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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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소설, ‘유원의 백온유 작가가 신작을 내놓았다.

 

<경우 없는 세계>.... 집에서 벗어나 가출로 청소년 시기를 보낸 인수는 어느 날 그때의 자신을 생각나게 하는 청소년 이호를 만난다이호를 돌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 한복판에는 경우라는 인물이 있었다.

 

소매치기아르바이트어른들에게 속고 이용당한 많은 시간들.... 사건... 경찰서까지.... 어둡기만한 기억속에서도 반짝이는 온정하나가 바로 경우였다하지만 당시 인수는 의심이 먼저였고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읽으면서 안타까움이 더 컸던 소설이였다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의 현실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역시 주인공의 생각이나 심리표현이 인상적이였는데힘들수록 독해질 수 밖에 없고 그럴수록 의문이 많아지는 우리네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그 안에도 무조건적인 호의가 있을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데 ... 이는 또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러기를 바란다는 말없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다 읽고나니 마음이 복잡하다모두가 경우 없는 세계에서 잘 살아주기를 바란다...

 

 

_기묘하게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날의 폭행이 마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을 살아갔다부부동반 모임에도 빠짐없이 나갔고 결혼기념일에는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다다음 날에는 다시 폭행그다음 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_p58

 

_주점에서 일할 때는 아무도 나와 성연에게 부모님에 대해 묻지 않았다자기들이 아무리 욕하고 때려도 우리에게는 우리를 보호해줄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함부로 욕하고 때렸다._p95

 

 

_눈앞이 흐릿해지고 나서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라는 것도소매가 축축해질 정도로 닦아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경우였다._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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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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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국에서 많은 걸 바랐지만 거의 얻은 게 없었다그리고 자기 때문에 헬렌과 이다는 그보다 더 가진 게 없었다그가 두 사람을 속인 거였다그와 이 피를 빨아먹는 가게가.

 

비명도 없이 그는 쓰러졌다그날에 딱 맞는 결말이었다그게 바로 그의 운이었고다른 사람들은 더 좋은 운을 가지고 있었다._p41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리스는 묵묵히 가게를 지키는 가장이다어느 날모리스는 강도를 당하고 머리에 부상을 당한다의사의 만류에도 다시 가게를 열지만 컨디션 회복은 안되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가게를 돌보게 되었다그러던 중에 프랭크라는 남자의 방문을 받게 되었고 .. 그는 이 식표품점에 점원으로 자연스럽게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헬렌은 이 남자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의심을 하고 관찰을 하지만 딱히 잘못하고 있는 점은 못 찾았다... 믿어도 되는 걸까?

 

 

미국 작가버나드 맬러머드의 소설, <점원>의 시작이다. 20세기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버나드 맬러머드의 걸작이라는 화려한 부제를 가지고 있는 정통 문학 작품이다유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보편적인 적용까지 확대시켜서 훌륭한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는 유대인 작가들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유대인 모리스와 이탈리아계 프랭크는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인정하는 윤리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윤리의 보편성과 주고받는 인간들 사이의 영향과 변화를 찾아볼 수 있는 소설이였다.

 

특히 심리묘사가 뛰어나서프랭크의 시점이 처음 등장하는 챕터에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미드 YOU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스토커스런 관점은 사실 소름이 끼쳤는데장르를 되새기지 않았다면 미스터리 소설인가하며 읽었을 것이다주요 인물들의 생각은 이야기가 전개하면서 변화를 겪는데 너무 인간적이여서 왜 고전이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각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변화와 그 안의 섬세한 내면묘사가 뛰어난 소설이였다이 같은 고민은 시대를 넘어 계속 이야기를 생성해 내는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이런 면에서 더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_“모리스저 사람에게 딴 데 가라고 말해요우린 가난한 사람들이잖아요.”_p79

 

_하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유대인 여자들이 골칫거리라는 얘기를 들었고지금 그런 골칫거리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적어도 평상시보다 더 바라는 건 아니었다게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_p92

 

 

_도둑질을 당당하게 느끼는 순간은 그가 그들에게 행운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때이기도 했다만약 도둑질을 멈춘다면 장사가 다시 안될 거라 확신했다._p126

 

 

_"살아 있다면 고통받을 수밖에 없어어떤 사람은 좀 더 고통을 받지만그들이 원해서는 아니야하지만 내 생각엔유대인이 율법을 위해 고통받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쓸데없이 고통받는 거야.“_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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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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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발가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오른쪽 발등에 난 상처를 떠올렸다엄마의 발등에는 5센티미터쯤 꿰맨 흔적이 남아 있다상처 자국은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 징그러웠다.

