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 - 사랑, 관계, 불안, 벗어날 수 없는 나와 가족의 심리 연대기
산드라 콘라트 지음, 박규호 옮김 / 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 가족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우리 가족에게는 상처 하나가 있다. 내가 대학교에 갓 입학해 공부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큰 수술을 여러번 받으신 것. 고등학교 이후로 계속 기숙사에 살아서 집을 떠나 살아왔던 나는 병원에서 수술하신 어머니를 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하나뿐인 남동생은 어머니가 쓰러지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그 충격이 꽤나 컸는지 남동생은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집에서 힘든 일을 거들던 동생과 달리 나는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트라우마가 적다. 그때 난 느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환경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이다.

 

가족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도 많지만 서로를 죽이는 비극적인 가족도 많다.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혈연으로 묶여있고 암묵적으로 충성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보살핌을 줘야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충성해야 한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싫다고 가족을 남몰라하며 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큰 영향을 주는 존재다. 자식이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데 그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부터 자녀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을 수도 있고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딸 수도 있다.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이름을 부르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 자녀의 가족 내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또 부모는 자녀에게 첫 번째 선생님이 된다. 잘못된 가치관이라도 그게 맞다고 가르치면 자녀는 그게 맞는 줄 알고 살게 된다. 그러나 좋은 선생님이건 나쁜 선생님이건 자녀에게 선택권한은 없다. 성인이 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 나쁜 습관도 그대로 물려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 세대에서 현재 세대로 이어오는 가족 구성원들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현재 가족 내 갈등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가정이건 갈등이 없는 가정은 없다. 가정 내 역할도 저마다 다르고 더 친한 사람, 안 친한 사람도 존재한다. 완벽한 가정은 없는데 신기한 것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갈등을 내 부모가 조부모와의 사이에서 똑같이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윗세대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으면 이 고리가 그대로 내 자식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형이 아파 동생의 어깨가 무거워져 불만을 품을 수도 있고 부모, 자식간 관계가 뒤바뀐 경우도 있다. 이런 갈등의 문제가 나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가정 내 갈등의 짐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의 단서를 과거에서 찾게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길을 오롯이 가며 가족의 짐을 내려놓는 것.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교훈이다. 가족이라고 무조건적인 충성심이나 의무를 가질 필요는 없다. 좋은 유산은 받아들이되 나쁜 것들은 나를 시작으로 끊어버리자. 맘에 안 든다고 가족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부정적으로 인식됐던 문제들도 비난만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다만 그 부정적인 것들을 본받지 않도록 다짐할 필요는 있다. 너무 가족의 이력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가정 내에서 내 역할은 잘 수행하며 나를 시작으로는 좋은 유산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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