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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허기 - 암과 요리의 계절
캐런 바빈 지음, 이주혜 옮김 / 녹스 / 2026년 7월
평점 :
열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만 생긴다는 ‘배아형 횡문근육종’이 예순다섯 살의 ‘어머니’에게 생겼다.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3주째이고 저자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암환자에게 무엇을 먹여야할지 고민하고 요리를 한다.
#맹렬한허기 는 단순히 신체적인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왜 하필 내 엄마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를 생각하며 가족과 친구 관계망, 세포들 속에 자리하고 있는 유전성, 패턴 등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 아마도 ‘맹렬한 허기’는 이런 배경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암이라는 부조리에 맞서며 우리는 어떻게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답,... 허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며 요리를 한다.
요리를 통해서 삶의 일상성을 유지하면서 삶의 부조리를 해석하며 알아가는 과정을 암환자의 돌봄과 아주 조화롭게 써내려간 기록이 바로 이 책이었다. 단순한 암투병기 그런 것이 아니라 뜻밖에 철학인문학적인 사유로 읽는 이를 안내하고 있어서 참 특별한 책이었다.
저자 #캐런바빈 은 ‘암과 요리의 계절’ 이라 부제를 달아놓았지만, 그 생각의 폭은 과학, 종교, 예술, 사회, 역사, 자연 등을 넘나드는 광범위함이 있었고, 요리로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들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또한 여성이라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부조리한 시선 및 인식을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가져와 펼쳐주는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면이 이 책의 비범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잘 쓴다. 어려워 보이는 내용도 술술 친근하게 문장을 만든다. 제목만 보고 건강관련 에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건강도 들어있지만 인문철학쪽에 더 가까운 에세이란 생각이 든다.
‘맹렬한 허기’는 암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낡고 폭력적인 은유를 걷어내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숨은 보물을 찾았다.
_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세포 단위에서도 시간과 공간과 논리를 뛰어넘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개별성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낸 신화일지 모른다._p22
_부조리란 세계의 근원적인 불협화음과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말한다. 종교, 과학, 요가, 예술은 모두 그 불협화음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내놓으며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내가 보기에 요리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다. 즉, 세차게 끓어오르는 물 표면에서 터져 나오는 거품들 사이 공간에서, 숨결 사이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열망에 기반을 둔 사고방식이다._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