 

그러니까 제니가 꾼 꿈은 오래전 엄마에게는 현실이었다._p11

 

 

_엄마는 암에 걸릴까봐 병에 걸리기도 전에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절제했다병에 걸릴 확률이 다분하다는 유전자 분석 결과 때문이었다엄마는 수술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_p58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10대를 오롯이 피겨스케이팅을 위한 연습으로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한편 일찍 자신의 길을 찾아서 올인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바로 그 과정상에 있는 아이들이 여기 <턴아웃>에 있다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시술이 일반화된 시대지만발레리나들에게는 금지되어 있었다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실력을 겨루며 어려서부터 연습하고 첨예한 경쟁 속 세계의 인물들이 등장인물들이다.

 

엄마의 역사를 이어가며 현실과 악몽을 오가는 인물최고가 되고 싶지만 질투만 쌓이는 인물거짓된 명성이 들통난 과거의 영광여기에 어른들이 강요하는 욕심.....

 

 

읽기 시작할 때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단순한 성장소설 일 것이라 생각했지만최첨단 과학기술 시술과 의문의 파일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 읽는내내 흥미로운 독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집중하게 했던 점은 이 모든 설정이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의 아이들이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였다약물로 신체능력 향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올림픽의 골칫거리이고메디컬 과학 기술을 쉴새없이 발달중이기 때문이다이 모든 유혹을 다 물리칠 수 있을까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그렇다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바램이 아니라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쫓아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동시에 예술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하는 질문도 같이 던지고 있는 듯 했다재미있는 성장소설이다.

 

 

_“노화는 질병입니다죽음으로 향하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분명한 질병입니다이제 인류는 수명 연장이라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겁니다.”_p98

 

 

_연조는 발레리나들이 시술까지 감행하며 발레를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고 난 뒤에야 비로소 피어나는 게 예술이라고!’_p127

 

 

_걷는 내내 위선적인 서단장의 얼굴이 떠올랐다이어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제나의 얼굴이 떠올랐다순진하고 착한 척하는 제나가 역겨웠다소율은 제나을 발레 세계에서 확 끌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_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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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 서로를 넘어 모두의 세계를 응원하다
안시연 외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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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이 행운의 편지 스러운 제목의 책을 읽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된 세 명의 친구가 일주일에 한 편씩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편지를 쓰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어그 글들을 모아서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을 가감 없이 알려 주면서도 낭만도 포함된 글을 쓰고 싶었다는 ENTJ 시연의 안내글로 시작하는 책은, ENFJ 연지, INTJ 영주의 편지들로 개성있게 채워져 있었다.

 

이들의 바램처럼정보성 내용만도 아니고 그냥 좋기만 하다는 식상한 것들이 아니라,

 

유럽 언어들에 기반한 성차별적인 문화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스페인에서 구한 집 적응기 및 다양한 유럽 숙소에 대한 경험들파티친구사귀기와 먹거리들등 의외로 디테일하고 다양한 내용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간접 경험이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닌가 싶다그 무엇보다도 이들의 경험과 함께 세 명의 우정이 부러워졌던 독서였다색깔 있는 여행기를 찾는다면 그런 면에서도 추천하고 싶다.

 

나도 다음에 바깥에 가게 되면누군가와 이런 편지를 나눠보고 싶어졌다...

 

 

_그래도 행복하다고 느낀 이유는 이 동네가 내가 꿈꾸던 스페인에 부합했기 때문이야하엔은 작은 동네야.

