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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8분 전에 태양을 출발해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에 도착한 빛알갱이 하나가 지금 당신의 눈에 닿아 이 글귀를 읽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우연에 가까운 확률이 바로 우주의 탄생과 삶 그 자체입니다.”
지구과학, 혹은 물리시간에 ‘빛’의 도달시간에 대하여 배웠었지만, 이토록 의미심장하고 낭만적으로 바라봐본 적이 있었을까? 어쩜 이런 표현을, 한편 정말 맞는 말이기도 해서, 이 책 초입부터 이미 감동이였다.
뇌과학 분야 책들을 읽으면서, 시각이라는 것이 다분히 주관적인 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대적인 감각은 거의 불가능하고 - 특히, 시각은..- 밖에서 들어온 자극이 눈을 통해 뇌에서 해석이 되어 송출된다. 빛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세상의 색상들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값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이 책, ‘빛이 매혹이 될 때’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각 챕터마다 빛에 대한 물리학적인 내용을 먼저 언급하고 이와 연결될 수 있는 예술, 특히 그림기법, 미술사조변화의 계기, 대표작가들, 그들의 작품들, 등 풍부하게 담겨져 있었다.
뜻밖에, 18세기 한국 초상화에 대한 변화도 언급하고 있어서 반가웠는데,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원근법을 적용한 도화서 화원 이명기의 <유언호 초상>에 대한 내용이였다.
개인적으로는 4장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가 제일 인상 깊었다. 이 챕터의 빛 에너지가 가진 양자적인 특성까지 보면서 ‘맞아 저자가 서민아 물리학자였지?’ 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장 금속 화합물의 연소로 만끽하는 불꽃놀이 설명부터 오로라의 원리에 대한 긴 설명, LED 발광 반도체를 건너, 양자역학에 이르며 미술작품으로 연결되는 전개는 너무 집중하게 만들어서 내 혼을 쏙 빼놓았다.
_과학자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_
아마도 학문이라는 것은 한 덩어리일 것이다. 각각의 분야들이 직관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온전히 하나로 작용하는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빛이 매혹이 될 때>처럼 여러 분야가 혼재되어 있을 때는 더욱 확신하게 된다. 빛이 어떻게 작용하는가하는 물리학에서 시작하여, 미술,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찰력은 읽는 이들도 범상치 않은 경지에 오르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두 말 하면 잔소리인, 필독서다. 정말 매력있다.
_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면 책을 펼치지 않고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이 상자를 열지 않고도 안에 어떤 물질이 들었는지 알 수 있다._ [‘테라헤르츠파가 보여주는 그림의 생애’에서]
_곤살베스는 <수평선을 향하여>에서 중첩된 세계를 보여주며 삶은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삶이 어디로 향하는지 언제 어디에서 끝나는지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다._[‘양자 세계를 시각화한 미술가들’에서]
_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집요하리만큼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탄생한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 빛에서 출발하지만 빛이 닿지 못하는 인간 심연의 어떤 곳에서 오나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_ [‘쇠라와 고흐가 열어준 새로운 미적 경험의 세계’에서]
_빛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탐험 도구가 되었다._
_빛은 오랜 인류 역사를 통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며 세계관을 확장해왔으며, 앞으로 더욱 다채롭고 위대한 도전들을 이루어나갈 것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