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 차를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요즘다인 지음 / 청림Lif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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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대한 이론과 자식이 아닌 그 시간을 담아낸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자신이 관심갖고 애정을 주고 있는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하곤 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누군가와 손편지를 나누고, 모임을 하게 된 것 등이 그랬다. 저자 또한 단순히 차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들과 분위기를 나눔으로써 그 즐거움을 배로 경험한다. 좋아하는 일을 혼자서 즐기는 것 못지 않게 여럿이서 공유한다면 색다른 일이 될 것이다.

일기일회 - 지금 이 순간은 살면서 단 한 번뿐이고, 지금 이 만남도 살면서 단 한 번. 다도에서 자주 쓰이는 이 말은 단지 만남이나 손님 대접을 할 때에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 순간, 살면서 단 한 번인 지금을 얼마나 기쁘게 즐기는가 하는 점에서도 떠올릴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일기일회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야말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38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카메라의 움직임과 의상 구성, 음악 구성, 연출을 모두 다 이해하면서 보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취향을 찾아 즐기는 것일 뿐, 차를 마시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현미녹차, 얼 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같은 홍차가 눈에 익숙하지만 생소한 차들이 줄을 이었다. 마셔보지 않았기에 그 차이를 알 수 없지만,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이 반복되다보면 취향을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고르는 안목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것을 찾고, 낯선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 세계가 말을 걸어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용기내 다가간다면 뜻밖의 선물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동안 구불구불한 골목길 속에 숨겨진 찻집, 반갑지만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아는 가게 주인이 있는 곳은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비밀 아지트를 하나쯤 갖고 있다면 좋지 않을까?

'오늘 받은 차를 바로 지금 뜯어 마시는 것만큼 잘 누리는 순간이 있을까?' -p149

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완벽한 다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후에는 날이 적당히 선선한 때를 기다리고자 했고, 끝없는 이유들로 차 마시는 날은 뒷전이 되었다. 신혼여행에서 사온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를 눈으로만 먹고 있었던 나는 낙엽 처리의 해를 읽으며 뜨끔했다. '나중에' 라고 미뤄놓았던 모든 아끼는 마음들은 소분 바구니에 낡은 사진처럼 차곡차곡 쌓여 낙엽이 됩니다. (중략) 낙엽 처리는 묵은 차를 마시는 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낙엽을 만들지 않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 -p150 너무 오래 보관하면 그 맛과 향을 잃어가고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함만을 남기니 마음이 동했을 때 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현재를 소중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날이 좋아서, 흐려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무언가를 한다. 저자는 차를 마시는 일이었고, 나는 책을 읽고 쓰고 나누는 것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 특별함을 더하고자 애착과 마음을 담아낸다면 좋은 결과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행복함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부럽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일이기도 하다. 낯선 세계로의 초대에 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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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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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_ 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좋아한다. 짧고 단순하며 감동이 있는 시, 무슨 말이 필요할까? 쉽고 따뜻하고 부드럽다와 같은 표현들이 저자에게 무척 어울린다. 책을 휘리릭 넘겨읽다 이내 미소 짓게 만드는 짧은 시를 만나 소개한다. 제목 상생 _ 나한테 좋은 것이면 너에게도 좋고 / 너한테 좋은 것이면 나에게도 좋다. / 더 이상 해답은 없다. 간결하지만 모든 것이 담겼다. 읽고 쓰고 기억하기 쉬운 삼박자를 두루 갖춘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태주 시인이 쓰고 김예원 작가가 고른 <너에게 나는>

나에게 너라는 존재가 소중하여 너또한 나를 특별하게 기억하길 바라나 이는 욕심이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그 마음 뒤바뀌어도 이내 나는 받아들이고 보낼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떠날 인연에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라 사랑과 관련한 시집을 시큰둥하게 읽어갔다. 애절한 그리움과 추억을 회상하는 것보다 현재를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길 바랐다. 진솔한 마음을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들 사이에서 심금을 휘저은 시가 있어 소개한다.


