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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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보다 더 외로운 순간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소설가들도 거듭 말했고그 말이 주는 서글픔은 부정할 수가 없다그리고 V양의 일을 겪고 난 지금 나는 그 말을 믿게 되었다._['불가사의한 V양 사건에서]

 

_클라리사가 생각했다그녀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올 것이다정작 보고 싶은 사람들은 오지 않을 것이고그녀는 문 옆에 서 있어야 할 것이다._[‘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시간을 넘나들고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 읽어가게 되는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 <블루&그린>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접한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들이라서 벅찬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다.

 

마치 서사시처럼 써내려간 블루&그린부터 시작해서여자 대학의 내밀한 이야기정말 반가웠던 댈러웨이 부인과의 만남을 넘어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나온 당시에는 파격적이였을 것 같은 동성애코드실제 파편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는 어느 밤울프가 계속 던지고 있는 결혼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들전형적인 인간유형이 나오는 소설그녀의 마지막 단편소중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이야기관계의 이야기삶과 죽음 까지.....

 

이 작가를 처음 접한다 하더라도이 책 한 권만으로도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추측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버지니아 울프역시나 참 좋은 시간이였다.

 

 

_나는 잠에서 깨면서 소리쳤다.

당신들이 묻어둔 보물이 이건가요마음 속에 있는 빛 말이에요.”_[‘유령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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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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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친구들이 관심을 둘 만한 얘깃거리를 가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그래서 주디스는 늘 다른 이들이 따분함을 느끼는 일들 속에서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찾아냈다가끔은 그 재능을 선물처럼 느껴졌다.

.....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관심을 끌 만한 화젯거리를 늘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_p21

 

 

북아일랜드에 사는 주디스 헌은 얼마 전 이모를 떠나보내고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때는 1950년대... 독신여성으로새롭게 옮긴 하숙집에 막 도착했다각진 얼굴에 길고 뾰족한 코를 가졌으며 40대 초반이다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한 외모에 경제적으로도 풍부하지 못하지만그녀는 가슴에 희망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한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하지만 바램보다는 진전이 없는 듯 하고 오해가 쌓이는 듯 하다.... 그러다....

 

 

마음의 공허함을 술로 달래는 주인공의 외로움이 글 여기저기에 배어있다마지막일 것 같은 열정을 불태워보려고 했으나 왠지 어장관리 당하는 듯한 느낌이여서 마음 아프게 느껴졌고여성이라는 이유로 40대에도 혼자라면 이렇게 못생기고 돈도 없을 거야 하는 전제로 진행되는 일련의 사고들이 씁쓸했다.

 

그래서 사람들 관심밖에 있는 존재인데당사자는 그 바운더리를 넘어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모습이 당시의 분위기를 어럼풋이 느낄 수 있게 하였다이것도 마음아픔... 그냥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힘든 것일까그녀를 지탱해주는 바로 그런 점은 신앙이지 않았을까 싶다.

 

대다수가 가는 평범한 삶을 가지지 못한 한 여성의 오래전 시대 이야기는 그 깊은 외로움과 열망으로 시대를 넘어 전해왔다지금 시대와는 많이 다르겠으나그녀가 느끼는 본연의 감정들은 공감되기에 충분했다부디죽는 그날 까지 그녀가 편안하고 충만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영미소설이였다추천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_눈물이 맺히고 온몸이 떨렸다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그녀는 일단 원하는 게 생기기 시작하면 그걸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그러고 나면 끔찍한 기분을 느끼다가 며칠씩 앓곤 했었다._p188

 

_작별 키스를 날린 주디스는 도로로 뛰어 올라가는 어린 케빈을 지켜보았다참 사랑스러운 가족이야참 좋은 친구들이고케빈이 내 아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엄마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깡충깡충 뛰어가는 내 아이내 어린 아들지금은 없어._p290

 

_무슨 소리야주디스는 술병을 바라보며 웃었다너는 참 고리타분한 소릴 하네내가 너한테 왜 미안해야 해그녀는 술병에게 말했다내가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하나도 없어왜냐하면 그 이유를 알려 준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었거든._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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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플라스틱맨 - 일본 제8회 그림책 출판상 우수상 수상작
기요타 게이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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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마구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다른 생물들이 죽고 바다와 땅은 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인간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서로를 탓하며 싸움만 하고 있는데,

그러던 어느 날바다 생물들의 슬픔과 분노가 가득차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맨이 태어났다.

 

플라스틱맨의 가슴이 빛이 난다는 것은 근처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호다.

 

빛이 나면 그 현장으로 즉시 달려가는 플라스틱맨!

 

인간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환경보호를 잘 해 낼 수 있을까?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더미 속에서 플라스틱맨이 태어난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전개되는 그림책, <고마워플라스틱맨>.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이 플라스틱맨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이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쓰레기를 줍고 계속 주의를 주는 그를 통해서 인간들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깨끗해지는 자연을 풍성한 색감의 그림들로 채워놓았다.

