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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어 왕 (한글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7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6월
평점 :
대충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결말은 알지 못한채 읽어 내려갔다. 오래 전 소설들은 말투나 상황이 현대와는 다르기에 좀 어려울 줄 알았다. 그런데 리어 왕은 그렇지 않았다. 세 딸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며 누가 더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하는지 확인하려는 리어 왕. 그것부터가 범상치 않더니 셋째 딸이 아버지에게 달콤한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내치는 상황까지 보니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도 했다.
'너희들 중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한다 말하겠느냐?' 사실 현대에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 같다. 재산이 정말 많고 왕이라고 해서 군림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인간의 군상을 현대에도 비슷하게 볼 수는 있다. 재산이나 권위를 가지고 갑질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놀랐던 것은 결말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하나이니 당연히 비극으로 끝난다. 현대극으로 치면 첫째, 둘째 딸에게 버림받은 리어 왕이 셋째 딸 코딜리어를 만나면 전쟁에서 이기고 해피엔딩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리어왕과 코딜리어 모두 포로로 잡히고 모두 죽는다는 결말은 사실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말이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들이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허무했지만 재미있는 결말이라고 해야할까. 리어 왕이나 광대, 에드거 등 뭔가 광기어린 인물들이 쏟아내는 대사들도 비극적이었으나 시적이어서 내용이 풍부하게 다가왔다.
리어 왕을 읽으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아버지 세대나 젊은 세대들의 관계도 돌아보게 됐다. 아부나 아첨을 잘하는 인간의 군상들도 떠올리게 됐다. 다양한 이야기를 간접체험하면 공감능력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리어 왕을 읽으며 세상을 돈이나 권력, 명예로만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지 보게 됐다. 결국 맨 위에 있으면 내려 올 일만 있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늙어 죽어 한 줌의 재가 돼야 하니까. 멀리 내다볼 수 있다면 누구나 겸손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