붉은 꽃 한송이

나 외롭게 살다가 떠날 지구에

너라도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 쓸쓸히 지구를 떠나는 날

손 흔들어줄 너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나 지구를 떠나더라도 너 오래

푸르게 예쁘게 살다가 오너라

네가 살고 있는 한 지구는

따뜻하고 푸르고 꽃이 피어나는

생명의 별

바람 부는 지구 위에 흔들리는

너는 붉은 꽃 한송이.


모래 속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 새로울 게 없는 시선이었음에도 괜스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멋부림없이 솔직담백하게 쓰인 글을 읽고 또 읽으니 행복해진다. '나에게 너는' 붉은 꽃 한송이였고, '너에게 나는'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너는 흐르는 별_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답하고자 한다. 오늘의 너는 새로이 태어난 너 / 오늘의 나는 새로이 눈을 뜬 나 / 오늘 우리는 새로이 만나고 / 오늘 우리는 새로이 반짝인다 / 너는 흐르는 별 / 나도 또한 흐르는 별 _이다.

나를 이루는 모든 '너'를 위한 고백

나를 이루는 '너'를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시를 묶었건만, 마음을 말캉거리게 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파도처럼 왔다 가는 수줍은 고백들 사이로 찰나의 행복함을 경험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일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시를 쓸 수 없음에 점점 더 멀리하게 되는 시집들을 가까이 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나 그 방법을 모르겠다. 난해하지 않고, 재미와 여운을 담은 나만의 시들을 찾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나'와 '너'를 나누고 내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을 긋고야 만다. 머리로는 한 발자국 양보하고, 배려해야 함을 알았지만 종종 행동이 앞섰다. 나는 너에게 몽글몽글한 행복감만을 주고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많이도 부족했다. 따스한 감성 한 스푼이 필요했던 나는 머리 맡에 시집 한 권을 두기로 했는데, 제목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되길 바란다. <너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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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모든 장르에 통하는 강력한 글쓰기 전략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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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 말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부담되었다. 명확한 의미전달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전략적 글쓰기 책들을 꺼내 읽는다. 많이 읽고 쓰는 동시에 끝없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시간은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되고 만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매력 없고,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은 듣기 싫다. 어려운 글은 지루하고, 두서없는 글은 재미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저자는 리듬감있는 입말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술자리에서 재미난 이야기하듯 글을 쓰라 하지만 쉽지 않다. 떠들어재낀 이야기가 글이 되려면 일단 다듬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마지막 글을 담는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네가지만 지킨다. 설계를 해서 써라. 팩트를 써라. 짧게 써라. 리듬을 맞춰라.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

좋은 글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p62

좋은 글이란 쉽다. 쉬운 글이란, 평상시 우리가 쓰는 입말을 사용해 짧은 문장감으로 리듬감 있게 쓴 글이다. '너무', '매우'와 같은 수식어를 빼고 '좋다', '예쁘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뒷받침하여 명쾌하게 작성하도록 한다. '불 보듯 뻔하다'와 같은 흔한 직유 은유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나, 참신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저마다 좋은 글의 기준은 다를지라도 확인된 팩트로 결론을 도출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글쓰기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의'자와 '것'자를 절제하여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인데 남발하면 읽는 이로 하여금 리듬이 끊어진다고 한다.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나 '것'을 추정할 때와 강조할 때를 제외하고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 [팩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이렇게 '~것이다'를 남발해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꼭 강조해야 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도록 한다. -p120]

