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과 수리공 - 과학을 뛰어넘은 엔지니어링 이야기
권오상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4-11][노벨상과 수리공] 과학을 뛰어넘은 엔지니어링 이야기

 

요즘 스도쿠를 푸는 데 재미가 들었다. ‘노벨상과 수리공’의 과학과 엔지니어링 이야기를 읽다보니 평소 풀던 스도쿠 생각이 났다. 스도쿠를 풀 때 접근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스도쿠를 풀 수 있는 원리를 알아낸 후 그대로 실행하기. 둘째, 여러 숫자를 대입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어 알아내기. 둘 다 결국 답을 찾아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시간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빠를 것이다. 이론을 알아내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과 엔지니어링은 스도쿠를 푸는 방법과 닮았다. 과학은 전자의 방법, 엔지니어링은 후자의 방법이다. 둘 다 답을 찾지만 엔지니어링이 시간을 단축하니 더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과학에 비해 엔지니어링이 찬밥 취급을 받는 것에 기분이 상해 보였다. 과학자라고 하면 세상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는 사람들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사람들은 ‘공돌이’라고 불린다. 정치공학처럼 부정적인 의미에 공학을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론을 중시하는 과학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엔지니어링이 세상의 발전에 더 큰 공을 세워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의 발견에 애쓰기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답을 찾는 것이 우리 실생활의 문제를 더 해결해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업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유인동력비행의 시초인 라이트형제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실제 랭글리라는 과학자도 당시 유인동력비행을 연구했지만 결국 자전거 수리공이었던 라이트형제가 더 빨리 유인동력비행을 성공시켰다. 과학자로만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특허청에 다니며 수많은 업적에 날개를 달게 됐다. 그밖에 이순신,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들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탁월한 해결책을 고안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들이다. 책상 위에서 골몰하며 이론 공부만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론적인 원리와 실용성의 문제는 어느 쪽만 옳다고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대학이 포화상태가 되자 대학 무용론이 대두하고 기업에서는 공대 졸업생을 우대하는 새로운 풍토도 조성되고 있다. 다만 저자는 공돌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재들이 실용성에 입각해 개발한 수많은 발명품들, 업적들이 저차원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공돌이들이 공돌이로만 인식되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대부분의 문과생들 대신 실용성에 입각한 공대생들을 우선시하고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해 실용적인 분야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무수한 발명품을 만드는 인재들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은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믿었다. 즉, 과학은 만들어지는 것. 자동차도 사실 마차가 운행되던 시기에 말들의 똥이 골칫거리여서 그 해결책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좋겠다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실용성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괜히 과학이라고 하면 멋있고, 이론 연구가 실험보다 더 있어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이론만큼 시행착오를 겪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실용적이고도 멋진 과정인지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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