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6
김민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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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보는 순간 칙릿이라는 이유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도 식힐 겸 밝고 유쾌한 칙릿 소설을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이내 비슷 비슷한 내용일텐데… 굳이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망설여졌다. 한 발 물러나 잘 생각해보자 하고 카트에 담아두고 미루기를 며칠 째, 결국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서 즉흥적인 구입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그토록 이 책을  끌어당기게 했는지 모르겠다. 단순한 칙릿을 넘어선 어떤가가 꼭 읽어보라고 손짓했는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스물 넷,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말에 공감한 것과 동시에,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이십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막막하기만 하고 불안정하기만 한 삶을 살고 있으니깐 도움 받고 싶었던 한편, 그들로 하여금 내 일상을 탈출해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십대 여성의 일상을 그린 '칙릿소설'과 88만원 세대의 '백수소설'이 만난 한 편의 성장소설!

 칙릿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배경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며, 가진 것이 별로 없다 한들 최소 중소기업 사장은 나오는게 태반이다. 주어진 환경에서부터 거리감이 느껴지고 살짝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칙릿의 맛은 어찌보면 가질 수 없는 것을 그려보고 꿈꾸는 게 맛 아닌가 싶다. 우선 이런 점을 받아들인 후 책을 읽는다면 덜 껄끄럽지 않을까 싶다.

 비 현실적인 동시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정신없이 이야기는 흘러간다. 주인공 유민과 그녀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쉴 틈없이 전개되는 와중에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보게 한다. 명품 선호, 강남 지향의 속물 근성, 남자 문제, 직장에서의 갈등 등을 끊임없이 풀어놓으며 묻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답하기가 힘든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조심스럽다.

 책의 초반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한다. 매끄럽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다가도 이내 턱 하고 숨을 들이마시게끔 문장을 쏘아대기도 하는게 가벼운 칙릿 소설만은 아니라는게 느껴진다. 때때로 유민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 내 가슴에도 콕콕 쑤실 만큼 솔직하고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있는 현실을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해내는 그녀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반성도 해본다.

 - 몇 년이 지난 후, 우리는 그토록 비웃던 직업 중 어느 하나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한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 인생의 패자와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은 스무 살 겨울 방학이 아닌 대학 졸업 이후부터일까. 나는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를 위한 자기계발을 시작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는 희망.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나이에도 인생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진솔한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나도 느끼는 감정들은 이십대들이 지니고 있는 복잡미묘함을 잘 드러낸다. 앞에서는 축하해주고, 칭찬하며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까기도 하며 시종일관 불안해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하는 그녀들은 남 같지 않고 나의 모습 같다. 목표의식의 부재, 자신보다 남을 더 부러워하는 것 등. 주인공 유민을 포함한 친구들을 비롯하여 많은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많이 공감된다.

 방황과 혼란스러움, 보이지 않는 수많은 걱정들로 가득한 이십대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이 책은 이십 대의 숨겨진 고민들에서 ‘나도 그래’ 라는 공감되는 이야기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 꿈을 찾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방황하는 이십 대 여성들이라면 쉽사리 공감할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 흔한 칙릿 소설을 읽고 지나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되돌아 보고 반성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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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스푼 - 맛있는 인생을 사는 스위트 가이의 푸드 다이어리
알렉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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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에게 붙는 수많은 수식어들 중에서도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요리 잘 하는 남자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유인 즉, MBC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여러 장면들 때문인지, 여기저기 언론을 포함한 방송에서 너무도 강조한 이유가 크다. ‘과연’ 자상하고 따뜻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이 말들이 따라오는 걸 보면 적잖이 자상하다고 생각하련다.

 요리에 대한 모습들을 많이 비춘 탓일까?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책을 내놓았다. <알렉스의 스푼>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이다. 눈에 띄는 특별함은 없지만 띠지 속 그의 사진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조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의 팬이라면 환영할 사진일지도 모르지만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상태의 내가 처음 이 사진을 보았을 때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보다 깔끔한 느낌의 사진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인생을 사는 스위트 가이의 푸드 다이어리

