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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규선과 나경은 미래를 위해 냉동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냉동하고 또 원하는 시점에 해동해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오늘 규선의 할 일은 B-17903을 해동시키는 것이다. 헌데 이 사람의 냉동사유가 참 웃기다. 꿈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이 어처구니없는 사유로 냉동되었던 B-17903은 무사히 해동되었다. 다른 해동된 이들보다 훨씬 활기차고 컨디션도 좋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이 남자가 꿈에서 만난 사랑하는 이를 실재로 만나고 분홍빛 미래를 설계하고 하는 로맨스 소설인가 보다하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아니였다.
그 뒤로 이야기가 흐름을 탄다 싶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쏙쏙 등장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있었다. 한 챕터라도 놓치면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해당 인물의 이전 챕터를 찾아봐야 한다. 그만큼 흥미로웠는데... 읽을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게 하는 인물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신 분이시라면 누구를 말하는지에 대해 이견은 없을 것이다.
암튼 무슨 추리소설을 읽듯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지루함은 없이 완독할 수 있었다.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누구나 원하면 자신을 냉동시키고 이번 생을 유보할 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은 어떨까? 이 작업을 하는 회사의 윤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현실감도 있었다.
또한 냉동되었다가 해동되어 깨어난다고 해도,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과연 이전과 다른 생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같이 남기는 소설이였다.
제목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는 가볍지 않은 우리네 인연법과 머지않은 미래의 한 옵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_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다.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의 문이 열려있는 건 아니다._
_총괄 매니저를 만나고 난 후 하루도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다 맞는 말 같았고 또 틀린 말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 맞는 건지 판단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을까.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게 놔둘 권리가 인간에게 있긴 할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