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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평점 :
한 사회의 성숙도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계층과 동물복지의 수준을 보면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소득지표가 높아서 섬세한 복지가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다면 진짜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이 지표들 중에서 아동복지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의 초판이 2017년에 나와 2021년 4월에 22쇄를 찍었으며, 2022년 2월에 나온 개정증보판을 손에 넣게 되었다. 벌써 햇수로는 6년 전 책인데도 별반 달라진 점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씁쓸한 내용이였다.
‘정상가족’이라는 정의는 무엇일까? 항상 이 ‘정상’이라는 용어 때문에 이리저리 부조리한 질문들과 상황들을 많이 겪고 사는 지라, 더 와 닿는 논제였다.
이 책에서는 아동방임과 같은 학대, 폭력, 체벌, 무관심에 대한 자료들로 시작해서, ‘가족 동반자살’이 시사하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오래된 패러다임, 강력한 친권보장의 문제점으로 아동인권에 대한 내용으로 말을 먼저 건네고 있었다.
_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더 이상 집이 아이에게 안전한 곳이 아닐 때, 아이는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이런 경우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이는 원래 태어난 가정에서 친부모와 함께 자랄 수 있는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친부모가 되레 아이에게 해로울 때,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것이 아이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해 더 낫다고 판단될 때 국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국가의 아동보호제도다._
1장이 이렇게 가족이 정말 아동에게 안전한 곳인가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사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때문에 사회적 보호에서 벗어나 있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차별, 그렇게 이어지는 해외입양의 증가, 국내입양후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데이터들..... 까지 매우 논리적이여서 감정적 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이해가 완전히 되었다.
2장까지가 설명적인 내용이 강했다면, 3장과 4장은 읽는 이들에게 관련 주제에 대하여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에서의 가족주의, 그로인한 사교육 과열의 연결고리, 회사, 학교, 사회까지 확대되어 나타난 심각한 문제점들(학연, 지연,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입주민들 갈등 등)을 간략하면서도 깔끔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_우리는 사회적 신뢰도가 바닥에 처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2016 OECD 사회지표>를 보면 거의 모든 지표들이 나쁘지만 사회통합성을 보여주는 타인 신뢰도, 정부 신뢰도, 사회관계는 35개국 24~29위를 오가는 바닥 수준이었다.
우리가 이토록 각박해진 이유는 흔히들 말하는 가족 해체, 개인주의화 때문이라기보다 배타적 가족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혐오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_
저자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마무리해주고 있었다. 부모 체벌금지법을 언급하면서는 아동복지의 대표적인 예인 스웨덴를 들면서 이 나라도 지금과 같은 기틀이 만들어지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알려주면서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대처방안은 ‘함께 살기, 가족의 짐을 사회로’ 챕터였다. ‘비정상’으로 취급되어 수많은 무례한 질문들과 참견, 차별을 받고 있는 비혼 상태인 성인, 미혼모, 성소수자, 무자녀 가족 등에 대하여 형태와 무관하게 가족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바로 이런 경우들을 위해서, 맞살림, 맞돌봄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아동보호를 위한 공공의 역할 강화, 열린 공동체를 힘주어 말하고 있는 점도 기억해야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국민청원 등으로 온 국민이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실상 현장에서 혹은 내 이웃, 당장 내 집에서의 아동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보장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 정도는 괜찮아하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무척 논리적이면서도 따뜻하다.
이제 기존의 ‘정상가족’ 정의에서 모두 벗어날 때가 되었다.
_우리는 모두 미래의 낯선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존재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아이들에게 빚지고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