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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태주님 시는 단편으로만 접해보고,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이 특히 끌렸던 이유는 산문이 함께 있어서이고,
제목부터 가슴에 쨍하며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라니 ....
얼마나 아름답고 직관적인가!
말랑하지 않아 좋고 철학을 품고 있는 듯하여 무게감이 충분하다.
나태주 시인의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사막을 여행한 시간을 기반으로 한 시들과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엘에이 근처 데스밸리 여행, 그리고 아시아쪽 사막을 가고 싶어서 진행한 것은 7박8일 실크로드 여행단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산문은 일종의 여행기였다. 중국배경으로 풀어놓은 관련 한시들은 운치와 더불어 방문객의 감상도 더할 수 있어서 역시 시인이구나 싶었다.
<본문에서>
_탄식에 탄식을 거듭했던 이번 여행길, 두보의 시와 함께 탄식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나름 위로도 되고 다행이었다.
두보 ‘봄날의 소망’
나라는 망했어도 강산은 그대로여서
성에는 여전히 봄이 오고 초목은 우거졌구나
시절을 한탄해서 꽃에도 눈물 뿌리고
한스런 이별 새소리에도 놀라는 마음이여!
봉화는 연달아 석 달을 꺼지지 않고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보다 귀하구나
흰머리는 빗을수록 더욱 성글어져
이제는 비녀조차 꽂을 수 없게 되었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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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하나하나 좋지 않은 글이 없었고, 애절한 내용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왜 나태주 시인의 시가 널리 읽히고, 필사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멀리 가게 되는 여행에는 꼭 챙겨가는 류시화님의 시집과 더불어 같이 챙겼다. 앞으로 두고두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펼쳐보는 애정시집이 될 것 같다.
내 동반자가 되었다.
_사막에는 길이 없다. 사람 발길이 닿는 곳이 그대로 길이다. 아니다 사막에는 길이 너무 많아 발길이 헤맨다. 그것은 하루하루 우리의 삶도 그렇다. 애당초 세상에는 길이 없다. 아니다. 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벗이여,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말아라, 그대 발길 닿은 곳이 길이고 그대가 멈추는 곳이 집이고 그대가 눕는 곳이 그대의 방이다. _ 시인의 말 ‘멀리 있는 네가 나는 참 좋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