또한 퇴고 과정에서 눈으로만 읽지 않고 낭독 하길 권한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문장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여러번 읽고 마음에 들어도 다음날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계속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으니 읽고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명확하게 쓰면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쓰면 비평가들이 달라붙는다. - 알베르 카뮈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체화하고, 팽개쳐라" 말한다. 중요한 포인트를 기억하고 글을 쓸 때 유의하는 것만으로 더 나은 글쓰기를 할 수 있음에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가급적 '의'와 '것'을 쓰지 않고자 했는데 문장을 고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력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고 쓰고 고치는 과정을 이어간다. 명문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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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양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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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경한 단어는 집중하지 않다보니 어휘력이 늘기는 커녕 점점 줄어든다. 그 뿐인가 각종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어 재미만을 추구하다보니 어느덧 '그거 있잖아-' 라고 말하는 지경에 놓였다. 정돈되지 않는 말들이 쏟아지고 언어적 직관이 떨어짐에 따라 책 한 권을 꺼내 읽으니, 어휘 공부라고 하는 것이 더 어렵게 여겨진다. 일상 언어가 낡았고 평범하며 닳고 닳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것은 말과 글에 대한 관심 부족 현상이다. 관성적으로 보고 타성적으로 쓰고 말하는 지금 말이 통하니 정확한 어휘를 구사해야 할 필요성을 놓치고 산다.

생각이 언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언어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영혼을 베는 말과 일으키는 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p101

어휘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말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뜻이 비슷해도 말맛을 살리는 표현법에 따라 재미가 배가 되고, 더 큰 울림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 못지 않게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데 있다. 뜻이 통하는 것을 넘어 말의 멋을 담아내는 일은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것이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치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감각인식이나 지적 수준의 차이 일 수도 있지만 각자 통과하는 시간이 달라서다. -p29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 대해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지워낸 듯 자국만 남긴 채 떠오르지 않는 낱말을 애써 풀어본다. 곁가지로 서술하다보면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고 지루해지는데 저자는 지시대명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활용범위가 넓은 낱말을 남용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습관처럼 말이 늘어지는 것을 단번에 고치기란 쉽지 않다.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의 차이, 표준어와 사투리,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어렵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주석으로 소개 된 낱말들이 가득하다. 익히 아는 표현이었는가 하면, 생소한 어휘를 담아 냈을 때 의미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 유용했다. 그럼에도 입에 착 감기지 않는 탓에 한 번 본 것으로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휘발되고 마는 것은 낱말 뿐이겠냐만서도 꾸준히 익히고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겉볼안'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겉을 보면 속을 안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 명사로 줄임말이다. 신조어 같지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표제어다. 경험치가 늘면 겉볼안이 맞을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겉볼안이 다 맞았다고 다음에 맞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다 틀렸다고 다음에도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p119

매순간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지만 때론 놓치고 만다. 책을 읽는 동안 그간 써오던 언어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무심코 쓰는 말들이 오염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적료'라는 표현 대신 '몸값'이라 지칭하는 것, 성별이나 외모 등에 대한 칭찬이 편견을 심어주고 남을 평가하지는 않는가 하는 것이다. 뼈때리듯 눈을 뜨게 만든 저자의 다음 문장을 소개한다.

많은 속어나 욕설 등이 가축과 관련한 어휘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때는 가축이 흔했고 지금은 물건이 흔하다. 이 대목에서 "존중할 만해야 존중하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악머구리 끓듯(많은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악한과 파렴치한이 적지 않으니 심정이야 이해하나 경계한다. 그 옛날 양반이 백정과 노비에게, 백인이 흑인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부자가 빈자에게, 어른이 어린이에게 같은 말을 했다. -p102

