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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평점 :
새벽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철학여행을 시작한다. 14개의 역에 정차할 예정이고 각 역에서 14명의 철학자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황혼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 베스트셀러 작자, 에릭 와이어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철학서다. 삶의 시기에 따른 지혜를 철학자들의 말과 생각에서 가져오고 있다. 아마도 이런 류의 글 전개는 저자가 중후반 정도의 나이대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 나이대는 젊음부터 늙음에 이르기 까지 사유가 깊어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각 역마다 대부분 내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내용들이였는데, 다 읽고 난 다음인 지금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역은 2곳이다. ‘간디처럼 싸우는 법’과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이다.
+ ‘간디처럼 싸우는 법’에서는 내가 간디의 ‘비폭력주의’라는 의미를 얼마나 얕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_간디가 말한 깨끗한 생각은 “베일을 쓴 폭력”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의미했다. 어떤 사람 앞에서 평화롭게 행동하더라도 그 밑에 폭력적인 생각이 깔려 있으면 그것은 깨끗한 게 아니다.
간디는 추종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창피한 줄 알라”고 소리치는 것을 금기한 적이 있다. 오늘날 자기가 싫어하는 정치인의 식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간디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위자들은 신체적으로는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지 몰라도 사실은 그저 “비폭력의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_p292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하나라도 손해 보면 바보취급 당하며, 반대편,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이에 대해서는 인신공격도 서슴치않는 사회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간디의 온전한 사랑인 것만 같은 비폭력의 진정한 의미는 내게 충격이였고, 뜨끔했다.... 당장 내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라는 숙제를 남겼다.
간디는 또한 자신과의 화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_가끔 간디는 화를 폭발시키면서 자기 가슴을 세게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간디는 말년을 향해 가면서 이런 자기 학대에서 벗어났고, 친구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 누구에게도 성질을 내지 말 것.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자만심에 내 중심적인 것도 문제지만, 끊임없이 자책하는 것도 힘들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과의 화해, 내 삶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
+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는 평범하지만 체감하고 있었던 노화에 대하여 다시 떠올리게 했다.
저자처럼 나도 나이는 잊고 지내는 편이다. 헌데 예나지금이나 잘 보지 않는 거울을 보며 문득 이게 누구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늙지 않았는데, 몸이 세월을 맞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만 과식을 해도 무겁고, 소화도 느리고, 심지어 그대로 내게 안착해버리는 것도 잦아지고 있다. 운동은 숨쉬기 밖에 안하는데, 관절의 부자연스러움에 뭐라도 해야 하나 싶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늙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특히 ‘나이’에 민감한 한국에 들어와서는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늙음에 대한 의미를 철학에서 가져오고 있다.
_철학은 우리가 소크라테스처럼 단어의 뜻을 명확히 정의 내리도록 도와준다. ‘늙었다’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나이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노화를 연구한 철학자 얀 바스는 말한다. “나이는 그 무엇의 원인도 아니다”._p441
_어린 나이에, 실존주의자가 되기도 전에, 실존주의자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보부아르는 “내 삶은 현실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게 바로 실존주의다. 따라야 할 각본도, 지문도 없다. 우리는 우리 삶이라는 이야기의 저자이자 감독이자 배우다._p450
_“내 방어 수단은 일이다. 그 무엇도 내가 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_451
어쩌면 뻔하지만, 언제나 쉽지 않은 온전히 내 자신 되기가 나이듦에 관한 답일 것이다. 그것을 풀어내 줄 수 있는 수단도 필수인 듯하다. 결론은, 호기심 가득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모험을 즐기는 그런 노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이 내용들을 읽고 나니, 이 또한, 편하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읽기 편했고 본인의 경험이 솔직하게 녹아있는 것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즐거운 여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