 알렉스의 푸드 에세이집이다. 여느 에세이집과 다를 바 없지만 ‘푸드’라는게 조금 특별하게 와닿는 거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어릴 적 추억,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가지들,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기억들을 담고서 술술 풀어 나간다. 가깝고도 친근하게 이야기하면서 틈틈이 레시피들도 소개해주는게 좋긴하지만, 공감 혹은 무릎을 탁 칠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푸드 다이어리인만큼 그의 음식에 대한 다양한 생각, 습관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감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들로 하여금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었던 음식들에 대해 적당히 만족하는 바 다. 과했으면 과한대로, 부족했으면 부족했을대로 못마땅했을텐데 그 선이 잘 지켜진 것 같아 좋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조용히 만끽할 수 있었던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밋밋하게만 보았던 제목이다. <알렉스의 스푼> 특색없고 단순한데 그는 왜 이 제목을 선택했을까? 음식을 편하게 먹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었던, 먹기 위해 가장 먼저 드는 스푼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만의 시점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조용하고 낮게 시선을 사로잡아서 인상적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치있는 스푼처럼…

 이 책이 옛 음식을 추억하게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켜올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가치있는 스푼이 되어 돌아올 책이 될 테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그렇지 못했다. ‘이건 뭐?’ 라는 물음표만 가득한 책이었다.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들이 많았고, 내게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무덤덤하게 읽은 탓에 얻은 것은 별로 없지만 알렉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가졌던 몇 가지 편견을 벗어버릴 수 있었기에 나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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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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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사는지, 왜 회사를 다니는지, 이렇게 살면 나중에 무엇을 얻게 될지……"

 반복되는 일상의 답답함,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마주할 때면 사람들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꿈을 꿈에만 머무르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는 여행이라는 꿈을 실현시킨 열 두 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며 살게 되고, 그 안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서로 돕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눔을 통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알게 된 그들은 캄보디아의 숨은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여행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써바이 써바이 -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라는 뜻이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행복함을 알지 못한 채 더 큰 행복을 찾으려 발버둥치는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뜨끔하기도 했다.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고, 만족할 줄 몰랐기에 캄보디아 사람들의 모습들을 되돌아보며 만족이란 것에 대해 배우게 되고, 욕심을 덜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난한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 무더운 나라에서 냉장고 없어도 잘 산다. 냉장고는 없지만 냉장고를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들은 냉장고가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냉장고가 있으면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음식은 매일 필요한 만큼만 사다 먹으면 되지, 왜 오래 보관하느냐고 되묻는다. - p39  
  
 캄보디아의 열악한 환경, 그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도 만들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 나눔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가난하기에 산다는 게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 불편하다면, 이 곳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입지 않고 있는 느낌이랄까. 캄보디아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생각하게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다.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가난의 풍경은 삶을 겸손히 바라보게 한다. 내가 이들과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한국에서 태어났기에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을 뿐이다. - p18  
  
 캄보디아로 떠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나온다. 그들이 선뜻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오고, 현지에 적응하며 살아아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쓰여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통한 나를 발견하고, 행복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캄보디아라는 나라와 동시에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이 책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인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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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
카를로 콜로디 지음, 김양미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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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순간 너무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인디고 고전 시리즈는 아담하고 귀여운 사이즈라는 것과, 예쁜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어린왕자 에서부터,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간 머리앤, 눈의 여왕, 피노키오 까지 다양한 고전 시리즈를 내놓고 있으며, 매 시리즈마다 그 특징을 잘 살리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는 읽는 이의 마음을 더 포근히 감싸안아 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번이라도 인디고 고전 시리즈를 접해보았다면, 다음 책들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이 고전 시리즈들은 한 군데 모아놓으면 그 뿌듯함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아기자기한 책들이 나란히 책장에 놓여있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는 명작 동화 <피노키오>

 어렸을 때 읽고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책이기에 반갑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나무로 만들었고, 거짓말 하면 코가 높아진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아는 것이 없는 피노키오였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어느 날 제페토 할아버지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나무토막으로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라고 이름 짓는다. 온갖 장난과 말썽을 피우며 지내던 피노키오에게 제페토 할아버지는 자신의 외투를 팔아 피노키오에게 책을 사주고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책을 팔아 인형극을 보고 가고 그때부터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피노키오를 위험에 빠트린다. 많은 모험과 위험을 겪고 결국 상어 뱃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를 만나 기적적으로 탈출한 피노키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진짜 사람이 된다는 내용.
   