..... 대표 건축물로는 하엔 성당이 있고그 성당을 중심으로 시내가 형성되어 있어중심가에서 맥주와 타파스를 먹으면서 보았던 하엔 성당시끌벅적한 골목길버스킹과 스페인 사람들이 어우러지던 그 밤의 풍경이 나를 안심시켰어.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달까._p14 시연편

 

 

 

_너희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봤니? <종이의 집시즌 3. 1화 마지막에 조폐국 털기에 성공한 강도들이 비행선을 타고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 훔친 돈을 뿌리거든그 장명의 배경이 바로 마드리드 메트로 카야오역이야우연히 걷다가 발견했는데 거기다’ 싶더라고직접 보니 반갑더라그래서 사진 한 장 찍었어다시 한번 내가 갈망한 그 땅에 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_p40 시연편

 

 

_빨갛고 파란 정도가 아닌 시뻘겋고 시퍼런 조명오픈 시점인 1971년도부터 벽을 빼곡이 메운 흑백 사진들까지들어오자마자 이 바의 위엄 있는 역사에 크게 위축될 정도였어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말로 세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레즈비언 바라고 하더라고._p68 연지편

 

 

_외국인 친구를 마음 놓고 사귀지 못하는 이유에는 인종차별도 자리하고 있어. .... 피하고 싶은 상황은 은은한 인종차별이야즉각적으로 항의하기에는 뭣한 사소하고 미묘한 인종차별 있잖아._p89 연지편

 

 

_어느덧 다리 세 개를 지나쳤을 거야생미셸 다리에서 노트르담 성당과 기념사진을 찍고잠시 퐁뇌프 다리 의자에 앉아 멀리 에펠탑을 보고차가 다니지 않는 퐁데자르 다리를 여유럽게 지나면 벌써 루브르에 도착해.

 

유리 피라미드와 짧게 인사를 나누곤 건너편의 작은 카루젤 개선문을 지나가자꽃과 나무와 분수로 채운 튀일리 정원을 구경하면 오늘의 산책 끝!_p141 영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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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3.3 - Vol.105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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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비극은 고대 그리스에서 상연된 예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 도처에 있다. 또한 우리의 집단적 기억이미지(내게는 푸른색)로도 존재한다. 20144.16 세월호 참사의 이미지는 대한민국 사람들 거의 전부가 밤새 뜬눈으로 지켜만 봐야 했던 뒤집힌 침몰선의 파란색 뱃머리다. 202210.29 이태원 참사의 이미지는 아마도 한밤 중 존엄함을 빼앗긴 채 차디찬 길바닥에 방치된 젊은이들의 파래진 몸일 것이다._[파토스의 운동: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WE']에서

 

 

_베를린은 독일 역사에서 분단 체제의 상징이자 분단의 극복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분단시기 동안 치열한 대립과 갈등의 근원지였고, 동시에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만들어낸 곳이었다. 그리고 1990년 통일된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은 유럽의 중요한 관광지이자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_[분단과 통일의 그리고 역사의 기억을 품은 베를린] 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문학잡지는 몇 번 접한 적은 있으나 쿨투라처럼 종합 문화지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아니 처음인가? 암튼 간만에 만나는 잡지에 설렘으로 가득차서 열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였다.

 

목차를 보면, 갤러리, 인터뷰, 테마: 베를린, 문학, 쿨투라 신인상, 영화와 드라마, 리뷰,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모두 관심분야라서 비교적 꼼꼼하게 봤는데, 뜻밖에 묵직한 시작을 채우고 있었던 갤러리편의 파토스의 운동: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WE'’, ‘전통 서예붓으로 서양 채색기법을 변용한 새로운 화풍’, 베를린 테마편에 있는 영화제 소식과 세계인의 무용 올림픽이라는 탄츠올림프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베를린 영화제편에는 영문 기사도 함께 실어서 내용의 풍부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차분히 해석하면서 봐봐야겠다.

 

영화와 드라마 월평으로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일타스캔들>, <대행사>을 다루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었던 작품들이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130페이지 남짓의 한 권으로 수준 높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만날 수 있었고, 고화질의 사진들로 눈도 무척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주위에 권할 만한 괜찮은 종합 문화지를 만났다.

