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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집에 환대를 받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였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의 전반부를 읽었던 이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
저자는 10대 때부터 혼자 여행을 다닌 듯한데, 파키스탄을 비롯해서 미얀마,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테살로니키 등, 내게는 낯선 장소들에서의 경험들을 예로 들고 있었다.
책 본문의 시작은,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돌아올 곳, 즉 집의 의미에 대하여 키케로와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일화들을 통해 설명해 놓았는데, 집이란 것은 여러 형태를 띨 수 있고 그래서 집을 다시 상상하고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즉 어느 문화권, 혹은 어떤 지역의 분위기에 따라 개방적일 수도, 폐쇄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방인이 문간에 나타났을 때의 보편적 인간 심리, 문턱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올 때의 일종의 의례들, 그리고 이어지는 손님과 주인의 예와 만찬의 법칙, 작별까지... 여러 문화적인 내용들, 역사적인 사실, 인간의 본성까지 들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저자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이를 탐색하고 경계하고 때론 환대하고 합병했던 인류의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전반부의 내용이 이렇게 전통적인 분위기였다면, 후반부는 좀 더 지금 상황과 맞닿아 있었고 저자의 경험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동반자 엘리와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난 여행, 그리고 대도시에 살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쌓아가며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타인에 대한 희망을 던지고 있었다.
특히 이 후반부를 읽으면서는, 에어비앤비에서 만났던 호스트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말레이시아에서 알게 된 친구들은 지금도 연락을 하고 때론 도움을 주고받는 진짜 친구로 남아있다. 아마도 별다른 의심 없이 타국을 돌아다녔던 내 무심함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여행이 힘들어져서 낯선 이들을 접할 기회가 통 없었던 요즘, 나는 온라인으로 나누는 소통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커뮤니티와 분위기가 떠올랐고, 저자가 발견한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 끝은 ‘타인’과 함께하는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 책으로도, 깊이 있는 에세이로도,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는 철학책으로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_인도네시아: ‘라마이’한 집은 방문객이 북적이는 생동감 있는 집, 음식과 담배, 농담과 대화를 나누는 집이다.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 있고 활기찬 흥분”으로 가득한 집이다._
_낯선 사람과 만날 때 조심스럽게 행하는 의례에는 더 가벼운 것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장난기와 익살이라는 첨가제다._
_손님이든 집주인이든, 시기적절하고 우아한 떠남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기민한 사람이다._
_선택하지 않은 외로움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외로움은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_
_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낯섦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 속에서 내가 전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어쩌면 새로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_
_우리가 21세기에 온라인 채팅과 영상통화, 사진 공유, 메시지 교환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연결되는 방식에는 어딘가 다정하고 기발한 데가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