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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_몇 해 전부터 난데없이 발생하기 시작한 기이한 병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바뀌어버리는 병이다. ..... 병명은 ‘이형성 변이 증후군’.... _p15
어느 날, 내 아이가 어느 날, 인간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한다면?
10대, 20대에 주로 발병하는 이 병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에 적응을 못하고, 세상에 벽을 쌓고 칩거하고 있었던 젊은이들에게 주로 발병한다. 학교에서 따돌림으로 소외되었던 아이도 있고, 가족에게 못되게 굴다가 사회에서 실패를 맛보고 혼자 잠긴 젊은이도 있고, 사회 안착에 실패한 사회초년생도 있다.... 이들의 변화된 모습들은 그로데스크하다. 이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정부는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인 존재들은 사망신고가 가능하다. 여기가 대상자들의 갈등의 시작이다.....
이런 이상한 일들을 계기로 가족안의 묵은 감정과 딜레마, 인간심리를 잘 다루고 있는, ‘인간에 맞지 않는’, 구로사와 이즈미 장편소설이다.
언뜻 보면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날 수도 있다. 변신의 경우에는 산업화된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효용가치가 없어진 한 남자의 변이를 다룬 것으로 상징성이 더 강한 소설로 내게는 남아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성이 강한 모티브로 남는다. 읽으면서 원활하지 않은 가족 간의 관계는 때론 서로 버거운 짐이 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존재가 없어졌을 때의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문장에서는 섬뜩했지만 뭔지 알 것 같은 느낌 이였다.
‘어디까지를 인간의 범주로 넣을 것인가’부터 ‘가족의 책임과 각 역할은 무엇일까?’, ‘사회주류에서 밀려나는 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삶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소설 이였다.
누구나 이들처럼 그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_잠든 채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괴롭지 않게 죽고 싶습니다. 가장 편하게 죽는 방법을 매일매일 알아보고 있습니다.
차라리 소멸하고 싶습니다. 살았던 흔적을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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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될 수 없다면 차라리 고민 없는 생물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_p338 339
_자신의 말이 주는 영향도, 의미도,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받아들인 본인이 생각할 몫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스스로 다 결정하렴.”
생존할지, 이대로 소멸할지. 그 선택 또한 미하루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해. 엄마도 그렇게 할 거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책망하지 않아. 쭉 지켜볼게. 엄마는 유이치를 믿고 있으니까.”_p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