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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다 ㅣ 빛나는 미술가 8
문희영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5년 2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227/pimg_7528201051160208.jpg)
예술이라 하면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이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어쩐지 내키지 않았던 데는 동서양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고 외우는데 있어, 주입식 암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작품을 보는데 있어 미술가의 일생을 조명하고 시대적
상황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감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은 때론 반감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교과서의 딱딱한 이론은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불러오곤 합니다. 이에 학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전시회를 찾아가는 것 못지
않게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고, 흥미를 유발하는 책으로 토론을 하는 방향 등이 필요하달까요. 사설이 길었지만, 다양한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가볍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빛나는 미술가들의 삶을 엮어 책을 내고 있습니다. 이중섭, 박수근, 단원 김홍도,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혜원 신윤복, 반고흐 등이지요. 제겐 생소한 분들이 더러 있지만, 그들의 삶 속에 큰 변화들의 시간을 살펴보기에 이 책의 페이지 수는
적절한 호흡을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과하게 꼼꼼하지도 않지만, 빠져서는 안 될 부분과 흐름의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죠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한 번쯤 들어봤을 그의 이름이지만 삶에 눈여겨 본 적은 없었습니다. 또한 눈에 익은 작품들이 많지만, 어떤 이유로 그리게 되었는지도 잘
알지 못했죠. <해바라기>, <우체부 조셉 룰랭>,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 <론 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 <귀가 잘린 자화상> 등 무수한 작품이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위대한 화가라
말하지만, 당시에는 큰 환영과 부를 축적하지 못하였지요.
16살 헤이그의 구필 화랑에서 화랑으로 일을 시작하며 스케치를 즐겨하던 고흐는 27살이 되서야 화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거장의 작품을
모사하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에 몰두했던 그는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겨우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림에만 빠져 살던
고흐는 20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기고 갔습니다. 그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꽃같은 열정으로 펜(붓)을 내려놓지
않았던 삶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었지요. 동생 테오의 격려와 응원이 없었더라면 고흐의 작품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흐는 밀레의 그림에서 감동을 얻었습니다. 농민의 삶을 고귀하게 그려내면서도 온기와 사랑을 더하고 싶어했지요. <감자 먹는
사람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램프 아래 감자와 차를 먹는 모습은 투박스럽지만, 이 속에는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이 만들어 낸
식사의 값진 의미, 무표정하지만 예배를 보는 듯한 경건함을 담고자 했지요. 작품에 대한 해석 못지않게 과정을 곁들임으로써 이해의 폭이 한층 더
와닿았습니다.
지금의 여러 작품들이 더 애틋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고한 예술 정신, 애정을 담아 영혼을 불태웠던 지난 날들이
아닐까 합니다. 당시로서는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앞날은 모르는 것이지요. 예술 뿐만이 아니라, 열정을 불태웠던 일들이 훗날에라도 빛을
본다면 그것으로도 삶은 가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당장에 성과를 가져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잊혀져버리는 시대에서 힘든 일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다보면 내면의 성취감은 경험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여담이 길었지만, 무언가에 빠져있는다는것은 위험한
한편,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