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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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밖에서 활동을 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었을 때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자유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라도 활발히 돌아다니는 것을 삼가야 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요즘의 그런 시간들에 좋은 선물과도 같은 책이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인간에 대해, 자연에 대해 언제 이렇게 심도있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생각이란 것은 가만히 있으면 더 많아지고 깊어지는 듯하다. 가만히 집에 있다보면 자연은 뭘까, 인간의 삶은 뭘까,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을 읽으며 뭔가 명쾌하게 정리되는 점이 있었다. 바로 나에 대해, 나를 포함한 공동체에 대해, 한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나 할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며 살고 있지만 아웅다웅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시간도 있다. 이러다가 결국 누구나 죽음이라는 길에 들어서게 되는데 인간이라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된다. 결국 종착지가 같고 그 선후만 문제되는 것인데, 우주의 긴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삶이란 정말 짧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명상록은 나에게 그 점을 일깨워줬다. 그렇게 생각하면...누군가 나에게 비난하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리 화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애써 화내며 감정낭비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비난하는 그 이도 언젠가는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배려심 있게 대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인간 본연의 길대로 사는 법은 바로 그런 의무들을 자연스레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철학파에 따라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해석은 다르겠지만 누군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마음만은 따뜻해질 것 같다. 개인이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살만 한 곳으로 여겨질테니 말이다. 나를 위해서도 공동체를 위해서도 선한 생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더욱 필요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우리 삶을 바꿔 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미래가 현재에 계속 변화를 요구함은 과거나 현재나 매한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다양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자정되기도 하고 발전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순간, 현재를 잘 받아들이고 불평없이 사는 것도 어쩌면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코로나 블루라고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데 앞으로는 물질적 환경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의 변화도 잘 알아채고 잘 다스리는 게 필요한 시대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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