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배 - 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팀 구텐베르크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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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선내의 구석구석, 제각기 다른 유형의 어리석음이 가득하다. 희극적이라기보다는 음울한 연극이다. .... 실상은 모두 어둠에 길을 잃은 자들일 뿐이다. 배는 계속 나아간다. 어디로,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_p5

 

여기 배가 있다. 60 종류의 바보들이 타고 있는 배다.

 

쓸모없는 책 수집에 집착하는 자, 법정과 관청을 오염시키는 부당한 조언자와 법률가, 나이 들수록 어리석음을 키워가는 늙은이, 신의 자비만 믿고 죄짓기를 멈추지 않는 자, 현명한 충고를 외면하는 자, 말 많고 수다스러워 신뢰를 잃는 자,

 

쓸모없는 학업에 매달리는 자,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자, 과도한 책임감과 호기심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자,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며 변화하지 않는 자, 사소한 일에 크게 노하는 자,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참지 못하는 자, 행운의 변덕을 모르고 맹신하는 자,

 

계획을 미리 드러내어 스스로 덫에 빠지는 자, 하찮은 비방에 흔들리는 나약한 정신, 이론 없이 실무만 좇는 어리석은 의사, 어른들의 나쁜 본을 그대로 좇는 아이들,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믿는 자, 어리석은 거지...

 

60가지 바보의 종류만 훑어봐도 뜨끔뜨끔 하다. “나는 하나도 해당 안돼.” 한다면 이것 또한 .. 이미 배에 타 있는 것일 듯! 이렇듯 현실적이지만, 현대에 나온 내용도 아니다.

 

‘<돈키호테> 이전에 유럽 사회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고전으로 최초의 우인문학 작품으로 평가받는 #제바스티안브란트 의 #바보들의배 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1494년에 나와서, 당대의 정치, 종교, 문화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사회비판서 라 일컬어지는데, 불과 1~2장씩 들어가 있는 각 바보들에 대한 글들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그렇다. 오래전 인간군상들에 대한 것이지만, 지금에 빗대어 봐도 딱 들어맞는 것을 보면, 사람 자체의 본성, 집단생활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현자들이 강조한 바들을 고전으로 보고 또 보고 하게 되는 것 같다. 가르침이 가득한 글들도 좋지만 이렇게 고전문헌을 인용하면서 통찰력 있게 풍자를 해놓은 내용은 또다른 재미와 깨달음을 준다. 보다보면 누구나 발 하나 걸치고 있을 것 같은 바보... _불안정한 인간사 속에서 가능한 유일한 해답은 결국 어리석음을 자각하고, 배를 타지 않기로 결정하며, 이 굴레를 조용히 끊어내는 것. 바로 그것만이 해답이라는 확신이 든다._p362 ... 마무리 하는 저자의 이 당부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매몰되기 쉬운 것이 바로 우리다. 그래서 조용한 결연함이 매순간 필요하다.

 

_자신은 흠 없고 결점 없는 삶을 산다고 여기며, 덕스럽고 칭찬할 만한 삶을 사는 듯 자부하면서도, 오히려 다른 이들(때로는 죄 없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재단하며, 정작 자기 잘못은 돌아보지 않는 자는 어리석다. ..... 사람들은 그렇게 모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죄를 떨쳐내지 않고 태만히 살아간다._p175

 

_만약 한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해 훨씬 나이 많은 이와 결혼한다면, 머지않아 이 불균형한 결합의 결과를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_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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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학으로 읽는 발의 과학 - 족부 질환 예방과 발 운동의 모든 것
손성준.이재훈 지음 / 현익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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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 생활이 벌써 13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출퇴근시간도 걷기를 많이 했었던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맞이한 디지털노마드 생활은 오히러 내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느끼고 있다.

 

그러다가 건강 이슈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말그대로 내 몸의 불균형을 계속 직면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들 중 하나가 바로 발이였는데, 주로 앉아있는 상태로만 생활한 것도 원인이고 무지외반증인 것이 이렇게 문제가 많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발가락이 따닥따닥 붙어있으면 안되고 각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래서 더 절실한 마음으로 봤던 이 책, <스포츠의학으로 읽는 발의 과학>.

