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베상
최종태 지음 / 시그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모베상

-사이코패스의 비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것도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 ‘모베상(mau vais sang)’은 프랑스어로 ‘나쁜 피’라는 뜻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근원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똑같이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도 환경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성공한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책 소개문 때문이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궁금했던 부분보다도 훨씬 더 사이코패스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사이코패스 범죄를 접했을 때 일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섭다. 하지만 내가 어디서 저런 사람들을 보겠나’ 이런 감정이 아닐까. 사이코패스라는 질환의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너무나 비상식적이기에 그저 생각조차 하기 싫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이코패스는 환경보다 유전적인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기에 사회에서 처음부터 통제하기에는 불가능한 요인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또 약한 정도의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좋은 머리와 좋은 환경이 결합해 범죄는 저지르지 못하지만 거짓말, 속임수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권력의 수단을 마련하기도 한단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준석에서 딸 민정(지수)으로 이어지는 나쁜 유전자는 섬뜩한 느낌을 줬다. 한준석이 여러 명의 부녀자를 살해했고 그 과정에서 찍어놓은 비디오 테이프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사람을 죽여도 일상 생활의 느낌과 비교해 별다른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양심이라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어린 민정이 죽어가는 사람을 건드리며 아무런 혐오감을 가지지 못하는 장면에서 잘 표현됐다. 어떤 말보다 강렬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범죄자의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자신의 남편이 혹은 아들이, 딸이 범죄자라는 사실 때문에 평생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고통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준석의 아내 진아를 통해 괴물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남편과 딸을 바라보며 통제할 수도 없는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지 조금은 전달됐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치유가 불가능한 범죄자들. 그들의 가족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피하는 것이라는 말. 이들은 치유될 수 없고 이들을 동정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마치 몸 속의 암세포도 있을 수 있다고 동정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기억에 남는다.

 

에스키모 중 어떤 사람들은 치유 불가능한 이상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빙벽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린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이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추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에스키모 인들의 관습처럼 누군가를 속단해서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섣불리 그들을 교화하려고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소설 속 동준이 지수를 교화하려다가 실패하고 악의 근원만 확인했던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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