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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외로움, 팬데믹, 음모론, 세계화, 진실, 대도시, 고향, 세상, 현실, 죽음, 그리움, 사랑, 정체성, 게으름, 악, 모던, 자유와 평등, 세계관, 게임, 친구, 괴물, 외모, 교육, 예술, 오리지널, 내부와 외부, 역사, 미래, 권력, 신, 무한, 몸, 기계, 인간 :
연구하고 글 쓰는 뇌과학자가, 이 34가지 키워드로 던지는 질문들인 ‘김대식의 키워드’.
단답형 대답과 짧은 글들만 소비되는 사이버 세상에서, 김대식 저자는 진지하고 불편한 세상이야기를 깊이 있게 함께 나눠보자고 말을 건다. 각 키워드에 따른 글들은 사적 감상과 지적에세이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_나 자신은 언제나 결백하다고 믿고 싶은 우리. 지금까지 타인의 고통을 타인의 행복일 것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쿠이 보노 cui bono?" 고대 로마인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원인을 모르는 일이 벌어졌다면 가장 먼저 그 사건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질문하라는 것이다. 음모론의 역사적 탄생이었다._p35
역사, 예술, 과학, 철학을 아우르며 글들이 넘나든다. 특히, 역사 속에서 키워드 맥을 찾아 현재까지 나아가는 서술, 첨단 기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_세상을 알아보는 기계. 어쩌면 우리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던 기계는 이제 스스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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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선 오리지널과 복제품의 차이가 무의미해지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페이크’ 정보의 무한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미래 인공지능 사회는 권력을 획득한 정권의 정치적 의제 설정을 위해 과거 기록이 매번 위조되고 왜곡될 수 있는, 그렇기에 ‘과거’ 역시 현실의 한 영역이 되어버리는 ‘역사의 종말’ 시대가 될 수도 있겠다._p49, 53
_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말대로 우리는 어쩌면 서로 소통할 수도, 알아볼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나’라는 자아들에 갇힌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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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무한으로 다양한 세상을 단 하나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_p80
_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같은 최첨단 기술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더 다양한 차원의 사랑 역시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 앞으로 인간이 경험할 미래의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과 문명만으로는 설명도, 예측도, 이해도 하기 어려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_p115
_인간은 언제나 죽도록 일만 하고 살았던 걸까?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먼 교수는 2020년 9월 출간된 책 <일: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역사>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일했다고 주장한다._p130
_다른 포유류와 같이 우리 뇌 속에는 몸을 표현하는 ‘작은 인간’이라는 뜻의 ‘호문쿨루스’가 하나 존재한다. ..... 신경세포들의 반응 영역들을 합쳐 구현한 ‘신체 지도’다. ... 진짜 생김새 그 자체가 아닌, 생존에 중요성을 표현한 기능성 지도인 것이다._p195
저자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드시 내 의견에 동조해야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아마도 넋 놓고 단편적인 생각만 하며 살지 말고, 시간을 투자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자는 의중일 것이다. 그 길잡이가 될 수 있는 키워드 질문들을 제시해 줌으로서 고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비판을 겸한 지적사유를 하고 싶은 이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_몸에서 분리된 영혼은 위험하다. ..... 몸이 없는 영혼은 나의 몸을 차지하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몸을 보존해주어야 한다. 이미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몸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영혼을 속여야 한다!_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