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서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외부에서 만든 음식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황제에게 또다시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항간에 떠돌던 ‘황제의 피해망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날 독살하려는 속셈인 거야.’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_p26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던 대제국 황제 자리에 올라 33년 동안 3개 대륙을 지배했던 압둘하미드 2세는 1909년 4월 28일에 테살로니키에 유배된다. 가족들과 함께 갇히게 된 그 곳에서 그는 과거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 본다.

 

이 모든 것이 운명이란 말인가!

 

_‘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모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집에서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타고 태어나. 우리는 모두 호랑이 등에서 태어난 거야.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_p20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 속에서, 의심 가득한 시간을 보냈던 그였고, 그의 피해망상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심장에 이렇게 비수를 꽂은 것은 바로 이복동생이기 때문이다. 황제의 생각과 감정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드는데, 그에게 감정이입 되기 전에 다른 관점들이 등장한다. 왜 이렇게 반역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하는 국민들의 정서이다.

 

비록 황제의 동생이 즉위했다해도, 제국은 황제가 독단적으로 이끌어가던 시대를 지나 연합진보위원회가 권력을 가진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는 배경과 그 안에 박혀있었던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단순한 소설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였다.

 

역사는 이렇게 훌륭한 작가를 통해서 재탄생하게 되나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황제의 온갖 면면들을 소소한 것들로부터 읽어가는 재미와 헛헛함이 있어서 그 심리묘사에 놀라웠고, 시대를 건너가는 인물들을 통해서 정치변혁기에 봉착한 범인들에 내 자신을 투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우리도 변화하는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일까? 꼭 호랑이의 주인이 되거나, 먹잇감이 되든가 하는 경우의 수만 있는 것일까? 힘을 잘 조율하며 호랑이를 벗 삼아 한 세상 살다 갈 수는 없을까?!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압도당하는 힘이 강렬한 소설 한 편을 만났다. #쥴퓌리바넬리 의 < #호랑이등에서 > 이다.

 

 

_“알라신이 네게 은총을 내리시길. 내가 이 담배를 가장 많이 찾았단다. ... 담배 다음으로는 앵무새가 그립단다. 그리고 목공 도구들도. 그건 내 손이나 다름없었는데. 너무 허전하구나.”_p63

 

 

_‘불쌍한….’ 군의관은 ‘불쌍하다니?’ 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쌍하다고? 내가 지금 그자한테 불쌍하다고 했어?’ 황제는 아무 소식도 모른 채 정원에도 나가지 못하고 저택에서 몇 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걸 알지 못한 채로 어느 날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황제에게는 그게 최선이 아닐까._p3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수학자의 생각법 - 생각의 지름길을 찾아내는 기술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 북라이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우리 뇌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는 직관을 관장하는 뇌 영역을 이용할 때라는 사실을 밝혀낸 듯 보인다. 그래야만 해결책으로 가는 여정을 어지접히는 너무 많은 생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_p396

 

 

“세상은 수학적 질서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해석하는 법은 사람들 마다 제각각 일텐데, 옥스퍼드대학 수학과 교수가 풀어주는 수학자의 보는 법에 관한 도서를 만났다, 바로 <수학자의 생각법>.

주식시장, 도시 건설, AI, 현대 미술, 악기연주, 패턴 찾기, 기억력에 관한 내용부터 뜻밖이였던 심리 치료 까지 .. 현실에 수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수학책이다.

 

기하학, 확률론, 대수학 같이 수학시간에만 익숙했었던 개념들을 어찌나 재미있게 적용해서 설명해 주는지 한 챕터 챕터 문제를 풀어가듯이 집중하면서 읽어갈 수 있었다. 그냥 수학이라고 하면 어려운 내용이라고 짐작할지 모르겠지만, 원제를 먼저 이해한다면, 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제는 ‘Thinking Better: the Art of the Shortcut', 한 마디로 지름길에 관한 내용이다. 많은 수학식들이 이 지름길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 졌으며,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법을 찾으며 기술이 적용되어 왔다. 저자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어하고 있다. 바로 그 방법으로 혹은 직관을 키울 수 있는 학문으로 수학을 제시하며 그 타당성에 대하여 안내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바램도 바램이지만, 읽다보면 한 단계 단계 넘어온 수학자들의 역사가 무척이나 놀랍다. 단순히 물리적인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력 있게 파악하고 수많은 데이터들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도구로,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법, 인간의 타고난 본성까지 읽는 재미, 알아가는 재미가 탁월한 책이였다.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도 이 수학자가 풀어주니 너무 새롭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각 챕터 마다 마지막에 저자가 마무리 해놓은 한 문단과 쉬어가기 코너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수학책들보다 저자 개인적인 생활도 같이 언급을 해놓아서 더 친근하게 남는 교양수학도서가 될 것 같다. 수학을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얼마나 모든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유연한 사고를 위해서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피보나치의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 수열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그가 아니라 인도의 음악가들이었다. ... 긴 비트와 짧은 비트를 이용해 새로운 종류의 리듬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피보나치수열에 도달하게 됐다. ... 가능한 모든 리듬의 개수는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구할 수 있다. 피보나치수열을 쓰면 먼저 만든 리듬을 이용하여 뒤에 오는 리듬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_p66

 

_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가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일과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가장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줄에 손가락을 갖다 댈 것인가?_p78

 

 

_수학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나는 종종 음악을 듣거나 첼로를 연습한다. 이것은 내 생각이 방황하도록 내버려두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 후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면 이상하게도 문제를 보는 나의 시각이 변해 있음을 자주 발견한다._p103

 

 

_내가 수학에서 즐기는 것은 황무지를 고단하게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맥팔레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내가 즐기는 것은 험준한 산에 가로막히는 것 자체다._p195

 

_특히 건물을 설계하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고 그중 에너지 효율설이나 방음 상태, 건축 비용을 최적화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견뎌내는 튼튼한 구조의 건물을 만드는 데 미적분학은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_p2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양장본)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들이 원래를 잔인하고 선정적인 표현들로 가득하며, 원작은 우리가 접해왔던 그런 내용이 아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충격은 온전히 내 기억 속에 있다.