어른스럽다, 존경스럽다가 한데 묶이기 위해서는 어떤 어휘를 고르고 순서에 맞게 이야기해야하는걸까? 책장을 덮고 나면 더욱 복잡하게 여겨진다. 이 책은 다정한 말이 아닌, 똑부러지기 위해 내가 부단히도 애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감정을 뭉뚱그려서 표현하지 않고 풍성해지려면 어휘력의 연습이 필요하다. 낱말의 해방감을 느끼고 자유로워지기에 앞서 큰 숙제 하나를 받은 기분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오늘의 커피처럼, 오늘의 예쁜 낱말을 찾아 사용하려고 애써야겠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내가 믿는, 생의 유한성이 필연적으로 끌고 오는 허무함에 질식당하지 않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아름다움은 발견해야 한다'는 말은 생텍쥐페리가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라고 한 말과 통하고, 발견할 수 있는 비결은 장욱진 화백이 큰딸에게 자주 들려주었다는 이 말에 있다. "모든 사물을 데면데면 보지 말고 친절하게 봐라."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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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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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영국 박물관 외에도 세계 곳곳에 넘쳐나는 뮤지엄은 얼마나 많은가.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잘 모를 수밖에 없지만, 불현듯 알아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각종 매체와 더불어 도슨트와 함께 떠나는 투어도 많아진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어 많은 서적을 뒤적거리며 재미를 찾고자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 이 책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아닌 각자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 뮤지엄을 소개한다. 내 입맛에 맞는, 특별히 더 보고싶은 곳을 찾는것에 도움이 된다.

# 런던의 뮤지엄은 대부분 무료다

유럽 도시의 여느 뮤지엄과 다르게 런던은 대부분 무료다. 이유인 즉, 예술을 접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갖게 하고, 문화적 소양을 높이려는 목적을 지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계층이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예술과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 정책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적 변방이라는 이미지를 갖던 영국이 예술사에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겠지만- 각설하고 현재 무료로 개방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런던 뮤지엄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으로 자리한다.

# 뮤지엄을 여행하는 게 런던의 가성비있는 여행

미술해설사인 저자가 알려주는 런던의 뮤지엄을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을 담은 이 책에는 11개의 장소가 소개된다. 대영 박물관, 테이트 모던 외에는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던 세상이었지만, 책장을 덮을 무렵에는 흥미로운 곳 한 두개 쯤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전 정보 없이 갔다면 무엇을 봐야 할지, 왜 봐야하는지를 알 수 없지만 약간의 공부만 한다면 분명 만족할 만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공존. 테이트 모던 건너편에는 영국의 르네상스-바로크 건축 양식의 백미이자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다.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중세 유럽의 종교 사회를 상징하는 교회가, 그 건너에는 산업 혁명과 과학의 시대를 대표하는 발전소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중략) 종교와 과학, 과거와 현대를 상징하는 두 장소를 밀레니엄 브릿지로 연결했다. 이렇듯 테이트 모던을 둘러싼 환경 덕분에 테이트모던은 더 다채롭고 역동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p191

V&A 뮤지엄 _ 빅토리아 여왕과 그 남편 앨버트 공이 세운 박물관으로, 유럽 각지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이 진품이 아닌 복제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누구든지 예술을 감상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세계의 명작을 효율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볼만한 곳이다.

사치 갤러리 _ 무명 작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찰스 사치는 본인의 사회적 인지도, 자본, 문화적 정체성과 안목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자신이 선택한 예술가를 국제적으로 키워냈다. 이미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미술관의 진보적인 행보를 볼 수 있는 이 곳은 가장 뜨거운 미술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릿 아트, 쇼디치 _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터전이자 런던에서 가장 힙한 스트릿 아트의 성전인 이 곳은 거리의 벽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표현해 낸 곳이다. 얼굴 없는 길거리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가 대표적인데 스프레이를 이용해 벽에 그림을 그린다. 도시 파괴인가, 하나의 예술인가를 놓고 봤을 때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 가고 싶은 뮤지엄만 골라보기

런던 여행 전, 뮤지엄을 고민하던 중에 매우 유용하게 읽혔다. 각각의 박물관, 미술관이 지닌 매력을 몰랐다면 지나쳤을 것들이 공간적, 역사적으로 어떠한 배경으로 그 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글이 아닌 눈으로 담게 되는 그 날이 오면 더욱 감동적일 수 밖에 없을테지만 다녀와서 다시금 읽는 책이야 말로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말 그대로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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