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
이영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그런 둘의 모습은 앞으로 그들이 겪게 될 험난한 날들, 아버지의 끝없는 우울증 치료와 반복되는 다툼, 그리고 이해의 노력 끝에 결국 갈라서게 될 앞날을 전혀 예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리석었으며,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_p70 원영원의 ‘여름의 갈래에서’

 

시간이 지나 후회의 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두고 온 개, 완성하지 못한 만화와 예고된 끝, 이름을 바꾼 엄마의 10년만의 연락, 돌아오지 못할 사람.... 단절의 지점에 남겨져 있는 상처를 가진 이야기와 시를 6명의 작가가 책으로 내놓은 #상처에시럽뿌리기 .

 

이 안의 상처들을 애써 치료하거나 소란스럽게 떠들지 않는다. 가만히 두었다가 결과로 이어지거나 어느 시점에 놓쳐버렸는지 회고를 하기도 하고, 그림자 속에서 상처를 마주하기도 한다.

 

그렇게 오래된 상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상처에 시럽 뿌리기’란 주제어는 바로 이런 면을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애써 덮으려고만 해오던 나의 상처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되면 시럽 뿌리기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수많은 외면이 떠올랐던 ‘모르는 개 산책’(이영주), 가족에 대한 이해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여름의 갈래에서’(원영원), 그리고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가의 말이 더 기억에 남는 ‘그림자 밟기’(신은솔)이 인상 깊었다. 나와의 거리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 명의 작가의 글이였지만, 하나의 세계관을 만난 듯한 시간이었고, 깊이 있는 우리소설과 시를 만났다.

 

 

_나는 어디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일까?

지난여름,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그림자 밟기>를 쓰면서 나는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덜 실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더 많은 두려움에 맞설 수 있기를. 여기까지 쓸 수 있다고 단정 지은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기를._p158 신은솔 작가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잔잔하게 기록된 일상의 순간들, Leise Beobachtungen des Alltags
원영재 지음 / 누땡스(nu thanks)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영재 작가는 2020년 호기롭게 떠난 독일에서

팬데믹이 시작되고 모든 계획이 무산 되었다고 한다,

 

그 시끄러우면서도 조용했었던 시기에

낯선 텅빈 도시에서 마주친 풍경과 사람들,

온기와 이방인,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아서 낸 책,

 

#잔잔하게기록된일상의순간들 .

 

 

담백한 흑백사진으로 담겨진 독일..

 

거울 속의 자화상,

그곳의 일상도 무척 인상 깊었다.

 

명상하듯 시를 읽듯이 본 책이다.


저자의 혼자만의 시간,

낯선 곳의 친근한 풍경들이었다.

 

이때 우리는 어땠었지? 질문해보면 이 책 속 풍경이 낯설지 않게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원 배달 톡 :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
박현숙 지음, 윤세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미호 식당, 천개산 패밀리 등의 #박현숙 작가가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의 이야기, 신작 #소원배달톡 을 내놓았습니다. 누구나 학생 때 이런 생각 하지 않나요? ‘학교 가기 싫다.’ 이 책에서 이 생각이 든 사람은 선생님입니다. 학교가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는데 어느 날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런가 하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 중심에 지온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온이와 이 선생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지온이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어느날 달라져 버렸다고 느낍니다. 지온이와 선생님 입장에서 오가는 챕터들은 소문, 짐작과 오해가 쌓이는 과정, ‘소원’ 이라고 빌었던 것들에 숨어있었던 자신의 진짜 생각, 서로 소통하는 법 등을 함께 알아가게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소원을 빈다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소원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문득 알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
김신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침대는 청결과 위생에서 시작했고, 의자는 쉬는 용도가 아니라 권위의 상징이었다고?

 

숟가락은 모든 문명권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일한 도구!

 

로마 시대에는 그토록 찬란했었던 목욕 문화가 전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사그라지고 목욕 없는 200년을 보냈다는 유럽.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물건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사회문화적인 변천사를 지나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재미있게 알 수 있었던 #김신 의 #디자인뮤지엄 이었다.

 

인류가 사는 곳, 각종 도구들, 기록수단, 보는 것에 대한 디자인 관점으로 다양하게 다뤄주고 있었는데 일단 정말 재미있었다. 고대 원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것들은 무엇 하나도 허투루인 것이 없었다. 설사 중간과정에서 우여곡절과 모순이 있었다고 해도 모두 필요에 의한 것들이었고, 그 범주에는 미술 등 예술도 예외가 아님을 잘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뜻밖이었던 의자의 시작, 젓가락이 포크 & 나이프 문화보다 평화적인 도구라는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해석, 부록페이지들에서 만난 알바 알토 등의 디자이너들, 상상도 하기 싫었던 유럽의 목욕 문화 부재 시기, 눈이 즐거웠던 활자 부분과 보다 챕터의 그림들과 브랜드의 기원이 기억에 남는다.

 

새삼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도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즐겁게 챙겨보는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 <디자인 뮤지엄>, 역사든 미술예술이든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_현대 예술의 혁신을 낳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사진의 발명에 있습니다. 회화는 사진과 달라지려고 무지하게 애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습니다._p2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맹렬한 허기 - 암과 요리의 계절
캐런 바빈 지음, 이주혜 옮김 / 녹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만 생긴다는 ‘배아형 횡문근육종’이 예순다섯 살의 ‘어머니’에게 생겼다.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3주째이고 저자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암환자에게 무엇을 먹여야할지 고민하고 요리를 한다.

 

#맹렬한허기 는 단순히 신체적인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왜 하필 내 엄마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를 생각하며 가족과 친구 관계망, 세포들 속에 자리하고 있는 유전성, 패턴 등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 아마도 ‘맹렬한 허기’는 이런 배경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암이라는 부조리에 맞서며 우리는 어떻게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답,... 허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며 요리를 한다.

 

요리를 통해서 삶의 일상성을 유지하면서 삶의 부조리를 해석하며 알아가는 과정을 암환자의 돌봄과 아주 조화롭게 써내려간 기록이 바로 이 책이었다. 단순한 암투병기 그런 것이 아니라 뜻밖에 철학인문학적인 사유로 읽는 이를 안내하고 있어서 참 특별한 책이었다.

 

저자 #캐런바빈 은 ‘암과 요리의 계절’ 이라 부제를 달아놓았지만, 그 생각의 폭은 과학, 종교, 예술, 사회, 역사, 자연 등을 넘나드는 광범위함이 있었고, 요리로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들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또한 여성이라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부조리한 시선 및 인식을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가져와 펼쳐주는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면이 이 책의 비범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잘 쓴다. 어려워 보이는 내용도 술술 친근하게 문장을 만든다. 제목만 보고 건강관련 에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건강도 들어있지만 인문철학쪽에 더 가까운 에세이란 생각이 든다.

 

‘맹렬한 허기’는 암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낡고 폭력적인 은유를 걷어내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숨은 보물을 찾았다.

 

 

_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세포 단위에서도 시간과 공간과 논리를 뛰어넘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개별성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낸 신화일지 모른다._p22

 

_부조리란 세계의 근원적인 불협화음과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말한다. 종교, 과학, 요가, 예술은 모두 그 불협화음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내놓으며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내가 보기에 요리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다. 즉, 세차게 끓어오르는 물 표면에서 터져 나오는 거품들 사이 공간에서, 숨결 사이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열망에 기반을 둔 사고방식이다._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