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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평점 :
베스트셀러, 핫 신간, 추천도서의 책들을 눈으로 흘겨보다 이내 오랜 시선이 머무르는 책을
발견한다. '눈에 띄어서' 라는 말로 한 번 살펴보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책 제목, 디자인, 작가, 광고성 띠지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새로 나온 영화를 흥보하기 위한 책들은 사실 과한
문장들과 배우들만 내세우는 것 같아 눈길이 오래 머무르지 않지만, 어느 문장에선가 숨이 멎는 듯, 아프지만 펼쳐보고 싶은 문구들 앞에서는 한참을
서성이게 된다. 지금의 이 책에 쓰여진 띠지가 그러하듯이.
'덜 자란 아이가 숨어있는
당신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가 전하는 순수하고 담백한 이야기'
줄거리인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강노인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어린 시절 추억과 상처가
남아 있는 산동네 백 번지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거인의 집'으로 불리는 자신의 집 인근 사유지를 아무렇지 않게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을
골칫거리로 여기게 되며 철저하게 막아보지만, 이내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이 뒤뜰이 더 엉망이 되어져간다는 것을 알게된다. 발길이 끊어지기 전과
후의 뒤뜰로 하여금 오고갔던 많은 이들을 돌아보고, 지난 날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한 노인과 그 집의 뒤뜰에 모여드는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곱씹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이웃과의 소통보다는 높은 담을 쌓고 단절되어가는 세상에 더불어 함께한다는 것 공동체를
돌아보며, 나누고 베풀때야 말로 마음이 홀가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어느 책에선가 본 글이 스치듯 생각난다. 스님의 집 정원에 핀 꽃이 예쁘다는 소문이
자자하자 많은 이웃들이 오게되고, 하나 둘 꽃들을 가져갔다고 한다. 휑해진 정원을 본 제자가 따져묻자 스님이 답하길 "내 정원에 핀 꽃을
이웃에게 나눠줌으로써, 보다 많은 곳에 꽃내음이 가득할지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뒤뜰 역시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관리
또한 이루어지고 주고 받는 즐거움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포리즘>
"자넨 애들을 뭐라고
생각하는데?"
-"천국에서 쫒겨난 천사들, 내 주변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악한 면이
있어.
착하다거나 순수하다는 말만으로는 안 되는 기질들이 있다고, 어렸을 때 나를 포함해서
-p81
아무리 어려도 남을 괴롭힌 것은 잘못이고, 시간이 지나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중략)
"우린 짖궂었을 뿐이지만, 자네 아버지가 그렇게 돼서... 미안하네"
-p189
비단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 말고도, 강노인의 어린 시절을 살펴봄으로써 내면에
숨겨진 인정받고 싶은 어린 아이의 모습 또한 엿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의 투닥거림 속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이 때론
복잡하게 뒤엉켜버려 쉽사리 풀 수 없는 일로 꼬여버리게 되기도 하지만 시간은 늘 그렇듯 일부를 미화시킨다. 강노인과 친구들의 꼬여버린 실타래를
바라보며, 삶이란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집단으로 노닐다보며 발생되는 소외감, 이질적인 문제에 있어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기에 이른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오롯이 진실 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p233
끝으로 이 책에서 단 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면 아마도 이것일 터, 사람의 기억이란
어떠한가? 내가 보고 싶고 믿고 싶었던 대로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강노인이 어린 시절의 상처라 여겼던 진실과 마주했을 때
느꼈을 복잡한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묻혀두었던 가시의 욱씬거림, 불편함, 당혹스러움에 회피할 수 밖에 없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왜곡된 기억을 돌아보고 진실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