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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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소문이 많은 책이라조금 긴장된 상태로 책장을 열었다.

 

이야기는.... 흠 20대로 추정되는 남학생의 일기장 같다다만 굵직한 이벤트 위주의 전개가 아니라 사소한 것 까지 다 적어넣은 지나치게 솔직한 일기장이다그래서 문체는 단순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는 So So....

헌데 이상하다읽을수록 좀 더럽고 불편한 기분이 든다어쩌면 이 원인 찾기 힘든 기분 때문에 호불호 논란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맹렬히 비난하는 이들의 속이 궁금하다본인 내면을 심하게 들켜서 인지아니면 본인들은 전혀 이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자신하기 때문인지.....

 

그저 흘러가는 대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너무 세밀하게 적고 있어서 마지막 장을 덮고는 기분만 남는다.

 

 

전반적으로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고,

읽는 동안 불편했지만위선적이지 않아 좋았다.

 

 

-소설가 오가와 요코의 평나는 주인공이 싫지만 외면할 수 없었고 어느새 그가 맛보는 위화감에 공감하고 있었다어쩌면 무서울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_아카리의 손이 무척 차가웠는데그건 내 체온이 높은 탓인지도 모른다.

갈라진 복근도 보여줄까 했지만나와 아카리는 초면이고 이곳은 공공장소였다._p45

 

_남자의 몸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무척 불길한 예감이 드는 자세였다아무래도 나는 무언가 엄청난 일을 저질러버린 것 같았다._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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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으니까, 한수희·김혼비·이유미·신예희 미니 에세이 수록
이치다 노리코 지음, 황미숙 옮김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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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도 여전히 낯선 '어른' 이라는 단어...


죽을 때까지 어른이고 싶지 않은 마음인데,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나?"


이런 생각이 들게하는 책, 

'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찬찬히 살펴보니 '잘'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전달법은 매우 서정적이여서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_ 결점 고치기를 그만두다

_완벽한 준비를 그만두다

..

_밤에 일하는 습관을 그만두다


_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그만두다

_하루의 반성을 그만두다

...


_'혹시 몰라서' 하는 준비를 그만두다

...

_결심하기를 그만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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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 채영신 소설집
채영신 지음 / 강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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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신 소설집 소풍’ 은 4인용 식탁나는 이야기다말의 미소맘스터소풍여보세요이렇게 6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산뜻한 표지와는 달리필체는 다소 묵직했는데특히 2편이 유독 남아서 이 2편 위주의 후기를 적어본다.

 

 

"인사불성이 된 상태로 아내를 다치게 한 뒤로 그는 밤마다 칼을 신문지에 말아 서랍장 깊숙이 넣어놓고야 잠들 수 있었다.

 

그는 신문지를 벗겼다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나.... 방금 전에 아내가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4인용 식탁 중에서-

 

아내가 사라졌다.

 

아내를 찾아 집 밖을 헤매다가 평생이란 것의 끝에 이르러서야 집에 돌아와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거였다그는 늙은 눈으로 게슴츠레 뜨고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

평생이라면... 의사 앞에서 아내가 끝맺지 못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생이란 시간을 견딘 건 그도 아내도 아닌이 집에 남아 홀로 그들을 기다린 식탁이란 걸 비로소.“ -4인용 식탁 중에서-

 

어떤 소설은 감상’ 이라는 이름으로 내 속을 다 내보이기 힘들기도 하다이 ‘4인용 식탁’ 이 그랬다책의 맨처음을 차지하고선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게 했다부부라는 이름의 둘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과정이 메마른 표현으로 그려진다타인 두 사람을 함께 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으로 내 속에서는 마무리 되었는데섬뜩한 추측을 하게 되는 글의 끝은 지금도 서늘하다. (문득 보기왕이 온다’ 가 생각났다)

 

 

_ “소풍 가자.”

엄마가 말했다.

.....

아빠와 함께 우리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낱말이 소풍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

휴일에도 게으름은 안 된다는 게 아빠의 철칙이였다일곱 식구였던 우리는 6인용 식탁에 2인용 식탁을 덧붙여 사용했는데, 6인용 식탁만으로도 맞춤해진 지금도 엄마는 2인용 식탁을 치우지 않았다. _ -소풍 중에서

 

아빠의 죽음이후 처음으로 간 소풍아빠 생전에는 주말마다 도시락을 싸서 나가 먹는 소박한 소풍을 갔었는데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엄마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한 사람을 공백으로 가족은 소풍을 나간다.

 

왜 동물원 이였을까억지로 의미를 부여해 본다면 산 사람은 산다는.. 그런 뜻인가나 나름대로 궤변을 늘어놓아 본다.

 

어색한 간만의 소풍을 준비하며 느끼는 주인공의 독백이 잔잔하다동물원에 가서 깔깔 거리며 가족사를 얘기하다가 드러나는 잊고 싶었던 가족의 기억이 서로를 생채기 낸다..... ‘가족’ 은 무엇일까? .....

 

이윽고 모두 귀가하는 차에 올라탔지만모두 안다.

