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 ㅣ 양철북 청소년문학 4
줄리아 월튼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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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래, 녀석이 날 때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내 잘못이 조금도 없다고 하면 그거야말로 거짓말일 것이다.

보통 불안장애가 있으면 싸움을 무조건 피할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늘 그렇진 않다. 적어도 나는 안 그런다.

 

방어 본능이 일어나기도 한다.

 

뜨거운 공황이 치밀어 오르면 일단 몸 밖으로 꺼내야 한다. 때때로 가장 쉬운 방법은 개자식이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느낌을 재빨리 밖으로 쏟아 내서 순간적인 안도감을 얻는 것이다. 일단 그 느낌이 떨어져 나가기만 한다면, 내 신경을 물어뜯지만 않는다면야 아무래도 좋다._

 

 

‘나’는 사진을 찍고 뜨개질을 하며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주인공이다. 위와 같이 불안 장애가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주고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잘 맞지 않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

 

학교에서 얼떨결에 몸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억울하게 방과 후 벌을 받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요가’를 배우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그것도 ‘핫요가’를....

 

이후로, 매일 오늘의 자세를 하나씩 배우면서, 그 날의 일기를 주인공을 적고 있다. 말 그대로 ‘나’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거침없이 흘러가는 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의 심리를 아주 잘 담고 있었다. 각 요가자세에 대한 주인공의 주관적인 생각도 무척 재미있었다.

 

 

어제 싸웠지만 결국 친구가 되기도 하고, 오히러 담백하게 서로를 잘 인정해 주기도 하는 것이 청소년시기인 것 같다.

 

이들도 이 뜨거운 시기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는 듯 해 보였는데, 때로는 과격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가 안되기도 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연민이 느껴지고 결국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물론 요가자세도 따라해 보고 ㅎㅎㅎ

 

 

주인공, 레오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우리 각자의 ‘오늘의 자세’는?

 

거침없이 전개되지만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였다.

 

 

_오늘의 자세: 아기 자세

무릎을 꿇고 앉아 이마를 매트에 대고, 양팔을 몸 옆에 가지런히 둔다.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되풀이 하는 자세이자 방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자세다.

 

가끔은 나 좀 살려 달라는 소리 없는 표현일 때도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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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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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책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책’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썼다 해도, 그것이 잘 정돈되고 하나의 주제에 맞게 걸러지지 않는다면 책을 만들어질 수 없다. 설사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 낮은 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은 글의 집합체가 아니다._p19

 

책 만들기에 대한 진지한 글들로 시작하고 있는 ‘예비 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여기저기 개인출판이 유행처럼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인데, 책을 만들어서 세상에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며 얼마나 많은 노력과 각오가 필요한 지 알아야 한다고 시작부터 저자는 말하고 싶은 듯 했다.

 

 

구체적으로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체계적인 작업들이 필요했는데, ‘집필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운을 띄우고 있다. 제목, 기획 의도, 콘셉트, 독자층, 유사 도서와의 차별성, 목차로 구성되는 이 기획서는 딱 봐도 하루아침에 뚝딱 나올 것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어떤 글을 가지고 책을 내는 것이 좋은지를 살짝 충고해주고 있었다. 일기 말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처음부터 자세하게, 처음에는 뼈대만 만들고, 거시적인 것을 미시적인 것으로 바라보는데 좋은 글쓰기의 비밀이 들어 있다고 하니, 내 책을 내기를 원하는 이들은 평소에도 이 룰에 맞춰서 생각을 정리한다면 훗날 실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책의 원고가 완성된다고 해도 이를 세상에 내어줄 이가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내용들은 출판이나 세상에 내 글을 선보이는 통로들에 대한 것이다.

 

보면 글만 잘 써가지고는 작가라는 것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혼자서 그냥 출판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출판사의 전문 에디터들의 손길을 받은 작품들은 확실히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통로를 통한 출판에 더 관심이 갔다.

 

만약 출판사의 마음에 자신의 작품이 선택되었다고 해도 계약 등의 실질적인 단계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도 설명해주고 있어서 작가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책이다.

 

 

물론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비교적 간편하게 책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전자책과 같은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공통된 충고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 말고 질 높은 글을 쓰라는 것이다. 디자인이나 편집에도 충분히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은 꼭 명심해야하는 기본 중에 기본일 것이다.

 

 

읽다보면 정말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잘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더 이 안내서가 필요한 것 같다. 어떤 결과를 내느냐는 그 과정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이 도서는, 내 책을 출판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_책을 쓸 때는 자신의 글이 어떤 부류에 속해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정보를 전할 것인가, 정서를 전할 것인가._p35

 

 

_책은 내용만 좋아서 되는 건 아니다. 누가 썼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파리여행이라도 다 똑같은 여행이 아니다. 독자는 ‘그 사람’의 여행이 궁금한 것이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 사람, 출판사는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맨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것이다._p85

 

 

_이왕 자비출판을 하기로 했다면 되도록 자신의 책을 잘 만들어 줄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_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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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돈 공부
조성준 지음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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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돈 이야기를 하는 시대가 왔다!”, ㅎㅎㅎㅎ 이렇게 혹 하게 하는 문장이 있을까?