 

당시에 원작이라고 하는 동화들이 한창 번역이 되어 나오는 시점이여서 관련도서들을 찾아서 다 읽어봤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에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얼른 픽한 책,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많이 알려진 빨간 구두,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의 작품들부터 장미의 요정,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마쉬왕의 딸 등 다소 낯선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원문도 일부 포함 되어 있어서 영어로 느끼는 글의 분위기와 함께, 엮은이의 작품 배경에 대한 설명까지.... 이야기 하나로 당시 시대상까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였다.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만한 책, 영어문장을 하나씩 써봐도 알찰 것 같은 도서를 만났다. 동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엿보고 싶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원작의 자극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은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_이 작품은 우리가 흔희 알고 있는 어리석은 허영을 경계하라는 주제도 담고 있지만, 어린 여자아이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려고 했던 그 시대의 사회적, 관습적 구조에 대한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_p45: '빨간 구두‘

 

 

_외다리 병정은 발레리나도 자신을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종이로 만들어져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던 발레리나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_p125: '외다리 병정‘

 

 

_작품을 집필할 때는 산업혁명 시기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했습니다. 이때 자본가들은 싼값에 어린이를 고용하여 성냥 공장에서 노동을 시켰습니다. 당시에는 성냥을 백린으로 만들었습니다. ..... 백린은..... 발화되면서 발생하는 연기를 들이마시면 턱이 녹아내리고 죽게 되는 맹독입니다._p233: '성냥팔이 소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 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그런 날인가보다.

눈을 뜨고 한 가지 주제에 몰두 되는 그런 날...

 

아침 시작영상을 독서에 관한 내용 ‘책 한 권을 딱 하루에 끝장내면 벌어지는 일’ 로 맞이한 날이다. 그리고 금요일오전요가를 가는 길을 동영상으로 담아보고, 다 마치고 집에 오니, 생각도 못했던 도서들이 와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신경숙 에세이 #요가다녀왔습니다 였다. 요가 끝이라 그랬을까? 두유하나 입에 물고 이 책을 펼쳐 들어서 읽기 시작하다가 오는 길에 사 온 바질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과 커피를 챙겨 먹고 마시면서 계속 읽었다.

 

다 먹은 후에도 업무는 미뤄두고 계속 집중을 하다보니 시간 얼마 안걸리고 완독이다. 생활 에세이이기도 했고, 워낙 신경숙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지라 술술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여튼 오랜만의 밝은 시간대의 독서몰입이여서 - 이 시간에는 대부분 업무를 하거나 영화를 봤었기 때문에..- 마지막 장을 닫으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오늘 첫 유튭영상부터 요가 시간, 책 한 권까지, 운명적인 만남들이였다. 유독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던 몇 달 동안 아마도 이런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한 단계 넘어간 기분이였고, 신경숙 작가의 요가에 대한 오랜 시간동안 느꼈던 경험들과 생각들, 그리고 나아지기는커녕 후퇴하는 것 같다는.... 그래도 계속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이유들과 함께 여행 중에 만난 다양한 나라의 요가원들과 분위기에 대한 내용들까지... 참 풍부한 책 이여서 배부른 느낌이다.

 

그녀의 요가를 빗댄 이런 생각과 글쓰기도 바로 관계와 삶이 아닐까 싶다.

 

 

_어떤 선생님은 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갔을 때의 상태를 기억한다고 말해주었다. 몸의 기억력은 대단히 뛰어나서 한번 도달해본 그 지점을 잊지 않는다는 것. 다음번에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몸은 이미 한번 넘어가본 그 지점까지는 가볼 준비를 한다고도 했다.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만큼 무한한데 몸의 주인인 우리가 고통과 대면하지 않거나 새로운 시도를 주저할 뿐이라고. 고통을 호흡으로 안정시켜 안아주고 그 한계를 넘어가보고 또 넘어가보라고._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내 절친 3인은 지금도 한 명만 남았다. 한 친구는 간이 안좋아 한참 병마를 치르며 고생했고, 또 한 친구는 자다가 이승을 떠났다. 착한 일도 많이 했으니 어딜 가나 편히 잘 지내리라 믿는다._p108

 

세로토인 관련 정신건강내용을 통해 접해왔던 #이시형 님이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은 인생 에세이, < #이시형의인생수업 >을 만났다. 90세 국민 정신과 의사답게 그의 인생에 들어왔던 이들이 참 다양하고 많았는데 그 만남들을 통해서 한 사람의 시간들이 채워지는 것을 읽는 느낌이 참 감동이였다.

 

나이 만큼이나 긴 세월이라서 우리나라 아픈 역사가 엿보이기도 하고, 유학이라는 것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 겪은 미국 경험들도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어지는 이시형 님의 짤막한 에세이들이 참 좋았는데, 그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과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간만에 편안한 소파 같았던 시간이었다.

 

 

_“키만 크다고 어른인가요?”

내가 대학생 때 읽은 김내성 소설의 한 구절이다._p2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