_“분명한 건 이게 우리의 마지막 소풍이 되리라는 것이었다.”_ -소풍 중에서

 

 

 

덧붙임확실한 건이 작가의 글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는 거다.... ‘작품 해설’ 챕터에서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채영신은 근원적인 언어를 통하여 현실과 인간의 가장 어둡고도 무시무시한 차원을 형상화하는데 일가를 이룬 독보적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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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 김승희 베네치아 산문집
김승희 지음 / 문학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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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되서 가만히 손가락으로 햇수를 세어 보았던 이탈리아 여행.. 이것이 나의 첫 번째 해외여행 이였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 이였다 (다행히 현지에 친구가족은 있었다). 한정된 자금과 기한에 가는 이 떠남은 나에게 과감히 경유경로의 해외항공사를 선택하게 했는데지금 생각하면 무슨 베짱이였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파편과 느낌추억으로 남아있는 이 여행을 소집한 것은 바로 이 책이다.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

 

김승희 베네치아 산문집 이다교수를 정년퇴임으로 정리하고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훌쩍 베네치아로 가서 석 달을 머물렀다고 한다. 33세에 <33세의 팡세>라는 책을 썼는데 30년 뒤에 60대 여인이 되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그 석 달 동안의 베네치아 생활과 편린을 담고 있다 (다른 장소들도 몇몇 있다).

 

내가 베네치아를 갔을 때는 베네치아로 가는 수상버스가 오고가는 물 가 근처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몇일을 묵으면서 수상버스로 오고 갔었다공용 세탁실이며샤워장취사장 등이 무척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곳이여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그 때 들었던 얘기는 베네치아의 숙소들은 비싸기도 하고생활용수가 부족하다는 것이였다.

 

저자는 그런 불편함에도 베네치아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냈는데생활을 함께 연명하며 그 공간을 지내는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다자고로 완전한 여행법이란 현지의 삶에 잘 섞여야 하는 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수상버스의 역 이름이 카도로즉 황금의 집이라는 말이란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그 골목에 바로 카도로’ 라는 아름다운 건물이 있다. _ p94

 

 

이 책을 읽다보니새삼 물 위에 떠있는 그 이상한 도시베네치아가 무척 넓은 곳이다 싶어진다잠깐 들르는 관광객들의 짧은 동선이 아니라 가 보고 싶다’ 싶은 몰랐던 또는 관심 없었던 장소들까지 이야기를 곁들여 공유하고 있다.

 

아침에 해 뜨는 것을 보기 위해 아드리아 바다 쪽으로 나간다대운하 쪽이 아니라 바포레토 5번 노선이 다니는 곳으로 가야 바다가 있다거기서 부라노 섬이나 무라노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때문에 산 미카엘 묘지섬을 알게 되었다.

바다 갈매기 소리가 끼룩끼룩 울면서 날개를 치면 아침 바다가 열리기 시작함을 느낀다. _ p234

 

 

그렇다고 여행지 소개책은 아니다제목그대로 팡세’.... 본인 생각과 감정느낌의 뻗침이 곳곳에 있고글의 끝은 한국사회 문화로도 갔다가역사 속으로도 갔다가예술작품 끝으로 이르기도 한다. ‘저자의 <33세의 팡세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편 그것을 찾아보기에는 나도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다.

 

그저 이제 나의 팡세도 정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그리고 저자처럼 수년아니 더 많은 간극의 뒤에 적은 나의 말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땐이 저자처럼 잘 정리된 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본문에 수록된영화 <>의 주제곡 가사 중에서:

태양이 비쳐도비가 와도언제나 너는 미친 소리를 지껄여야 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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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 주광첸 산문집
주광첸 지음, 이에스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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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맞다무슨 이유가 더 있을 수 있겠는가...!

 

헌데 어떤 아름다움이 진짜인가.....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을 현대 미학의 아버지’ 라 불리는 저명한 미학자 이자 교육자인 주광첸은 차근차근 얘기해 주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그것의 근본은 어디에서 비롯되고어떻게 우리는 찾을 수 있고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깊이 있게 알려주고 있다단순히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면 소위 꼰대의 잔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문학적인 내용과 더불어 교육자다운 차분한 조언들을 통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면 좋을지또 그 최종 목표점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안내해 준다.

 

<깨달음의 맛은 반드시 직접 깨달아야 한다 걸작 속 영혼의 모험>

_결과적으로 고증은 감상이 아니고 비평 또한 감상이 아니지만감상도 고증이나 비평 없이 불가능하다.

 

_이해와 감상은 서로를 보충해주는 관계다이해하지 못하면 말로써 감상할 수 없기 때문에 고증학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하지만 단순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없다면이 또한 단지 역사학에 대한 공부일 뿐 문예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고 할 수는 없다._

 

 

<책을 많이 읽고 나니 붓을 들면 신들린 듯하네 영감은 신과 같다>

_영감은 잠재의식 속의 일이 의식 중에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_

 

<인생에 굴곡 좀 있으면 어떤가 미학을 배우는 방법>

_정도가 꼭 평탄하고 곧은길이 아닐 수도 있다굴곡지고 험난한 길을 피할 수 없다빙빙 돌아야 할 수도 있고 실수로 길을 잘못 들 수도 있다.

 

_미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문학예술심리학역사철학을 조금 배워두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결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학예술에 대한 지적-인문학적 충만함과 더불어그의 단단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조언들은 내게도 어떻게 하루하루를 채우도록 노력해야 할지어떻게 내 과거를 바라봐야 할 지 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가슴 깊이 꽃으로 박힌다. ‘심상’ 이라고 했던가아름다움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넘치는 감동은 이 글에 다 옮기기 힘들 것 같다. ‘미학’ 이라는 분야를 이렇게 가깝고 긴밀하게 느껴본 것도 처음이다.  인생을 실질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름다움을 삶의 1순위로’ 챕터 중에서

<부족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눈이다 오래된 소나무에 대한 3가지 태도>

_아름다움은 사물의 가장 가치 있는 일면이고 미감적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면이다.

 

_... 이로써 오래된 소나무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성격과 상황에 의해 그 형상이 변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

_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다심미적인 눈이 있어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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