다. 다수는 역량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량이 뛰어난 소수의 고성과자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그것을 분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테오 엡스타인은 <포춘>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100년 넘는 염소의 저주를 깨트린 장본인이다. 그는 2016년 시카고 컵스가 월드 시리즈 정상에 오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인정받고 있다. 엡스타인이 사장으로 부임 이후 팀 전력이 극대화됐기 때문. 저자 말대로 야구 경기는 인종차별 같은 것 없이 철저히 실력만으로 승부하고 역량으로 대우받는 스포츠다. 그러기에 역량 좋은 고성과자들의 특징을 연구하기 좋은 분야이다. 엡스타인의 경우 선수출신이 아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 194년의 저주를 깼다. 고성과자인 그의 비법이 뭐지 연구하는 것은 역량 연구에 좋은 재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염소의 저주를 푸는데 쓴 그의 해결책이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선수들의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새로운 처방을 했다. 오랜기간 실패를 하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월드시리즈 우승경험을 가진 경력선수들을 투입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엇이든 직접 성공해보는 경험이 제일 좋지만, 오랜 패배로 나약해져있다면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것은 기존 선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보면 열심히 뛸 환경은 안 만들어주면서 개인의 노력만 강요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왜 계속 실패할까' 생각해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좋은 팁 같았다.
또 테오 엡스타인은 아무리 특출난 선수라도 팀 화합을 깬다면 과감히 방출시켰다고 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에는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목표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잡았다면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그에 맞게 바꾸는게 중요하다. 이때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을 어디에서 끌어올 것인지, 무엇으로 목표를 이룰 것인지 정하는 것은 순전히 결정권자의 안목에 달려있다. 고성과자들은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상황변화에 민감하다. 그리고 변화에 잘 적응한다. 눈치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고 필요한 것의 순위를 조정할 줄 아는 것. 너무 부러운 능력이라고 생각됐다.
알파고가 커제를 이기고 바둑계에서 은퇴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세상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140살까지 살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인간은 전례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인간의 경쟁자는 이제 인간만이 아니게 됐다. 인간이 만든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 여러 지위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만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적응은 역량연구의 다양한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성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보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리더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