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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않고 떠나기 - 직장인이 즐기는 현실적인 세계여행
김희영 지음 / 어문학사 / 2014년 4월
평점 :
[버리지 않고 떠나기] 여행은 무엇을 남기는가
박주일 시인의 ‘마디라는 것은’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서는 인생의 흔적마다 마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인의 마디가 집이라면 자신에게 마디는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나의 마디는 무엇일까. 인생을 살다보면 무언가 남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데 나에게는 그게 무엇이 될까.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라는 것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많은 인연과 감정들을 남기니 좋은 마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행은 무엇들을 남기는가. 먼저 여행은 ‘나’를 남긴다. 저자는 캐나다로 한 달 동안 여행을 갔다 왔다. 대학생 시절 돈을 모아 간 여행. 친구 세 명과 동행한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항상 친절하고 타인과 다툼이 없었던 그녀.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성깔을 알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나오게 된다. 수박을 먹을지 오렌지를 먹을지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도 그녀는 욱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의 묘미는 그런 것.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멋진 풍경의 바다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과 함께 귀여운 포즈가 나오게도 하는 것. 안 좋은 의미, 좋은 의미에서도 여행은 진짜 나를 알게 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여행은 가족을 남기기도 한다. 저자가 떠난 나홀로 브라질 여행.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 그녀는 목놓아 울며 머나먼 타국으로 여행 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바로 가족이라는 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울고 나니 혼자 호사를 누리는 것에 대해 가족에게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 일본 온천여행에서 여행 온 모녀들을 보며 이제는 뇌출혈로 쓰러져 여행오지 못하는 어머니를 떠올리게도 된다. 이렇게 여행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나는 며칠 전 중국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한국과는 스케일이 다른 북경 여행지들을 본 것도 좋았지만 중국 공항에서 남편과 나눈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들도 좋았다. 한국에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좋은 집, 좋은 차 등 한정돼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나가 마주하는 멋진 풍경과 색다른 볼거리들은 그런 물질들이 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가져다준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평상시 남편에게 할 수 없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을 통해 여행이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성장시키고 많은 것들을 생각게 하는지 알게 됐다. 다음 여행지로 일본을 갈 생각인데 저자가 소개한 다른 여행지들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진정한 나를 찾아보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