 

인간의 몸과 발에 대한 개론적인 내용으로 시작해서, 건강한 발과 아픈 발에 대한 설명을 하며 각자 비교하며 진단할 수 있는 시간과 적합한 신발을 제안해주고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발을 건강하게 하는 발 운동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알려주는 발 운동들은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것들이여서 마음만 먹으면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이여서 유용해보였다. 물론 몇가지는 내 발의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 하다보면 개선이 될 거라 믿는다.

 

물론, 건강이라는 것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오롯이 발만 신경 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평소에 얼마나 발에 소홀했는지, 내 몸을 정말 섬세하게 챙기지 못했구나 싶어서 재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이렇게 몸챙기기에 한 발자국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추천하고 싶은 #건강도서 이다.

 

_노화나 발 질환 외에 발바닥 굳은살도 균형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몇 가지 연구에 따르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은 균형 조절 기능이 떨어졌으며 굳은살을 제거한 후에는 일시적으로 균형 조절 기능이 개선되었다. 이는 굳은살이 발바닥 안쪽 피부에 있는 감각 신경의 민감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_p53

 

_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조절하는 발바닥 피부 감각 신경 세포의 핵심 역할을 생각한다면, 건강한 발을 유지해 주는 발바닥 관리는 필수다._p55

 

 

_발가락,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_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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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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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겨울철에 산들과 아주 멀리 떨어진 데서 리처드 헬리버튼이 쓴 세상의 경이들이라는 책에서 흐릿한 에베레스트 사진을 발견했다. .... 멀찌감치 물러앉은 에베레스트는 가장 좋은 봉우리처럼 보이지 않았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산은 가장 높은 산이었으니까. 전설을 그렇게 말했다.

 

그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꿈이었다. 한 소년이 그 산으로 들어가 바람이 휘몰아치는 능선에 올라 이제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꿈...._p32 토마스 F.혼베인의 에베레스트: 서쪽 능선에서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을 통과하고, 초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꿈꾸며, 평행우주로 또다른 우리를 꿈꾸는 게 인간이다. 나도 역시 SF를 탐닉하고 평행우주에 심취하지만, 바로 내 곁에 있는 자연의 신비함은 종종 잊어버린다.

 

누구는 우주로 갈 때, 혹자는 지구 땅에 우뚝 솟은 높은 곳을 혹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에 빠져든다. 여기 지구상에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에 도전하는 이들의 실제 기록이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존크라카우어 가 19965월 로브 홀이 이끄는 가이드 등반대 어드벤처 컨설턴츠 팀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던 여정을 담은 #희박한공기속으로 이다.

 

생생한 기록은 혹독하고 처절했었던 그 시간들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는데, 결코 읽어가기 쉽지 않았다.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부분들이 많아서 이다. 어느 영화보다도 이 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까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저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유명한 말처럼, 묵묵히 여정을 이어가는 이들은 그 목숨까지도 자연에 묻기 일쑤였다. 여정 내내, 실종되고 죽은 채로 발견되고... 쉽지 않은 길을 저자는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존 크라카우어의 글이 특히 좋았던 것은, 자연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재로 등반대를 따라 올라가며 겪는 신체적인 고통과 감흥없음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종되는 대원들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너무 잘 느껴진다는 점도 인상 깊었는데, 산을 넘어 인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긴박하고 숨이 턱 막혔던 시간이였고, 여정 중의 인간의 갈등과 선택 그 끝에 살아남은 자들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높은 곳에 있었던 그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와서 현실의 삶을 동감하게 만들었다. 한계를 안다는 것은 한없이 겸손해 지는 것이고 어느 것 하나 용서되지 않을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여정의 끝에 감동이 여운으로 남는다.

