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흠칫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적이 많다. 꽤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대화 속에 욕을 섞어하는 것을 듣기 때문.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은어와 더불어 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저속어들을 많이 섞어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안 그런 아이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저속어를 남발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된다. 이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언어순화가 좀 될까 더 나이가 들면 언어사용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될까 이런 생각마저 든다.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은 차치하고, 성인들의 언어생활은 좀 나은가. 어른들의 말은 그 사람의 여러 가지를 말해주는 거울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쓰는 단어부터 표현까지, 어쩌면 쓰는 말을 통해 직업, 성품, 가치관 등 다양한 것들을 반추해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어에 대해선 많이 관대한 편이다. <박근혜의 말>이란 책이 나온 것은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너무 관대하게 넘기고 정치인 박근혜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에 집중해 박근혜라는 사람을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의 언어가 어떤 토양에서 지어졌고 무엇이 그 언어 사이에 구조물로 들어가있는지 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는 말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했었다. 물론 말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답이 내포돼있긴 하지만, 그 이상의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어가 어떤 토양에서 형성됐는지 추적해보는 과정을 보니 언어란 것은 정말 그 사람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TV 드라마 보기와 인터넷 검색을 즐긴다고 한다. 이것들은 쿨미디어로 단편적인 정보가 많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이다. 반면 신문과 라디오 같은 것들은 핫미디어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논리적이다. 성장과정에서 어떤 미디어를 접했느냐에 따라 언어사용의 방향이나 질도 정해진다. 평상시 박근혜 대통령 말에서의 감성적 단어, 비논리적 전개 등이 쿨미디어를 자주 이용하는 것에서 연유한 것이란 저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저자는 근혜체를 6가지로 분석했는데 인간의 말을 뜯어서 분석해보면 그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청소년들의 언어습관에 대해 더욱 걱정이 안 될 수가 없게 됐다. 어린시절 형성된 언어습관은 어른이 돼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은어와 저속어 중심의 언어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은 대체 어디에서 그런 언어들을 접하게 됐다는 것인가. 인터넷의 영향일까? 아님 어른들의 영향일까? 내 주변에서 유독 그런 아이들을 많이 봤는지는 모르나, 젊은 세대가 많이 접하는 TV나 인터넷에서 더 이상 배려없는 태도나 저속한 언어 사용은 지양하고 매너있는 태도, 아름다운 언어를 쓰는 풍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언어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거나 관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쓰는 말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기에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금 있으면 조기 대선을 치를텐데 후보들의 말에 더 귀기울여야할 이유를 찾게 됐다. 이번엔 정치인들의 을 통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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