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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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980년부터 시작된 장장 15년 동안의 보존 처리가 드디어 끝났다. 1994년 봄, 미켈란 젤로의 역작,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보존을 마치고 마침내 공개되었을 때 벽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_p37 '신상품이 된 500년 전의 그림에서

 

예술품 복원작업에 관한 내용은, 영화나 책에서만 봤었다. 복원가라고 하면,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주인공이 생각난다. 이런 종류 작업이라 하면, 보통 옛날 작품들만이 연상되었었는데, 이 책에서는 현대 미술 작품의 보존 작업까지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제목처럼 과학적인 작업들이 필수다. 쓰이는 재료에 따른 깊이 있는 지식과 섬세한 손길, 그리고 인내도 필수인 작업인 듯 하다. .. ㅎㅎㅎ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싶다.

 

_숙련되지 않은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에 의한 보존 처리는 문제가 크다. 하지만 오랜 경험과 명성을 가진 사람도 한순간의 판단 오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_p154

 

 

푹 빠지게 하는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특히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챕터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복원에 관한 신상품이 된 500년 전의 그림’, 드가의 작업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던 그림의 뒷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해 어려운 현대미술품을 다룬 설마 이것도 작품이라고?’ 와 미술관 시설에 대해서 다룬 미술관의 비밀이다.

 

과학, 역사, 예술품이 함께 어우려져 있는 복원, 보존 작업은 읽을수록 재미있다. 어떤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랬다. 그러면서도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내용들도 더해져 있어서 인문학적인 읽기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_그 당시 돼지 방광은 풍선처럼 가볍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용기로 사용되었다. 물감을 만들어 돼지 방광 안에 넣어 두고 입구를 끈으로 꽁꽁 묶는다._p191

 

_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사고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애써 비교하자면 특허권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물건이나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그것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 말이다._p165

 

_미술관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물로 불을 끄는 방법은 가장 최후의 보루로 둔다. 불로 입는 피해가 클까, 불을 끄자고 뿌리는 물로 인한 피해가 클까? 그것은 작품에 따라서도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_p250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것이 으뜸이다. 여러 분야를 잇는 이 복원, 보존 작업들, 정말 매력있다. 신선한 지적 탐구를 하고픈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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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 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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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곳 여자들은 고독과 마주할 때 매우 용감해지는 것 같습니다저만 하더라도 이 나라에 와서 처음 호텔에서 혼자 잤는데상당히 외로웠습니다그래서 이곳의 많은 여자들이 혼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혼자 사는 여자와 당신의 외로움은 다르지 않을까요당신은 아니겠지만 이곳 여성들은 혼자 살겠다는 선택을 한 거니까요.”

 

아마도요하지만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고독과 맞서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아주 강한 추위나 곰에게 맞설 때처럼요둘의 성격은 다르지만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_p103

 

혼자 지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혼자 산다는 것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집을 떠나서는 당연했고나이를 들어서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또한 누군가와 지내는 이들도 자연스레 그렇게 어쩌다 보니 현재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떤 결심으로 처한 사항이 아니여서이 책,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의 혼자 사는 것과 고독의 연관성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북극에서 온 이누이트 울릭은카블루나 나라에서 지내면서 그에게 생소한 여성들의 모습에 놀란다그리고 그네들과 다른, ‘남과여의 하는 일문화를 관찰하고 비교해서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동서고금어느 시대든 상관없이 지금까지 계속 되어온 이야기를 울릭과 카블루나의 여성들의 대화를 통해 하고 있다뜻밖에 꾸뻬씨가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다.

 

이누이트 나라도 카블루나 나라도 완벽하지 않다보면 둘 다 모순이 있다남녀역할에 대한 울릭의 생각도 이누이트 나라의 문화를 말한 것뿐이다남녀관계를 다룬 내용들을 읽으며 나의 생각도 짚어보게 되었다이 책은 뭐가 꼭 옳다가 아니라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바를 대변해주고 있다.

 

_남녀관계는 지난 이백 년간 커다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변화는 인류의 백만 년 역사보다 훨씬 격동적이었습니다어쩌면 이것은 지금 우리가 길을 헤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_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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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아이, 스완 소원어린이책 10
신은영 지음, 최도은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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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가 원하는 건 옛날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더 뾰족하고 단단한 가시를 갖는 거야그래야 스스로를 더 완벽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까!”-p46

 

여기 스스로를 지키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시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가시나무숲 요정들이 있습니다가시는 그들은 보호해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지요하지만 이 가시 때문에 서로 손조차 잡지도 못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가시없이 태어난 스완은 완전 별종취급을 받지요.

 

스완은 가시에 피가나고 놀림을 당하지만가시나무숲이 예전에 맛있는 호박이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고 간절히 원한답니다스완은 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다행히 도와주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서 자라는 주엽나무는 가시가 거의 없지만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에 있는 주엽나무는 가시로 뒤덮여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본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는 신은영의 맺음말이 특히 인상깊었던 그림책입니다.

 

차별고독사랑 등 함께 살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들함께 해야 하는 내용들이 들어있는 따뜻한 동화였습니다바로 내 옆에 손을 잡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그리고 날카로워지는 순간내 안을 잘 들여다봐야 겠어요~~

 

_"왜 비난해야 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편이 훨씬 나은걸비난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잖아.“_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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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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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철학여행을 시작한다. 14개의 역에 정차할 예정이고 각 역에서 14명의 철학자들을 만날 것이다그리고 황혼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베스트셀러 작자에릭 와이어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철학서다삶의 시기에 따른 지혜를 철학자들의 말과 생각에서 가져오고 있다아마도 이런 류의 글 전개는 저자가 중후반 정도의 나이대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그 나이대는 젊음부터 늙음에 이르기 까지 사유가 깊어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각 역마다 대부분 내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내용들이였는데다 읽고 난 다음인 지금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역은 2곳이다. ‘간디처럼 싸우는 법과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이다.

