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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_‘우한 폐렴’이라 이름 붙이고, 중국인을 막으면 ‘우리’는 안전한가. 내 면전에서 ‘유럽 내 중국인 혐오’에 대해 말하며 “한국인은 괜찮다”고 하던 우스운 배려를 보여준 한 ‘유럽인’이 생각났다. 중국인 혐오에서 한국인이 깔끔하게 분리되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토록 잘 구별한다면 왜 길거리에서 아시아인을 희롱할 때 ‘니하오~’라 말할까. 곧, 중국인에 대한 배척은 모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로 나아간다. 실제 아시아 바깥에서는 이미 그러한 현상이 진행 중이다._p96
아.... 감동적이었다. 이 감동은 감성적인 부분이라기 보다는 머리로 느껴지는 그것이다. 너무 충만해서 숨이 찰 정도다.
<말을 부수는 말>, 이 책의 특징은 부제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를 통해 추측가능하고 핵심에 충실하게 풀어놓았다.
내용구성은, 고통에서 시작하여, 시간, 나이듦, 색깔을 건너, ... 세대, 인권, 퀴어, ... 여성, .. 동물, 몸, 지방, 권력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주제에 권력이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맞물림 속에, 때로는 귀찮아서 때로는 무지해서 가끔은 내 입장이 아니여서 무시해왔던 많은 경우들이 들어있었다.
사회비판서인가 하고 의심이 될 정도로 무척 빠르게 읽을 수 있었는데 저자의 필력과 균형감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설득력 있게 격앙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문체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몰랐던 관점으로 접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수확이였다. 특히 남성위주로 해석되는 광주민주화운동, 성폭력과 불륜을 두고 보는 여성의 입장, 인간과 동물 관계성 등이 더 기억에 남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_계엄군과 시민군, 어느 쪽의 기억이든 대체로 남성 중심적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진보의 역사 한복판에 언제나 우상호가 있었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내 청춘은 역사도 경력도 되지 못했다”는 한 여성 활동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을 다룬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에 나오는 양은영의 구술기록이다.
언제나 절반의 진실이 공식적 기억을 점유해왔다._p151
이라영 저자에 대한 추천글로,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었던 책이였다.
독서시작부터가 기대이상이였고, 왜 그렇게 극찬을 받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잡힌 관점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가가 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 충분히 놓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적극 추천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_동물권 논의는 여전히 동물에 대한 감상적 접근으로 폄하받기 일쑤다. 그러나 이는 감상적 접근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한 논의다. ‘인간다움’에 대한 우리의 기만적 앎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다움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생각이다.
인간을 위해 사역하던 개를 실험용으로 쓰고 버리거나, 경마에서 은퇴한 말을 안전장치 없이 동물 배우로 쓰고 버린다. 실험이나 연기라 부르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명백한 학대다._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