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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평점 :
_나는 겨울철에 산들과 아주 멀리 떨어진 데서 리처드 헬리버튼이 쓴 ‘세상의 경이들’이라는 책에서 흐릿한 에베레스트 사진을 발견했다. .... 멀찌감치 물러앉은 에베레스트는 가장 좋은 봉우리처럼 보이지 않았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산은 가장 높은 산이었으니까. 전설을 그렇게 말했다.
그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꿈이었다. 한 소년이 그 산으로 들어가 바람이 휘몰아치는 능선에 올라 이제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꿈...._p32 토마스 F.혼베인의 ‘에베레스트: 서쪽 능선’에서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을 통과하고, 초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꿈꾸며, 평행우주로 또다른 우리를 꿈꾸는 게 인간이다. 나도 역시 SF를 탐닉하고 평행우주에 심취하지만, 바로 내 곁에 있는 자연의 신비함은 종종 잊어버린다.
누구는 우주로 갈 때, 혹자는 지구 땅에 우뚝 솟은 높은 곳을 혹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에 빠져든다. 여기 지구상에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에 도전하는 이들의 실제 기록이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존크라카우어 가 1996년 5월 로브 홀이 이끄는 가이드 등반대 어드벤처 컨설턴츠 팀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던 여정을 담은 #희박한공기속으로 이다.
생생한 기록은 혹독하고 처절했었던 그 시간들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는데, 결코 읽어가기 쉽지 않았다.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부분들이 많아서 이다. 어느 영화보다도 이 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까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저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유명한 말처럼, 묵묵히 여정을 이어가는 이들은 그 목숨까지도 자연에 묻기 일쑤였다. 여정 내내, 실종되고 죽은 채로 발견되고... 쉽지 않은 길을 저자는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존 크라카우어의 글이 특히 좋았던 것은, 자연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재로 등반대를 따라 올라가며 겪는 신체적인 고통과 감흥없음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종되는 대원들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너무 잘 느껴진다는 점도 인상 깊었는데, 산을 넘어 인간의 시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긴박하고 숨이 턱 막혔던 시간이였고, 여정 중의 인간의 갈등과 선택 그 끝에 살아남은 자들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높은 곳에 있었던 그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와서 현실의 삶을 동감하게 만들었다. 한계를 안다는 것은 한없이 겸손해 지는 것이고 어느 것 하나 용서되지 않을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 여정의 끝에 감동이 여운으로 남는다.
_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죽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8,000미터 위에서는 적절한 열정과 무모한 정상 정복열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해져 버린다. 그리하여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시체가 즐비하다._p272
_나는 빙판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흐느꼈다. 어릴 적 이래로 그렇게 심하게 울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전의 며칠 동안 어깨를 짓눌렀던 혹심한 긴장감에서 놓여나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마워서, 다른 사람들은 죽었는데 나는 살아남았다는 것이 괴로워서 흐느껴 울었다._p405
_내 경우 긍정적인 측면이 떠오르기 시작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지만 어쨌든 결국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어요. ..... 하지만 그건 과거예요. 지금은 지금이고, 나는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인생과 타인, 그리고 나 자신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배웠어요. 이제는 좀 더 명확한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제 나는 과거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봐요._p427 루 카시슈케가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_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지혜가 쉽게 우러나오는 법이다._p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