 

 

_세계 최대의 박물관 도시 베를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하듯 영화만 보고 가는 것은 조금 아쉽지 않은가. 며칠 오후는 영화를 보지 않고 박물관 섬의 미술관들을 관람하고, 슈프레강이 흐르는 주변을 거닐었다. 대신 그날 저녁에는 두 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또 하루의 오후와 저녁은 세계적인 무용올림픽인 탄츠올림프를 관람하고, 또 하루 저녁은 영화관람 후 늦은 음악공연을 즐기기도 했다._[도시 베를린 즐기기: 73회 베를린영화제 스케치]에서

 

 

_오피스드라마는 일종의 (사내)정치물로 세상 사는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선연애 후결혼으로 이어지는 로맨스물의 공식도 깨진 마당에 오피스물도 이제 선실속 후연대로 성큼 넘어가자~ 지나친 훈훈함도 신파의 아류일 뿐이다._[소리 없이 강하다: 일타스캔들, 대행사]에서

 

 

 

_‘비극은 고대 그리스에서 상연된 예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 도처에 있다. 또한 우리의 집단적 기억이미지(내게는 푸른색)로도 존재한다. 20144.16 세월호 참사의 이미지는 대한민국 사람들 거의 전부가 밤새 뜬눈으로 지켜만 봐야 했던 뒤집힌 침몰선의 파란색 뱃머리다. 202210.29 이태원 참사의 이미지는 아마도 한밤 중 존엄함을 빼앗긴 채 차디찬 길바닥에 방치된 젊은이들의 파래진 몸일 것이다._[파토스의 운동: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WE']에서

 

 

_베를린은 독일 역사에서 분단 체제의 상징이자 분단의 극복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분단시기 동안 치열한 대립과 갈등의 근원지였고, 동시에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만들어낸 곳이었다. 그리고 1990년 통일된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은 유럽의 중요한 관광지이자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_[분단과 통일의 그리고 역사의 기억을 품은 베를린] 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문학잡지는 몇 번 접한 적은 있으나 쿨투라처럼 종합 문화지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아니 처음인가? 암튼 간만에 만나는 잡지에 설렘으로 가득차서 열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였다.

 

목차를 보면, 갤러리, 인터뷰, 테마: 베를린, 문학, 쿨투라 신인상, 영화와 드라마, 리뷰,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모두 관심분야라서 비교적 꼼꼼하게 봤는데, 뜻밖에 묵직한 시작을 채우고 있었던 갤러리편의 파토스의 운동: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WE'’, ‘전통 서예붓으로 서양 채색기법을 변용한 새로운 화풍’, 베를린 테마편에 있는 영화제 소식과 세계인의 무용 올림픽이라는 탄츠올림프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베를린 영화제편에는 영문 기사도 함께 실어서 내용의 풍부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차분히 해석하면서 봐봐야겠다.

 

영화와 드라마 월평으로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일타스캔들>, <대행사>을 다루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었던 작품들이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130페이지 남짓의 한 권으로 수준 높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만날 수 있었고, 고화질의 사진들로 눈도 무척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주위에 권할 만한 괜찮은 종합 문화지를 만났다.

 

 

_세계 최대의 박물관 도시 베를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하듯 영화만 보고 가는 것은 조금 아쉽지 않은가. 며칠 오후는 영화를 보지 않고 박물관 섬의 미술관들을 관람하고, 슈프레강이 흐르는 주변을 거닐었다. 대신 그날 저녁에는 두 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또 하루의 오후와 저녁은 세계적인 무용올림픽인 탄츠올림프를 관람하고, 또 하루 저녁은 영화관람 후 늦은 음악공연을 즐기기도 했다._[도시 베를린 즐기기: 73회 베를린영화제 스케치]에서

 

 

_오피스드라마는 일종의 (사내)정치물로 세상 사는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선연애 후결혼으로 이어지는 로맨스물의 공식도 깨진 마당에 오피스물도 이제 선실속 후연대로 성큼 넘어가자~ 지나친 훈훈함도 신파의 아류일 뿐이다._[소리 없이 강하다: 일타스캔들, 대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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