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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이야기 - 생물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상징까지 목에 대한 모든 것
켄트 던랩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25년 10월
평점 :
_시야를 확보하는 능력과 머리 움직임을 활용한 표현력은 복잡한 뼈와 근육 시스템으로 구현된다. 목뼈는 척추에서도 가장 유연한 부분이다. 이 유연성은 목에 있는 수많은 가동성 요소와 관절면 덕분이다. ..... 머리를 뒤로 젖히게 하는 근육은 앞으로 숙일 때 사용하는 근육보다 더 크고 많다. 이렇듯 목뒤에 근육이 집중된 것은 머리를 들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근육을 사용해야 했던 인간의 네발 달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진화적 산물이다._p71
개인적으로도 애증의 신체기관, ‘목’.... 내 몸인데도 내 마음 같지 않은 곳이다. 직업병으로 거북목으로 굴곡에 문제가 생기면서 척추 및 온 몸의 균형까지 문제이다.-책 속에서는 호모 디지털리스 라 부른다-. 늦게 발견한 이런 문제들은 참 교정도 힘들어서 그냥 시나브로 조금씩 노력중이다.
그런데 이 ‘목’을 인류는 물론, 동물들까지 영역을 넓혀서 알아보면 어떨까? 가만히 동물들을 보며 각각 목크기도 비율도 목의 방향도 제각각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고유의 움직임에 따라 진화해온 것일 텐데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 주제이다.
이런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뤄주고 있는 #목이야기 , 저자는 #켄트던랩 #KentDunlap 으로 생물학 교수이다. 전공이 잘 반영된 도서는 읽을수록 유용했다.
인류의 진화를 먼저 다루고 있었는데 보다가보면 얼마나 섬세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인지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척추 꼭대기에 얹어 있는 머리는 그 안정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척추를 통해 움직이는 두 다리와 연결된 사람의 머리는 매 걸음마다 4~5센티미터가량 위아래로 까닥거린다. ... 머리의 불안정성은 달릴 때 더욱 심화된다. 또한 달릴 때는 한쪽 다리에서 반대쪽 다리로 지지력이 전환되며 발을 바꿀 대마다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 조깅하는 사람들의 묶는 머리카락이 숫자 팔(8) 모양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이는 달리는 사람의 머리에 작용하는 복잡한 기계적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단만 봐도 목에 대한 호기심이 확 생긴다.
목을 해부학적으로 자세히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불균형한 머리로의 진화가 당시 생존에 유리했다는 내용 등 진화론적 관점, 예술작품들, 조각상들 속에 등장하는 목에 대한 물리적 인문학적 설명들, 목의 기능적인 역할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 관련 질환들과 생존에 필수 도구로서의 목,
목이 가지는 각종 상징성들, 목의 주요 기능중 하나인 소리를 만드는 것, 동물들이 구애시에 내는 울음소리 - 개구리-에 대한 내용, 물론 인간의 호르몬 변화로 인한 변성기를 언급하며 인간의 성적 소통과 구애 활동도 같이 다뤄주고 있었다.
읽다가 보면 뜻밖에 의복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인간이 목에 장학하는 신호 대부분은 선택의 결과다’ 며 정의하는 이 챕터는 다른 과학적 내용들만큼이나 흥미로웠다. 노화의 정직한 표지가 되는 목은 다양한 상징들로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의복에 관한 것만큼이나 깜짝 놀랐던 것은 정리파트에 언급된 화병에 관한 것이였다. ‘화병의 입술에서 몸통으로 이어지는 주요한 전환 영역인 목은 화병 전체 비율을 한눈에 전달하는 핵심 요소다.’ 는 도예가 조지 펄먼의 생각을 알려주면서 화병의 목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목과의 유사성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_케냐계 영국인 도예가 매그달리 오둔도는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관심이 일상적인 관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_p331
단순히 인간과 동물들의 목을 생물학적으로 다뤘을 거라 생각했었던 이 책은, 동물들의 생태는 물론, 인류의 문화적인 면까지 확장시켜서 ‘목’이라는 주제를 펼쳐주고 있었다. 동물의 세계를 만났을 때는 즐겁고 신기했고, 인간의 목을 만났을 때는 종종 내 자신도 대입시켜 보면서 깊이 읽을 수 있었다.
확장되고 개성 있는 인체관련, 동물관련 책을 찾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