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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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무엇이든 열리면 닫히기 마련이다.

... 노크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문이 된다.

그런 생각은 어쩐지 용기가 된다.

들어서거나 나설 때, 앞에서 주저할 때

그러나 저것은 문이 아닌가,

가정하면 하여간 무엇이든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_p19

 

'저것은 문이 아닌가,‘.. 읽기 시작하며 내 눈을 사로잡았던 이 문단,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보고또보고 했다. 노크하고 싶은 문이 지금 나에게 있을까? 보이지 않더라도 더듬더듬 손이 닿는 곳에 문 몇 개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무엇이든 되지 않겠나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주는 문장들이였다.

 

이렇게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기 힘들었던 #유희경 #필사에세이 #천천히와 , 천천히 오는 것들에 대한 잔잔한 글은 책 속 저자 어머니의 글씨로 한층 더 진심이 담겨있었다.

 

회사 생활을 포기하고 서점을 개업했다는 저자는 자신의 속도를 제법 잘 찾은 듯 해 보였다.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시어처럼 적어놓아서 읽는 내내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삶에 대한 통찰로 깊어지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필사책이였다. 읽다보면 쓰다보면 조금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오는 것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_‘-되다는 기어코 된다는 의미이다. 마음 급히 앞글자에 마음을 빼앗겨 되다를 잊어서는 곤란하다._p95

 

_지금껏 나는 나의 편지에 만족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읽는 이의 착한 마음에 기대어서 나의 독백을 알아들었기를 바랄 밖에요._p216

 

 

_기다린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끌리기를 사로잡히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장소를 바꿔가며 시간을 옮겨가며 책에서 책상 앞에서 거리에서 기다린다._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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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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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덜컥 시작하게 된 이들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일본 내 유일한 한국어 책방인 책거리를 열고 도쿄 한복판에서 ‘K-BOOK 페스티벌을 벌인 #김승복 저자이다.

 

_우리 책방이 있는 곳은 도쿄의 지보초라는 동네다. 고서점 150여 곳이 모여 있는, 그야말로 책의 거리다. ... 우리는 이 동네에서 이제 10년차 생일을 맞는다._p10

 

저자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쿠온 출판사를 설립해서 지금까지 한국문학을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에세이는 그 발자취를 차곡차곡 써내려간 기록이였다. 책장을 다 채우기 힘들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책들을 가져와 서점을 채우고 오픈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관리/결제 시스템 만든 과정, 흥미로웠던 타국의 배송서비스, 글로만 읽어도 설레었던 ‘K-BOOK 페스티벌계기와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서점을 오가는 관련 인물들에 관한 에피소드들과 저자의 책에 대한 소신, 등장하는 작가들과 문학작품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지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었던 김승복 저자가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낀 이 세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냥 하는 것이라 말하는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이 생긴다. 응원을 하게 된다.

 

또한 같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발현되는 모습이 참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이야기라서 더 좋았던 시간이였다.

 

 

_그런 불확실한 것을 어떻게 계속하냐고?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김연아 선수와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말을 빌리겠다. ‘그냥 하는 거. 20권의 [토지]를 어떻게 쓰신 거냐고 묻는 질문에 선생은 그냥 하는 거지요.”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든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했을 것이다.... 결과가 눈앞에 없는 것과 실패는 다르다.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 일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_p147

 

 

 

_이데올로기나 민족 같은 큰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이야기에 심취할 구석이 필요했던 청년들에게 하루키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간 감정의 공유를 일으켰다. 문학이 두 나라를 이어주는 토양이 되는 경험이었다._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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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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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무르다의 상태가 무르익다의 상태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밤을 더 흡수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날이면

밤은 콜타르처럼 아주 천천히 흘렀다.

소년은 무를 대로 물러 마침내

물이 되는 상상을 했다.

외딴 곳에서 은하수처럼 흐르고 싶었다._p120

 

..."얼마나 많은 밤을 더 흡수해야 할까.....“... 이 문단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뜨거운 낮을 지나 까맣게 뒤덮인 나의 밤에 글과 필사로 함께 한 고요한 밤의 필사단’, #밤에만착해지는사람들 .