 언제 읽기는 했던지 기억들이 나지 않았던 탓에 모든 내용들이 새로웠고, 다양한 일화가 눈에 쏙쏙 들어와서 재미도 있었다. 때에 따라 적당하게 필요한 교훈들도 마음에 와닿았고, 동화책이란 이런거구나 싶었기에 좋았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들과 시각에 의해 이 책을 읽었던 나는 많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건 아니지' 싶어 고개를 흔들기만 했던 - 조금은 아쉽다.

 순수했던, 혹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사건 사고를 만들기에 바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에는 지금의 내게 피노키오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지 못했다. 훗날 시간이 좀 더 흘러, 이 책을 읽는다면 그 땐 더 많은 것을 되돌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썽꾸러기. 청개구리 피노키오가 해주고자 했던 수 많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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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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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가 부른 잔혹한 결말이 인상깊었던 <심플플랜> 을 읽고 난 후, 스콧 스미스라는 작가에게 눈길이 갔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이처럼 단순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선물해줄까? <심플플랜> 에서 얻게 된 것이 많았던 나는, 13년만에 드디어 선보인다는 <폐허> 라는 책 역시 읽어보기로 했다.

 양장본으로 이뤄진 이 책은 심플플랜 못지 않은 두툼함이 읽는 중간 중간 많이 읽었구나 느끼게 되는 흐뭇함이 좋았던 반면, 들고 다니기에는 여간 무거운 게 아니기에 집이나 특정 장소에 놓고 틈틈이 보는게 좋을 거 같다.

 <줄거리>

대학을 갓 졸업한 두 쌍의 미국인 커플이 멕시코 휴양지의 나른함에 흠뻑 젖어 있다. 휴가지의 느슨함에 경계심이 반쯤 사라진 그들은 그리스인, 독일인 등과 쉽게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독일인이 사라진 동생을 찾아 버려진 폐허에 가보자고 제안하자, 휴양지가 은근히 싫증났던 그들은 새로운 활력을 찾아줄 듯 한 모험을 흔쾌히 수락한다. 황폐한 마야의 촌락을 지나 정글로 들어가는 일행. 고고학자들의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폐허라고 알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흔적만 있을 뿐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일행들. 순식간에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불안한 공포에 휩싸이고 만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게 됐을 때 끝도 없는 공포의 심연으로 추락해간다. 
  
 초반부터 술술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쩐지 들어가는게 힘든 책이 있다. 이 책의 경우는 후자 였다. 어딘가 잘 읽히지 않았던 탓에 중간에 그만 둘까를 망설였던 책은 중반부가 되어서야 자연스럽게 읽혀졌다. 어찌보면 너무도 단순하지만, 시작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딱 100 페이지만 참을성있게 읽고 나면 다음부터는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그들이, 한 순간의 결정으로 폐허를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겪는 이야기는 여느 책들처럼 무난하지만, 그들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사건으로 부터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은 <심플플랜>보다 더 잔혹했던 것 같다.

 독일인의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죽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곳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언젠가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하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좌절, 절망, 두려움의 늪에 빠져들고 하나 둘씩 최후를 맞이한다.

동물을 잡아먹는 무서운 식물! 식충동물

 얼마 전 스펀지를 통해서 보았던 식충동물이 생각난다. 이들은 소리, 냄새 등으로 유혹해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생활하는 것들로, 많은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희귀한 것들이 세계 곳곳에 많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문득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폐허> 가 떠올랐다.

 이 책 속에서도 등장하는 것이 식충동물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덩굴이 등장하는데, 온갖 것으로 사람을 유혹하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한다. 서서히 숨을 옥죄여 오며, 결국은 자신들의 먹이가 되게끔 만드는 식충동물의 무서움이 이 책에는 잘 나타나 있다.

심연보다 깊은 끝없는 공포 속으로 추락하기까지 ...

 알  수 없는 존재라는 불안감에서 시작돼 다채롭게 변화하기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 책 속의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저항할 수 없는 좌절감, 소중한 존재를 잃는 상실감 그리고 빠져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 여기에 무기력함과 광기까지. 서서히 파고드는 공포에 미쳐버리는 그들이 남 같지 않기에, 이 책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무서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 단순한 줄거리 속에서 등장인물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들의 심리와 행동 그 긴장감을 생생하게 표현한 스콧 스미스 덕분에 책을 읽는데도 머릿속으로 펼쳐지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던 이 책 <폐허> 치밀하게 발전해나가는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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