 

+ ‘간디처럼 싸우는 법에서는 내가 간디의 비폭력주의라는 의미를 얼마나 얕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_간디가 말한 깨끗한 생각은 베일을 쓴 폭력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의미했다어떤 사람 앞에서 평화롭게 행동하더라도 그 밑에 폭력적인 생각이 깔려 있으면 그것은 깨끗한 게 아니다.

 

간디는 추종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창피한 줄 알라고 소리치는 것을 금기한 적이 있다오늘날 자기가 싫어하는 정치인의 식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간디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시위자들은 신체적으로는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지 몰라도 사실은 그저 비폭력의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_p292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하나라도 손해 보면 바보취급 당하며반대편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이에 대해서는 인신공격도 서슴치않는 사회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간디의 온전한 사랑인 것만 같은 비폭력의 진정한 의미는 내게 충격이였고뜨끔했다.... 당장 내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숙제를 남겼다.

 

간디는 또한 자신과의 화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_가끔 간디는 화를 폭발시키면서 자기 가슴을 세게 때리기도 했다하지만 간디는 말년을 향해 가면서 이런 자기 학대에서 벗어났고친구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 누구에게도 성질을 내지 말 것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자만심에 내 중심적인 것도 문제지만끊임없이 자책하는 것도 힘들다나이를 먹으면서 자신과의 화해내 삶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

 

 

+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는 평범하지만 체감하고 있었던 노화에 대하여 다시 떠올리게 했다.

 

저자처럼 나도 나이는 잊고 지내는 편이다헌데 예나지금이나 잘 보지 않는 거울을 보며 문득 이게 누구야할 때가 있다나는 늙지 않았는데몸이 세월을 맞고 있음을 느낀다조금만 과식을 해도 무겁고소화도 느리고심지어 그대로 내게 안착해버리는 것도 잦아지고 있다운동은 숨쉬기 밖에 안하는데관절의 부자연스러움에 뭐라도 해야 하나 싶어지고 있다.

 

그러면서자연스럽게 늙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특히 나이에 민감한 한국에 들어와서는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이런 늙음에 대한 의미를 철학에서 가져오고 있다.

 

_철학은 우리가 소크라테스처럼 단어의 뜻을 명확히 정의 내리도록 도와준다. ‘늙었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나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나이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노화를 연구한 철학자 얀 바스는 말한다. “나이는 그 무엇의 원인도 아니다”._p441

 

_어린 나이에실존주의자가 되기도 전에실존주의자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보부아르는 내 삶은 현실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이게 바로 실존주의다따라야 할 각본도지문도 없다우리는 우리 삶이라는 이야기의 저자이자 감독이자 배우다._p450

 

_“내 방어 수단은 일이다그 무엇도 내가 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_451

 

어쩌면 뻔하지만언제나 쉽지 않은 온전히 내 자신 되기가 나이듦에 관한 답일 것이다그것을 풀어내 줄 수 있는 수단도 필수인 듯하다결론은호기심 가득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모험을 즐기는 그런 노년이 되기를 희망한다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이 내용들을 읽고 나니이 또한편하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읽기 편했고 본인의 경험이 솔직하게 녹아있는 것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즐거운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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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지혜 - 늑대들의 협력과 사랑, 치열한 삶에 대하여
엘리 H. 라딩어 지음, 전은경 옮김 / 생각의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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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나면뭔가 벅찬 기분에 뭐라 후기를 적어야 할지 막막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현재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늑대 전문가인 엘리 H. 라딩어의 책, <늑대의 지혜>가 그렇다타 생명체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밀한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_늑대를 관찰한다는 것은 또한 냉혹함과 잔인함찢어진 먹잇감피와 부러진 뼈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_p239

 

 

이렇다 저렇다 할 일이 아니라누구나 읽어보았으면 하는 자연에 관한 이야기다요즘 기후변화에 대한 논란을 많이 접하면서반려동물들에 대한 고찰을 생각할 일이 많아지면서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을 더 느끼고 있는데저자는 늑대의 사는 법을 통해 지혜를 얻어 온 본인의 경험을 통찰력 있게 풀어놓았다가독성도 좋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_자연 풍경 가운데 늑대 가족을 관찰하는 것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은 드물다영화에서 보듯이 으르렁거리며 이를 가는 피조물과는 반대로야생 늑대의 삶은 장난과 사랑이 넘치는 상호 간의 교제와 조화가 특징이다새끼들은 사랑과 보호를 받는 무리의 보물이고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

.....

늙거나 다친 가족 구성원에게는 먹이를 공급하고절대 홀로 버려두지 않는다._p23

 

_사랑하는 늑대 한 쌍의 의사소통을 목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황홀해서 한숨을 내쉰다.

.....

늑대들이 가족 내에서 또는 다른 가족과 얼마나 많은 신호로 서로 소통하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의 의사소통은 아주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_p89

 

 

 

그네들의 어울림사랑활동그리고 죽음 까지 따라가며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 이였다아주 오래전 인류와의 인연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여러 가지 이슈들다른 동물들과의 관계들도 다루고 있어서 내용이 풍부하고우리 스스로도 생각해봐야 할 질문들도 던지고 있다어디선가 이렇게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정말 고맙다.

 

_야생 늑대와 만났을 때 감정이 차가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늑대와의 만남은 우리 안의 깊숙한 곳아직 온전한 곳을 어루만진다원시부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_p210

 

_탄식하지도불평하지도분노하며 앞발로 발을 쿵쿵 구르지도 않는다바꿀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거기서 최선을 취하거나 대안을 선택한다._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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