 

보다보면 미안함이 앞서는 환경보호 그림책아이들과 함께 얘기 나눠보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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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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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세상이 비혼인 중년을 취약하고 비정상적이며 비참해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 생애 과제들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하리라 예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결혼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사람이 성숙해지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은 애초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일이다._p12

 

_혼자 사는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양한데이 책에서 말하는 에이징 솔로는 결혼의 경험이 있건 없건 스스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살기를 선택해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중년을 뜻한다._p13

 

 

이상한 정상가족’ 으로 가족 범주에 대한 논의와 아이들에 관한 주제로 통찰력 있는 내용을 다루어주었던 김희경 교수가 이번에는 1인 가구특히 나이 들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하여 책으로 내놓았다.

 

혼자 사는 삶을 결혼과 대비되는 지점에만 묶어두는 흔한 시각과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직접 에이징 솔로의 삶을 가시화 시키고 싶은 바램으로 완성된 책, <에이징 솔로>.

 

에이징 솔로들의 솔직한 대답들사회현상학적 관점편견들당장 눈앞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제적인 대처사회복지 측면다양한 형태의 협동체계를 만들어가는 움직임들과 진행상황그리고 죽음의 문제까지... 설사 본인이 에이징 솔로는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더라도더불어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이 책의 관점으로 다가가 보는 태도도 필요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마주하게 되는 많은 것들을 노년이 되었을 때는 어떠할까?’로 대입시켜본다그럴 때마다 어찌할 수 없는 사회적 지지기반의 부재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은 안심하게 되었다물론 현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단되어버린 부분들은 한 숨이 나왔지만그래도 많아지는 경우의 수를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믿는다.

 

결국은 잘 살고잘 죽고사후에 대한 걱정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첫 페이지부터 공감되지 않은 부분이 없었던 이 내용들은 씁쓸하면서도한편 이렇게 만날 수 있음이 다행이였다언젠가 미래에 읽게 될 이 책의 후속은 많은 사회적 기반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인식에 개인존중과 함께함이 더해져 있기를 소망해본다.

 

현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_돌봄이 이렇게 젠더화시장화되고장기요양제도가 있어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존엄한 돌봄과 인생의 마무리는 돈이 얼마나 많은가와 어떤 간병인을 만나는가 하는 운에 좌우된다송병기는 이를 각자도생에 빗대어 각자도사라 불렀다능력껏 알아서 잘 죽을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비참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는 단지 1인 가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오늘날 한국 사회의 죽음의 풍경이다._p249

 

 

_그렇게 가족이 짐을 덜어 유연해지고흑백논리처럼 결혼 아니면 솔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아니면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든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맺은 친밀한 관계가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서로 돌볼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미래 가족의 모습이 되는 걸 보고 싶다._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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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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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잘 자요좋은 꿈꾸고.

건의 메시지였다휴대폰을 제자리에 올려놓고 진솔은 스탠드 조명을 켰다형광등을 끈 뒤 침대로 들어가서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1, 2, 3.... 감은 눈꺼풀 위로 스탠드 조명이 밝게 스며들어 그녀는 몸을 한 번 뒤척였다._p83

 

 

_말도 안 돼그녀에게 문득 쓴웃음이 스쳐 갔다그 남자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는데그 남자가 언제 입맞춤을 했고... 언제 내가 기대하도록 했는데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분명히 그런데.... 왜 마치 잠든 사이 몰래 찾아와 입 맞추고 가기라도 한 것처럼내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진솔은 조용히 중얼 거렸다. “...우습네.”_p92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설... 소소한 일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읽다보니 드라마작가 진솔과 PD 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주변인물들도 나오지만 주요 화자는 진솔이다.

 

직장동료인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서서히 젖어드는 감정에 오락가락 하는 이들을 보며 그렇구나...” 하며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고 헛웃음이 나왔다계속되는 대화들과 섬세한 표현들이 참 좋다 하면서도글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드라마로 만났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는 남는다.

 

모든 것이 복잡했었던 그 시절의 이들은 말 한 마디에 흔들린다... 뭐 지금의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 추억만으로도 삶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안심하며 이들을 보낼 수 있었던 마무리여서 좋았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빌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뒤에 부록처럼 넣어져 있었던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이 더 기억에 남는다.)

 

 

_보기 좋게 깎은 연필을 필통 속에 잘 넣어두고 다시 새것을 꺼내 깎기 시작했다일이 손에 안잡히거나왠지 마음이 들뜨고 심란할 때면 연필 몇 자루를 깎는 게 그녀의 오래된 습관이었다칼끝에서 밀려나가는 가느다란 나뭇결을 쳐다보는 게 좋았고검은 흑연을 사각사각 갈아내는 감촉도 좋았다세월이 흘러도 어린 시절 맡았던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연필 깎을 때 연하게 풍겨오는 나무 냄새도 마음에 들었다._p5

 

 

_건은 말문이 막힌 채 들끓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사랑 할 거에요사랑해서 슬프고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즐거운 사랑 할 거예요처음부터 애초에 나만을 봐주는 그런 사랑이요.”

침묵이 흘렀다._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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