 

책 속의 사람들은 밤을 통해서 나눴던 대화, 교감, .. 그래서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쓰게되고 또 곱씹게 되는 말들에 착해져서 외로움과 사랑, 기억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없이 차분해졌고, 길지 않은 여름밤을 앞으로 길어질 수많은 밤으로 나를 이끌었다. 내 안의 에너지가 넘치는 밤시간을 어떻게 써내려야 할지 길잡이를 해주는 면도 있었다. 잔잔하게 나를 다 덜어내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필사에세이 이다.

 

 

_아버지와 통화를 마친 AH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 이제 안 운다.” 하루살이들이 안간힘을 다해 가로등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_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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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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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관찰자를위한가이드 로 우리를 하늘 속 비밀로 안내해 줬던 #개빈프레터피니 가 #파도관찰자를위한가이드 로 다시 왔다.

 

저자는 어느날 딸과 콘월의 갯바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구름을 관찰하려고 했는데 그날 따라 구름 한 점없이 맑은 날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었던 물의 움직임....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관찰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파도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구름관찰자는 곧 파도관찰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구에 형성되는 파도의 과학적인 원리만을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심장박동, 근육 조절과 뇌파 등 몸속의 파동, 악기 등으로 만들어 내는 음악의 파동, 고래들의 음파를 통한 소통, 깊은 바다 속의 해류와 빛의 파동, 지진파, 모래결,... 그리고 현재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전자기기 까지 넓은 분야에 거쳐 파동을 주제로 다뤄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작은 글씨로 핵심 문구를 넣어놓아서 이것만 훏어보며 해당 내용을 골라 읽어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였다. 딱딱하기만 한 과학책이라기 보다는 가끔 시도 등장하고 인문학적인 글도 함께하고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인 것도 추천 포인트다.

 

양자역학으로 이제 파동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을 텐데 그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자연의 원리, 우리 몸의 작용, 세상이 흐르는 법을 알기 위하여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_파동이 일어나는 곳은 말 그대로 생명의 중심인 심장이다. 혈액이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는 수단이 바로 파동이다._p53

 

_선원들은 반향을 이용한 위치 탐지 비슷한 것을 해볼 수 있었다. 안개 속으로 소리를 외치고, 절벽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메아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메아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토대로 해안선의 위치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메아리가 빨리 돌아올수록 육지가 가까이 있는 것이다._p109

 

 

_매질의 흐름 없이 생기는 정상파는 악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상파 덕분에 악기는 순수한 음을 낼 수 있다._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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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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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극작가 이자 시인이였던 #로베르트발저 , #스위스문학 의 대표작가의 숲 테마 글 모음집,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으로 이번 여름 한켠을 보냈다.

 

제목부터 무척이나 마음이 쓰였었는데 글도 참 좋았던 책이다. 말년의 많은 시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는 발저, 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맑디맑은 숲과 현실적인 사람에 관한 마음, 관찰자의 시선이 아름답게 담겨있었다.

 

_숲은 시적인가? 그렇다, 숲은 시적이다. 물론 세상의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보다 더 시적이지는 않다. 숲은 특별히 시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특별히 아름다울 뿐이다! 숲은 시인들이 즐겨 찾는다. 숲속은 고요한 데다 그늘에 앉아 있으면 근사한 시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_p35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전나무 가지와 손수건, 작은 모자가 이어지고, 때로는 숲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취한 작가의 관점으로 따라가는 글들은 단편소설인지 산문인지 시인지 헷갈리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았다. 그냥 문장들에 빠져드는 시간이였다.

 

또한, 강렬한 #카를발저 의 그림들이 책을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고, 저자의 자연에 관한 관찰력과 세밀한 표현, 녹아들어가 있는 철학과 감정들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책이였다.

 

로베르트 발저.... 이 인물 자체가 궁금해진다.

 

 

_...

 

지휘자는 누구인가?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가벼운 노래들을

새의 무수한 깃털과 하나 되게 할 만큼

재능이 뛰어난 이 가수들을 이끄는

지휘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숲에 사는 침묵의 존재들이다,

새들의 세계와 우정을 맺은 존재들이다.

_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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