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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다 ㅣ 바뢰이 연대기 2
로이 야콥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보이지않는것들 로 알게 된 로이 야콥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바뢰이 연대기의 두 번째 이야기, #하얀바다를 만났다. 전작이 가족 전반적인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섬에 홀로 남은 잉그리드로 시작한다.
_물고기들이 먼저 왔다. 인간은 바다에 손님으로 찾아온 하나의 끈질긴 생명체일 뿐이다._p9
책 시작의 이 두 문장에서 한참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느꼈던 바다가 고스란히 돌아온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어지는 잉그리드의 섬에서의 생활은 고독감이 진해서 나를 잠 못 들게 하기 충분했었다. 생활 속의 섬세함은 강인한 생명력까지 느껴지면서...
그러다 정적을 깨고 나타난 시신들과 난파흔적들, 숨이 간신히 붙어있는 한 남자.. 이 사람은 누구일까? 어떻게 이 섬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잉그리드는 그를 살리기 위해서 애쓴다. 그는 깨어났지만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는 듯 하다. 독일인인지 러시아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쟁통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독일군이라면 본토의 독일군에게 보고를 해야한 한다... 어서 그를 이 섬에서 나가게 해야 한다.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생기는 것 같지만 당장 이 남자를 살리기 위해서 흔적을 지우고 다른 곳으로 보낸다. 마침내 뭍에서 찾아온 장교와 사병들, 이들은 시신들을 옮기며 이것저것을 묻는다.. 그들은 갔고 다시 그 남자를 데려오려고 하면서 쓰러진 그를 케어하면서 언젠가 이와 비슷했었던 상황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몸에 피가 다시 돌수 있도록 몸을 문지르고 때리기도 하다가 정신을 잃고 만다... 병원에서 눈을 뜨는 잉그리드..
심한 폭행을 당한 듯한 그녀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 곳의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과 마음을 소통하며 지내게 된다. 이렇게 또하나의 연대를 만들며 살아가는 힘을 서로 얻어가는 것이다.
전작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보였던 잉그리드는 <하얀바다>를 통해 삶 속에서 성숙해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인생은 어둡고 비참함 조차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 가족들이 흩어지고 모이고를 반복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바뢰이섬이 있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희망이 계속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좀 더 섬세하고 깊어진 이야기로 겨울밤을 채워준 소설, 다음 연대기가 기대된다.
_그 역시 작별 인사를 건넨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문채 함께 밖으로 나가 걸었다. 정고에 도착한 그들은 나룻배를 바다에 띄웠다. 그의 미소는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였다._p109
_어찌 보면 넬비도 전쟁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사실이었고,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문에 침묵을 지키며 관을 둘러싼 채 서 있는 사람들은 눈물로 표현할 수 있는 슬픔보다 더 깊은 심각함에 젖어 들었다._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