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의 긍정 경제학 -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한다
자크 아탈리 외 지음, 권지현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2016년은 경제의 이기주의적인 면이 도드라진 한 해였다. 부를 가진 이들 중 일부는 그 부를 얼마나 편법적으로 형성했는지 만천하에 공개돼 굴욕을 겪었다. 정경유착. 그 뿌리가 깊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대를 이어 내려올 지는 몰랐다.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겉으로 보이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더 크게 충격받았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찬 바람이 불고 미일중 사이에 끼인 한국의 미래는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세대갈등을 통해 현재 남아있는 한국민들이 도대체 무슨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다. ‘긍정경제는 경제를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한다. 우리는 소비사회에서 정말 단기적 안목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주택시장을 보자. 정상적인 구조라면 돈을 모아 집을 사야 한다. 적어도 대출비율이 집값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1억이상 대출받은 사람이 대출자의 절반을 넘는단다. 소비사회에선 소비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장기적으로 돈을 모으지 못해도 당장 남들만큼 소비를 하지 못하면 뒤떨어지는 줄 알고 무리해서 소비한다. 미래의 돈을 끌어다 현재 만족에 쓰는 것. 이것이 바로 대표적 단견의 사례이다. 저성장의 시대에 수명은 늘어났는데 퇴직 나이는 빨라졌다. 언제 백수가 될지 모르는 일이라 대출금을 못 갚을 가능성도 크다. 물론 사회구조가 잘못됐다고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구조 탓만 하고 폭탄을 떠안고 살기엔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 긍정경제를 꿈꾸고 구체적으로 제도화해 실현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자식들은 적어도 구조탓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속에 살 수 있다.

 

최순실 사태를 보며 부자가 더 부자되기가 얼마나 쉬울 수 있는지 본 것 같다. 돈 되는 정보를 재빨리 알면 복권보다 훨씬 확률이 높은 잭팟이 터지는 것.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공정할 것이라 여겨 국민들이 대의민주제에 나라를 맡기는 것인데 감시견 없이는 얼마나 이 제도가 허울 뿐인지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게 됐다. 공정한 기회와 보상, 환경보호 등 사회적·환경적 목표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닌 가치로 인식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긍정경제에서 제시하는 제안사항들은 꼭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조세천국 퇴출노력 강화나 불법금융거래 세금추징 강화, 전자행정과 열린정부의 발전 도모 등이 열거돼 있는데 구체적 실현을 위해선 법과 제도의 정비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가끔 음료를 마시거나 물건을 살 때 구매액의 일부가 기부된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보니 이런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이미 긍정경제에 한 발 내딛은 긍정기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경우 특히 출산율이 낮아서 미래에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미 태어나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미래세대를 위한 이타적 행동을 빨리 시작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불균형은 절대 행복을 이끌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정기회를 보장하고 일한만큼 보상해주는 일,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게 환경을 깨끗하게 물려주는 일 등 약자를 위한 배려는 빨리 시작돼야 한다. 이런 긍정경제 프레임이 공론화되고 제도적으로도 못박아 지기를 바란다. 사회가 경제를 위해 존재하지 말고 경제가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화두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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