 

이 책의 정체성을 이 한 문장으로 다 설명하고 있다. 요 몇 년 사이에 돈에 관한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돈알못’인 나 같은 이도 자연스럽게 몇 권을 접해 보았었다. 어떤 책은 너무 사회경제적 내용들만 있었고, 어떤 것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 또한 다른 것은 기초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너무 주식위주의 내용일 때도 있었다.

 

<우울할 땐 돈공부> 이 책도 그런 류의 하나인데, 그동안 접해왔던 도서들 중 가장 실질적인 돈얘기를 해주고 있었다. 주식을 잘 몰라도 주식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고, 그래도 겁난다면, 주식과 펀드의 장점만을 뽑아낸 금융상품인 'ETF'를 권하고 있었다. 주식이라고는 그 뜻만 대충 아는 나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어본 용어이고 여기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투자방법으로 권하고 있는 것을 보니 충분히 실행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재산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올 부동산에 대해서도 비교와 예시를 통해 잘 다뤄주고 있었다. 생애 첫 집으로 어떤 집이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련법들 (세금같은 것 등)에 관한 사항들, 집값폭락론에 대한 저자의 변, 부동산 공부에 도움이 되는 앱까지, 참 알뜰하게 넣어놓았고, 굉장히 유용해보인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였다면, 그 후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본격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일단 자본주의 생존법칙 4가지로 현금자산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에 의문을 던진 후에,

지금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재테크(꼬마빌딩, 비트코인), 퇴직연금에 대한 설명을 짧지만 핵심만 뽑아서 설명해주고 있는 듯 했다. 이해하기 쉽게 시원시원하게 - 저자가 기자라서 그런가? - 적어놓아서 읽기 매우 편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어쩌면 막바지에 있는 가이드 4와 5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이드 4챕터에서는 ‘이미 도래한 세계를 확인하라: 이제 돈벼락은 ‘여기’ 친다‘는 제목으로 지금 진행중인 시장상황을 넣어놓았고, 가이드5에서는 그럼 무엇에 ’선택하고 집중‘해야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미 경제 생태계가 변화되고 있으니 우리의 기존의 습관도 바꿔야한다는 조언은 많이 듣고 있으나 잘 안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관련 기본지식의 부족도 이유이고, 필요성을 많이 못 느껴서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그 변화들을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돈알못’이라고 생각하고, 급격히 변화되는 경제시장이나 자신의 노후가 걱정된다면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_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한국에선 기업이 배당을 줘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희박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 역시 배당금을 받으며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보다는 단기적인 거래에 매달린다. 최근에야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이기는 한다. 우리나라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앞장서서 배당금을 늘렸다. 삼성전자가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서서히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_p62

 

 

_평범한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를 버는 스타들은 왜 집을 사지 않을까. 대부분은 세금 때문이다. 한남동 고급주택을 소유하기만 해도 1년에 내야 하는 세금은 웬만한 직장인 연봉보다 훨씬 많다. ..... 그래서 그들은 한 달에 월세 1000만원을 지불하는 게 더 편리한 선택이다.

.....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위 1% 스타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어차피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아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굳이 집 매매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집을 사지 않는 스타들’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지 않아도 된다. 세금보다 월세 내는 게 유리한 집은 한남동 펜트하우스에서나 적용되는 이야기다._p106

 

 

_개인은 섣불리 하락에 돈을 걸면 안 된다. 가급적이면 자본주의는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인류는 세계대전,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도 결국 극복했다. 그래서 성장에 배팅하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하락에 돈을 거는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_p112

 

 

_그런데 파이어족에 대한 오해가 있다. ...... 파이어족이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틈만 나면 여행이나 다니며 유유자적 놀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제각각 자신만의 일을 한다. 그것도 꽤 치열하게.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가치를 창출한다. 누군가는 유튜브를 하고, 누군가는 강연을 한다. 책을 쓰는 사람도 있고,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_p146

 

_혼자 산다는 건 자기 자신을 기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르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재테크 마인드에 눈을 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통장에 현금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흐름이 반가운 증권사다. 실제로 2021년 국내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_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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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쿠바 -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한 쿠바댁 린다의 좌충우동 쿠바살이
쿠바댁 린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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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는 생각이 건전하고 건강했으며, 교양과 품위를 갖추고 있었다.

 

... 뿌리 깊은 소나무 같은 이 남자는 처음 경험해보는 자본주의 국가에 와서도 크게 흥분하지 않았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나만 바라보았다.

 

..... 이 남자가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반쪽이라는 확신이 든 날 나는 그와 평생을 함께하리라는 결심을 했고, 다음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_p61

 

이렇게 설득력 있는 글로,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하게 된 40대 한국 여자의 진심을 담으며, 독자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시작하는 <어쩌다 쿠바>.

