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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ㅣ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평점 :
'허블 초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이 시리즈에서 출간 예정작 5편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5명 작가의 5편의 SF를 모은 앤솔러지,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제목의 ‘초월’과 ‘사랑’이 이 5편의 주요 테마이다.
SF라는 설정으로 상상력을 활짝 편 초월의 세계는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익히 본 듯한 시작점들도 있었고 익숙한 모티브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참 한국적인 SF 혹은 생활감각적인 SF 같다는 느낌이다. 책말미에 “장르 작가와 비장르 작가를 구분하지 않고 SF를 선보이는~“ 이라고 이 시리즈를 설명해 놓은 것처럼 작품들이 각 작가의 첫 SF 세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존의 느낌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어서 일 지도 모르겠다.
각 편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아래와 같다:
예지 능력에 대한 이야기인 우다영 작가의 ‘긴 예지’는 양자역학이 생각나게 하였는데 이 소설 속 예지자들의 존재는 문득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일본소설 속의 많은 능력자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뜻밖에 예지에 대해 알게 된 주인공이 마지막에 다다른 깨달음은 내게도 감동이였다. 사실 이 이야기 이후의 세계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통찰력 있는 마무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_바로 그것이 예지에 임하는 기본 태도였다. 선형적인 인과의 조건들을 모두 잊는 것. 예지는 정답인 길을 알아 맞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길 위에 있는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보는 것이다...... 다만 미래에 존재한다._[‘긴 예지’에서]
한 마을의 온갖 것들을 품어내는 호수가 등장하는 조예은 작가의 ‘돌아오는 호수에서’. 인재가 괴물이 되어 등장하는 내용은 비현실적이지만 있을법한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환경오염의 테마가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쳐 공포물 같은 이 세계는 종말로 가고 있었다. 이후에는.... 13년 후가 작가노트로 들어가 있었다.
_자신 안에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도, 그는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들을 나루와 대화하며 깨우쳤고, 그것은 나루도 마찬가지였다._ [‘돌아오는 호수에서’에서]
에세이로 많이 접했던 문보영 작가의 ‘슬프지 않은 기억칩’, 인간의 기억이 수록된 기억칩을 가진 사라 17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기억공유에 대한 내용과 기억이 영혼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로봇의 기억, 아니 기억에 관하여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설명은 결국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이였다. 평소 느꼈던 작가의 내밀한 톤이 많이 느껴졌던 소설이였다. 이 세계는 현재진행형 아닐까!
_사라-17은 자신과 같은 기억칩을 가진 로봇들과 공동 기억을 빚는 모임에서 자신의 메모를 읽곤 했다. 공동 기억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과 유사했다._[‘슬프지 않은 기억칩’에서]
3급 괴물이 된 인간이 나오는 심너울 작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진화와 좀비, 그리고 소설 변신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만약 이들과 소통이 되고 공존이 가능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것 같다. 제노바이러스 포텐스타시스 문서를 기반해서 이야기를 형성했다는 작가노트를 읽으면서는 당장 펜데믹으로 경험한 일련의 시간들도 유의미하게 대입시켜볼 수 있었다. 이들이 함께 어울러 살고 있을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_‘정상인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한다고 말했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 전에 나를 이해랄 생각은 안 해봤어? 오빠랑 같이 사는 것도 이렇게 괴로운데, 어떻게 내가 나랑 몸도 다른 정상인들 사이에 섞여 살아? 잘 있어.’_[‘커뮤니케이션의 이해’에서
그리고 마지막은 범우주연합 시대가 나오는 SF소설, 박서련 작가의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 지구를 방문한 메란드가인이 등장한다. 이미 지구는 우주 외교 시대에 진입한 상태이고 민간인 관광이 허용된 상태이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메란드가인들의 사후에 대한 것인데 이들은 지구에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데 생전의 생체 파장 기록을 따라서 추도 여행을 온다는 개념이었다. 마치 온 우주가 환생의 순환고리에 들어가 있다는 모티브에서 시작된 듯한 이 이야기는 몽환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세계관이였다. 이 이후에는 어떻게 풀어갈지 짐작도 안된다.
_대부분의 메란드가인들은 죽은 후에 가는 곳에 대해 안다. 모든 메란드가인이 여기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메란드가인들은 지구에서 다시 태어난다._[‘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에서]
초월하는 세계에서도 포기하면 안되는 사랑에 대한 5편의 앤솔로지! 무척 독특한 경험이였고 색다른 과정의 작업물들을 엿본 기분이였다. SF를 좋아해도, 문학소설을 좋아해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이후에 대한 궁금증은 훙륭한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