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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문화 에세이 - 구정화 교수와 함께 통계로 세상 읽기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4년 1월
평점 :
청소년을 위한 사회문화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사회문화 에세이>는 ‘통계로 사회 읽기’가 뭔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통계라고 하면 평상시 신문이나 시험 지문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표와 그래프 속에서 그 통계가 뭘 의미하는지 파악하느라 통계를 ‘즐길 겨를’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수많은 통계에 재미난 해석들을 덧붙여 독자들로 하여금 통계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는 가족, 문화, 사회계층,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챕터가 구성돼 있는데 통계라는 매개체가 과거와 현재의 세상을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얼마나 좋은 도구가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통계를 보면 개인 행위자들의 개별적 의미 파악은 어려워도 사회 전반적인 경향이나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청소년들 중 61.6%는 여가시간 중 TV나 DVD를 보며 지낸다고 한다. 그 다음이 컴퓨터 게임 순이었다. 성인들의 여가시간 활용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텐데, 그냥 통계로 ‘그렇구나’ 정도로 지나간다면 이 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 청소년들은 도대체 왜 여가시간에 나가놀지 않고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집에서 TV나 보고 있는 걸까. 여기에 다른 통계 하나를 덧붙여보자. 청소년들의 경우 공부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3의 경우 하루 중 평균 11시간을 공부하는데 보낸다고 한다. 이 두가지 통계를 붙여보면 현실이 보인다. 밖에서 즐길 여가시간 자체가 부족한 불쌍한 청소년들. 그들은 노는 방법을 모른다기 보다는 놀 여가시간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다. 통계를 잘 해석하다 보면 그들의 삶이 보인다.
예전엔 30세만 지나도 노총각, 노처녀란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제는 초혼 나이가 늦어져서 남자의 경우 30세에 결혼하면 빨리 결혼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다. 초혼부부 중에서 남자가 연상인 부부는 68.2%, 동갑은 16.2%, 여자가 연상인 부부는 15.6%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여자가 연상인 케이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초혼연령이 늦어지게 되자 여자가 연상인 부부의 비율이 동갑 부부의 비율까지 추월하게 되는 것이다. 국제결혼은 의외로 감소추세에 있었다. 예전엔 농촌 총각과 외국 여자의 결혼이 이슈가 됐는데 돈에 팔려와 고생하며 불행하게 살다 헤어지는 국제커플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들의 결혼이 부정적으로 인식된 탓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와 외국 남자의 결혼 비율은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한국인 남자가 외국인 아내로 아시아계를 선호하는 것에 비해, 한국 여성은 아시아계에 더해 북미지역 남자들과도 많이 결혼하는 추세란다. 현재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여행을 못가는 이유에 대한 통계도 재미있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여행을 못가는 이유 1위는 ‘여가시간 및 마음의 여유 부족’이었다. 재밌는 것은 ‘건강상의 이유’가 ‘경제적 여유 부족’을 넘어서 여행 못가는 이유 2위에 랭크됐다는 것이다. 원래는 여행 못가는 이유에 경제적 이유가 더 컸는데 이제는 먹고 살만해지니 건강이 안 따라 준다는 것이다. 그밖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는 중국, 일본, 미국, 태국, 홍콩, 필리핀 순이었다. 이런 통계들을 보면 평균적으로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엿볼 수도 있고 미래에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좋은 바로미터도 돼 준다.
표, 그래프 보는 법도 나와 있다. 조혼인율, 조사망률 등에 붙은 ‘조’는 천분율을 의미한다. 모집단은 전체 인구를, 표본은 실제 조사 대상을 의미한다. 이에 덧붙여 각 항목마다 수많은 표와 그래프들이 첨부돼 있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통계에 흥미도 붙이게 하면서 통계로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