 

 

그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이 실제로 있구나!’ 싶었던 동화 같은 전개였는데, 무한긍정의 쿠바댁 린다의 기억과 생활 속으로 금새 빠져들었다.

 

이 커플이 한국땅에서 겪은 생활에피소드들과 생각부터, 쿠바로 다시 건너가서 팬데믹 시기를 지나오고 있는 시점까지의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쿠바에서의 생활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방인으로 쿠바에서 겪은 이야기들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도 이국적인 문화를 간접체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 들어본 장소들도 나오고, 몰랐던 쿠바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으며, 현지 명소들도 소개해 놓아서 여행에세이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어쨌든, 사실 이 에세이는 정말 오글거린다 ㅎㅎㅎㅎ

이 커플의 서로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 넘친다. 여기에 쿠바의 색다른 풍광과 현지 상황들이 어울려져서 특별함을 더하고 있는데, 저자의 유쾌한 화법과 생각이 읽는 이들 까지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만들고 있었다.

 

<어쩌다 쿠바>, 기분 좋게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_대신 남편의 좋은 점, 남편이 잘해 주는 것만 기억하니 코로나19로 집콕하며 남편 얼굴만 보고 있지만, 남편 때문에 힘든 점은 없다. 오히려 매일매일이 행복한 날들이다. 이 일을 통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

 

내가 행복하려면 나쁜 일은 빨리 지우개로 싹 지워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즐기자. 카르페 디엠!_p129

 

 

_코로나 19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관광객이 더 이상 들어올 수 없게 되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쿠바인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고, 쿠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요즈음 우리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고, 이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 쿠바에서 나는 내 나름의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이겨내고 이 기회를 잘 활용해 보려고 한다. .... “위기는 위험한 기회다.”_p155

 

 

_카리브해 위에서 물속으로 숨바꼭질 해버린 시뻘건 해가 바다 위로 뿜어내는 붉은 흔적과 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이름 모를 푸른색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석양은 황홀하다 못해 어질어질할 지경이다.

 

하늘을 좋아해서 어디를 가든 유심히 하늘을 보아왔지만, 쿠바의 하늘만큼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컬러풀한 하늘은 처음이었다._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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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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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집에 환대를 받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였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의 전반부를 읽었던 이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

 

저자는 10대 때부터 혼자 여행을 다닌 듯한데, 파키스탄을 비롯해서 미얀마,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테살로니키 등, 내게는 낯선 장소들에서의 경험들을 예로 들고 있었다.

 

책 본문의 시작은,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돌아올 곳, 즉 집의 의미에 대하여 키케로와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일화들을 통해 설명해 놓았는데, 집이란 것은 여러 형태를 띨 수 있고 그래서 집을 다시 상상하고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즉 어느 문화권, 혹은 어떤 지역의 분위기에 따라 개방적일 수도, 폐쇄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방인이 문간에 나타났을 때의 보편적 인간 심리, 문턱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올 때의 일종의 의례들, 그리고 이어지는 손님과 주인의 예와 만찬의 법칙, 작별까지... 여러 문화적인 내용들, 역사적인 사실, 인간의 본성까지 들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저자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이를 탐색하고 경계하고 때론 환대하고 합병했던 인류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전반부의 내용이 이렇게 전통적인 분위기였다면, 후반부는 좀 더 지금 상황과 맞닿아 있었고 저자의 경험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동반자 엘리와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난 여행, 그리고 대도시에 살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쌓아가며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타인에 대한 희망을 던지고 있었다.

 

특히 이 후반부를 읽으면서는, 에어비앤비에서 만났던 호스트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말레이시아에서 알게 된 친구들은 지금도 연락을 하고 때론 도움을 주고받는 진짜 친구로 남아있다. 아마도 별다른 의심 없이 타국을 돌아다녔던 내 무심함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여행이 힘들어져서 낯선 이들을 접할 기회가 통 없었던 요즘, 나는 온라인으로 나누는 소통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커뮤니티와 분위기가 떠올랐고, 저자가 발견한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 끝은 ‘타인’과 함께하는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 책으로도, 깊이 있는 에세이로도,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는 철학책으로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_인도네시아: ‘라마이’한 집은 방문객이 북적이는 생동감 있는 집, 음식과 담배, 농담과 대화를 나누는 집이다.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 있고 활기찬 흥분”으로 가득한 집이다._

 

_낯선 사람과 만날 때 조심스럽게 행하는 의례에는 더 가벼운 것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장난기와 익살이라는 첨가제다._

 

_손님이든 집주인이든, 시기적절하고 우아한 떠남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기민한 사람이다._

 

_선택하지 않은 외로움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외로움은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_

 

 

_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낯섦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 속에서 내가 전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어쩌면 새로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_

 

_우리가 21세기에 온라인 채팅과 영상통화, 사진 공유, 메시지 교환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연결되는 방식에는 어딘가 다정하고 기발한 데가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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