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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ㅣ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평점 :
_친구들이 관심을 둘 만한 얘깃거리를 가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주디스는 늘 다른 이들이 따분함을 느끼는 일들 속에서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찾아냈다. 가끔은 그 재능을 선물처럼 느껴졌다.
.....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관심을 끌 만한 화젯거리를 늘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_p21
북아일랜드에 사는 주디스 헌은 얼마 전 이모를 떠나보내고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때는 1950년대... 독신여성으로, 새롭게 옮긴 하숙집에 막 도착했다. 각진 얼굴에 길고 뾰족한 코를 가졌으며 40대 초반이다.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한 외모에 경제적으로도 풍부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가슴에 희망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한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바램보다는 진전이 없는 듯 하고 오해가 쌓이는 듯 하다.... 그러다....
마음의 공허함을 술로 달래는 주인공의 외로움이 글 여기저기에 배어있다. 마지막일 것 같은 열정을 불태워보려고 했으나 왠지 어장관리 당하는 듯한 느낌이여서 마음 아프게 느껴졌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40대에도 혼자라면 이렇게 못생기고 돈도 없을 거야 하는 전제로 진행되는 일련의 사고들이 씁쓸했다.
그래서 사람들 관심밖에 있는 존재인데, 당사자는 그 바운더리를 넘어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모습이 당시의 분위기를 어럼풋이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이것도 마음아픔... 그냥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힘든 것일까? 그녀를 지탱해주는 바로 그런 점은 신앙이지 않았을까 싶다.
대다수가 가는 평범한 삶을 가지지 못한 한 여성의 오래전 시대 이야기는 그 깊은 외로움과 열망으로 시대를 넘어 전해왔다. 지금 시대와는 많이 다르겠으나, 그녀가 느끼는 본연의 감정들은 공감되기에 충분했다. 부디, 죽는 그날 까지 그녀가 편안하고 충만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영미소설이였다. 추천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_눈물이 맺히고 온몸이 떨렸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일단 원하는 게 생기기 시작하면 그걸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러고 나면 끔찍한 기분을 느끼다가 며칠씩 앓곤 했었다._p188
_작별 키스를 날린 주디스는 도로로 뛰어 올라가는 어린 케빈을 지켜보았다. 참 사랑스러운 가족이야, 참 좋은 친구들이고. 케빈이 내 아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깡충깡충 뛰어가는 내 아이. 내 어린 아들. 지금은 없어._p290
_무슨 소리야. 주디스는 술병을 바라보며 웃었다. 너는 참 고리타분한 소릴 하네. 내가 너한테 왜 미안해야 해. 그녀는 술병에게 말했다. 내가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하나도 없어. 왜냐하면 그 이유를 알려 준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었거든._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