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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69 - Sixty Nine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일본 신세대의 저항정신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 무라카미 류 작가가 본인 고교 재학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소설, <69_식스티나인>.
베트남전쟁 중이였고,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 히피문화가 한창이던 69년에 10대를 살았던 저자는 당연히 반전운동과 언더그라운드문화, 사회부조리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 내용이 소설에 잘 스며들어 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소설 속 친구들이 모여, 반체제조직인 ‘바사라단’을 결성하게 된다.
영화, 영화제작, 재즈, 팝아트, 클래식 등에 몰두하는 그들은 꽤 멋있다. 독특하게도 저자는 이 특징들을 각 챕터 제목들에 고스란히 넣어놓았다.
_“잘 들어. 먼저 퍼스트 신은 고원의 아침,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아소산의 구사센리 분위기를 내는 게 좋겠어.”
“구산센리? 아침?”하고 되뇌면서 아다마와 이와세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검은 고양이가 왜 갑자기 고원의 아침으로 변했을까?
“이미지, 이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순수한 이미지라구!”라고 내가 말했다._p77
그러다, 학교에 불만을 품게 되는 계기가 생기고 ‘바리케이트 봉쇄’라는 대형사고를 치게 되는데.....
_아다마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미술수첩>의 첫 페이지, 뉴욕에서 행해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콘서트 풍경. 공연장에는 소와 돼지, 유리 상자에 가득 든 쥐, 앵무새, 사슬에 묶인 침팬지, 우리에 갇힌 호랑이까지 있었다.
“어때, 멋있잖아?”_p223
이거다 싶으면 솜처럼 쏙쏙 흡수하던 모두의 그 시절, 유치해서 창피해지는 그 기억들, 불의에 순수하게 분노할 수 있었던 그 나이, 무모하고 용감해서 그 때의 나를 질투하게 되는 그 때.... 각자의 경험은 다르겠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실제로 심취하고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많은 작품들, 인물들, 언더그라운드 공연, 문화들까지 참 인상 깊었던 소설 이였다. 현재 그 작가의 작품들과 행보를 제대로 이해해 볼 수 있는 힌트를 잡을 수 있었던 소설 이였다.
한편, 그때의 나에게 있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오늘 밤 생각하게 된다.
_지금 생각해보면 이와세를 변하게 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단순한 소개자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세를 바꾼 것은 시인과 재즈와 팝아트였다. 이와세는 면역이 없었던 만큼, 그 세계로 푹 빠져들었다. 재즈, 팝아트, 언더그라운드 연극, 시, 영화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_p60
_“아다마, 문화란 정말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들어.”
“왜?”
“이와세 말이야, 만일 일본에 이만큼 외래문화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제플린도 베를렌도 토마토 주스도 모르고 한평생을 구멍가게 주인으로 보냈을 게 아니겠니?”_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