 

 

_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죽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8,000미터 위에서는 적절한 열정과 무모한 정상 정복열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해져 버린다. 그리하여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시체가 즐비하다._p272

 

 

_나는 빙판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흐느꼈다. 어릴 적 이래로 그렇게 심하게 울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전의 며칠 동안 어깨를 짓눌렀던 혹심한 긴장감에서 놓여나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마워서, 다른 사람들은 죽었는데 나는 살아남았다는 것이 괴로워서 흐느껴 울었다._p405

 

 

_내 경우 긍정적인 측면이 떠오르기 시작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지만 어쨌든 결국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어요. ..... 하지만 그건 과거예요. 지금은 지금이고, 나는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인생과 타인, 그리고 나 자신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배웠어요. 이제는 좀 더 명확한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제 나는 과거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봐요._p427 루 카시슈케가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_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지혜가 쉽게 우러나오는 법이다._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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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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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전혜린 앓이를 지독하게 했었다. 한참 후, 전혜린을 생각하면 왠지 같이 떠오르는 #전경린 작가.... 이번에 #장편소설, ‘ #엄마의집 이 출간 18년 만에 개정판 #자기만의집 으로 돌아왔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로 기억되어왔던 이 소설은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였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은 3명의 여성이다. 어느날 21살 대학생 호은에게 아빠가 불쑥 찾아온다. 그것도 이복동생 중학생 승지를 데리고... 승지를 엄마 윤선에게 맡겨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승지와 엄마의 집에 가게 되고,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호은은 그곳에서 엄마의 삶이 어떠했을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이혼을 하고, 마지막 희망처럼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기 위해서 얼마나 필사적으로 일했을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꾹꾹 접으면서 어떤 시간을 버텨냈을지... 또한 불과 몇 달 전에 친엄마를 떠나보낸 승지는 어떨지, 얼마나 춥고 외로울지를 생각하며 호은은 단 둘이 남은 방에서 동생과 대화를 이어간다.

 

_외가에서 사 년 가까이 얹혀 지내는 동안 나는 트렁크를 들고 엄마를 찾아가는 상상을 자주 했다. 표면적으로 엄마에게 냉담했는데도, 끼니를 놓쳐 배가 고픈 것처럼 본능적으로 늘 엄마가 그리웠다. 내 마음은 달이 비치는 어두운 밤에 몸통과 꼬리를 펄럭펄럭 흔들며 홀로 나는 연같이 늘 외로웠다. 나는 실을 돌돌돌 감고 감아 실 꾸러미 같은 엄마의 가슴에 가 닿고 싶었다._p23

 

 

이렇게 한 집에 셋이 살게 되면서, 호은은 엄마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소환되는 기억 속의 호은은 엄마 아빠 아저씨들과의 추억이 있었고, 현재에서는 모녀간의 비워진 소소한 시간들을 채워나가게 된다. 승지도 나름 적응 중이다.

 

이 모든 과정 중에, 정착하지 못했었던 호은은 자신만의 미래를 조금씩 세워나간다. 그녀는 공허함에 초라해보였던 엄마에게서는 고유한 모습을 발견해나가고, 의지할 데 없이 늙어만 가는 아빠에게는 동정심에 가슴이 아프다.

 

웃음을 찾아가는 승지는 이 집에서 편안해 보인다. 우리에게 이란 것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영어에 보면 ‘house' ’home' 이 확연히 다르게 쓰인다. 이 소설에서의 집이란 바로 ‘home' 이다. ’엄마의 집에서 찾은 인물들의 자기만의 집은 어쩌면 홀로 설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 에게 삶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답들이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잃지 않는 희망이, 불현듯 찾아오는 공허함을 물리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읽으면서 잔잔하게 스며듦이 느껴졌던 소설이였고, 지리멸렬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들이 참 좋았던 독서였다. 여운이 긴 소설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이 있었지만, 특히 아래 문단을 꼭 기억하며 살고 싶다.

