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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2019년 마거릿 애트우드와의 공동수상, 부커상 최초의 흑인 여성 수상자로 빛나는 저자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여성을 담고 있다. 열두 명의 여성을 통해서 백인위주 유럽사회에서 섞여 사는 흑인여성의 관점,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들, 그리고 놓치지 않고 가져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원작은 운문형식의 산문으로 되어있어서, 번역도 되도록 거기에 충실해서 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읽기 시작한 1장은 좀 어색했었다. 낯설기도 하고 뭔가 전달이 안되는 느낌이기도 해서 1장 엠마, 야즈, 도미니크 까지는 원어로 읽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형식에 익숙해져서 인지, 흐름이 자연스러워져서 놀랐다. 아마도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특히 캐럴 편에 이르러서는 푹 빠질 수 있었다. 외부적으로 보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여성으로 집안의 자랑거리지만, 그것을 얻기까지 또 현재 여성이기 때문에, 흑인이기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어려서부터 경험해 오고 있다. 그 내용에 어색함 없음이 놀랄 뿐이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인종에 관한 문제는 역사의 연속이다.
_ 프레디의 말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아들이 자기 집안처럼 정복자 윌리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집안과 결혼하길 원했다고 한다.
우리 부모에게 말했을 때 어떤 얼굴이었는지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_ p212
어머니와 딸을 통한 정체성 찾기, 토니 모리슨의 ‘비러브드’ 가 떠올랐던 그레이스 편....
모녀에 관해 다루는 소설들을 보면 대부분 어머니와 딸이 닮아있다. 때때로 딸이 어머니의 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열두 명의 여자, 열두 색깔의 삶... 을 담고 있는 이 두꺼운 책은, 600 페이지가 넘는다.
이 두께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은 바로 단편인 듯 서로 연결되어 있는 12명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문체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을 이어주는 것은 책 시작 언급부터 쭉 깔려있던 연극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 이다. 자칫 분산되기 쉬운 마지막 여운을 이 마무리로 잘 묶어주고 있다. “브라보! 엠마, 브라보!”
엠마의 이 연극의 성공은 앞의 12개의 이야기를 지지한다. 모든 인물들은 힘을 얻어가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가져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장과 에필로그가 참 좋았고, 나도 그들의 하나가 된 듯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과 ‘세월’ 도 교차되는 소설 이였는데, 지금시대이슈들을 좀 더 담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위해 고분분투하고있는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해 치얼스!
_ 그녀는 노력했다, 혼자 먹을 거리를 행복하게 사러 가고, 혼자 잠자리에 행복하게 들고, 옆자리가 빈 침대에서 행복하게 일어나고,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더는 그녀 뒤에 대고 휘파람을 불지 않는 걸 행복하게 여기려 했다(생각해보니 예전엔 그들이 그러는 걸 싫어했다).
거울 속 중년의 몸을 바라보며 얼굴 주름을 당기지 않으려 했다. 여성의 모습은 모두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는가?
퍼넬러피는 자신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_ p413~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