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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평점 :
_미국에서 많은 걸 바랐지만 거의 얻은 게 없었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헬렌과 이다는 그보다 더 가진 게 없었다. 그가 두 사람을 속인 거였다. 그와 이 피를 빨아먹는 가게가.
비명도 없이 그는 쓰러졌다. 그날에 딱 맞는 결말이었다. 그게 바로 그의 운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더 좋은 운을 가지고 있었다._p41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리스는 묵묵히 가게를 지키는 가장이다. 어느 날, 모리스는 강도를 당하고 머리에 부상을 당한다. 의사의 만류에도 다시 가게를 열지만 컨디션 회복은 안되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가게를 돌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프랭크라는 남자의 방문을 받게 되었고 .. 그는 이 식표품점에 점원으로 자연스럽게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헬렌은 이 남자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의심을 하고 관찰을 하지만 딱히 잘못하고 있는 점은 못 찾았다... 믿어도 되는 걸까?
미국 작가. 버나드 맬러머드의 소설, <점원>의 시작이다. 20세기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버나드 맬러머드의 걸작이라는 화려한 부제를 가지고 있는 정통 문학 작품이다. 유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보편적인 적용까지 확대시켜서 훌륭한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는 유대인 작가들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유대인 모리스와 이탈리아계 프랭크는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인정하는 윤리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윤리의 보편성과 주고받는 인간들 사이의 영향과 변화를 찾아볼 수 있는 소설이였다.
특히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프랭크의 시점이 처음 등장하는 챕터에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미드 YOU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스토커스런 관점은 사실 소름이 끼쳤는데, 장르를 되새기지 않았다면 미스터리 소설인가? 하며 읽었을 것이다. 주요 인물들의 생각은 이야기가 전개하면서 변화를 겪는데 너무 인간적이여서 왜 고전이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각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변화와 그 안의 섬세한 내면묘사가 뛰어난 소설이였다. 이 같은 고민은 시대를 넘어 계속 이야기를 생성해 내는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더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_“모리스, 저 사람에게 딴 데 가라고 말해요. 우린 가난한 사람들이잖아요.”_p79
_하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유대인 여자들이 골칫거리라는 얘기를 들었고, 지금 그런 골칫거리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평상시보다 더 바라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_p92
_도둑질을 당당하게 느끼는 순간은 그가 그들에게 행운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때이기도 했다. 만약 도둑질을 멈춘다면 장사가 다시 안될 거라 확신했다._p126
_"살아 있다면 고통받을 수밖에 없어. 어떤 사람은 좀 더 고통을 받지만, 그들이 원해서는 아니야. 하지만 내 생각엔, 유대인이 율법을 위해 고통받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쓸데없이 고통받는 거야.“_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