 

_“살기 위해, 생활비를 버느라 일러스트를 그리지만 전과 달리 초조하지 않아. 묵묵히 삶에 복무하는 거지. 언젠가 때가 되어서 다시 그림을 그리면, 예전과는 아주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될 거 같아.”

 

엄마는, 어디에도 메인 데 없는 사람처럼 선선한 태도로 말했다.

..... 스스로 잠의 넝쿨이면서, 스스로 칼날이 되어 백 년의 잠을 깨우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제 사람이 어떻게 자유로워지는지 알 것 같아.”

엄마의 말은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내 몸이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이해 이전에 그냥 흡수했다..... 엄마는 삶을 직접 통찰하는 자유롭고 예지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백 살 할머니가 되어도 영원히 미스 엔일 것 같다. .....

 

적어도 엄마가 꿈에서 깼으니, 난 그 꿈 바깥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_p162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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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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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발레는 미적 관념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일종의 극시, 인체의 가능성과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는 매혹적인 투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완벽이라는 꿈이 손에 잡힐 듯하고 에로틱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신비와 미학을 자세히 묘사할 것이다._p10

 

#댜길레프의제국 의 저자, #루퍼트크리스천슨 은 자신을 못 말리는 발레트망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것저것 재는 것 없이 순수하게 빠져들어서 좋아하는 한 가지를 인생에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발레에 관한, 특히 러시아의 임프레사리오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댜길레프가 1909년에 만든 #발레뤼스 에 관한 내용이 가득한 이 책을 보며, 저자는 진정 성공한 덕후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 라는 장르가 사실 대중적이지는 않은 분야이고 나도 평소에 잘 알지는 못했던 장르였기 때문에 시작부터 새로움의 연속이였다. 익숙한 제목들의 발레작품들에 관한 내용들, 발레에 적용되었던 많은 창조자들의 철학예술, 댜길레프의 업적을 따라가며 저자의 의견도 섞인 재미있는 연대기와 발레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관한 안내들은 여기에 다 옮겨 적을 수 없을 만큼 자세하고 방대한 느낌이 들었다.

 

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음악가, 연출가 등 다양한 이들의 의견조율과정, 특히 친근한 예술가들의 이름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역사의 현장감을 긴장감 있게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주요 추천 포인트 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나 같은 사람들이 발레에 왜 그리 야단법석을 떠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발레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바램일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에게 굉장히 성공적 이였고, 무척 재미있었다. 한 분야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행적의 전체를 쫓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느꼈던 시간이였다.

 

발레에 관심여부를 떠나서, 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였고, 위대한 인물과 조력자들이 쌓아올리는 노력과 시간의 굉장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독서였다. 더불어,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지적 호기심도 채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 이였다.

 

 

_니진스키는 피가 날 때까지 강박적으로 엄지손가락을 뜯었다. 또한 언제나 피곤하고 지루하고 흥분하고 괴로운듯 보였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완벽주의가 엄청난 불안의 기운과 결합했고, 그 결과 너무나도 열정적이고 뛰어난 천재의 느낌을 발산했다. 전율에 몸서리치고 무자비한 창조적 충동에 사로잡혀 혼돈의 고통을 겪는 인물의 모습이었다._p174

 

 

_하지만 진지하고 한결같은 예술, 즉 예술적인 야망과 감정적인 효과라는 면에서 오페라와 대적할 수 있는 발레 예술을 논하자면 댜길레프가 단연 유일하고, 러시아 발레가 단연 최고였다._p275

 

 

_위대한 춤은 허공을 가로질러 공간을 조각한 뒤 향수처럼 차츰 사라진다. 창시자가 더나고 나면 짧고 불확실한 생이 남는다. 안무는 시나 그림 같은 영원한 힘을 거의 갖지 못한다. 카메라는 안무를 그저 이차원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춤의 외형적 움직임은 비디오나 기보법을 통해 전달될 수 있지만 춤의 영혼은 그럴 수가 없다. 피부밑에서 이뤄지는 미세한 동작과 의미를 추적하는 일은 안무가 본인이나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_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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