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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_강도와 경도가 적당하고 부피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녹는점이 높고 용해도가 낮아 불도 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규산염은 쪼거나 갈아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인류가 규소와 산소라는 원소를 뼈대로 삼아 만들어진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난 것은 분명히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그 덕분에 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_p146
화학 전공인 과학자가 세계사를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예의 하나로 5개 원소로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인데 지구과학과 화학, 인문학이 어우러진 내용이였다.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 5개의 원소가 인류와 함께 한 여정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널리 알려진 잉카문명의 황금과 유럽의 연금술, 금이 현대적 쓸모까지, 자유의 여신상의 녹제거 문제와 구성물질들로 시작하는 구리, AI산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규소와 인간의 이야기, 단맛 공급원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탄소, 그리고 달 탐사의 일등 공신 이며 인공무릎 관절 등 최첨단 기술들의 중추인 타이타늄 까지,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특정 원소와 연결이 되면서 새롭게 읽혔다. 바로 이런 맛이 이 책의 핵심일 것 같다.
특히 지구 지각내 원소 존재비가 27%나 달하는 규소 덕분에, 인류가 바위에 벽화를 그릴 수 있어서 기록이 남을 수 있었으며, ‘강도와 경도가 적당하고 부피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녹는점이 높고 용해도가 낮아 불도 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규산염은 쪼거나 갈아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로 만들기에 안성맞춤’ 이며 산소와 함께 모든 원소를 품어주는 능력이 있어서‘, 덕분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는 내용은 무척 인상적 이였다. 거의 인류의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함께하여 시계와 AI산업에도 핵심으로 사용되면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있어주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학섬유, 인공감미료, 경제발전과 환경오염 까지 인류에게 편리와 재앙을 같이 제공해왔던 탄소는... 비교적 많이 들었던 내용이긴 하지만 유기 복합소재가 철강을 대체한다는 내용은 신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장 낯설면서도 관심이 가는 원소는 타이타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많은 히어로영화나 SF소설에서 언급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우주관련 산업에도 두루 사용되기도 하고, 실제로 타이타늄으로 인공관절 등을 만들어서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훨씬 가볍기 때문에 운동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고 한다. 이것 관련해서 논의가 오갔던 내용도 책에 들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얼른 일반화가 되었으면 하는 기술 이였다.
마지막장에서 주기율표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 원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었는데, 저자가 중국출신이라 그런지 동양의 원소관련 내용도 들어있어서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매우 재미있게 집중하며 읽었던 책이고, 역사를 좋아하든, 과학에 흥미가 있든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 실험 결과 오히려 구리가 산화되어 만들어낸 복잡한 구조가 여신상 내부의 금속을 보호해 산화 속도를 늦추고 있음이 밝혀졌다. 계산에 따르면 여신의 구리 피부가 완전히 녹슬려면 10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병의 원인은 동록이 아니었던 것이다._p85
_하지만 이런 제작 방식으로는 월왕구천검처럼 칼 표면을 세밀한 무늬로 장식하고 보석을 끼워 넣어 아름다우면서도 무기의 기능도 잃지 않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여러 야금 전문가가 현대의 기술로 월왕구천검을 똑같이 복제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다._p99
_오랜 세월 동안 달콤한 음식을 즐기다 보니 유럽 귀족들에게 충치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충치를 세련된 질병이라고 오해한 서민들은 충치가 생긱 척하려고 스스로 이빨을 검게 칠하고 다녔다._p215
_무엇보다 바닷물을 이겨내는 금속 중에서 타이타늄만 유일하게 선박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아홉 번째에 이르는 타이타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납, 아연, 구리보다 양이 많다. ..... 선박에 사용하는 타이타늄의 양은 톤 단위인데, 소련은 중국 다음갈 정도로 풍부한 타이타늄 매장량을 자랑하는 나라였으므로 #타이타늄 합금으로 함선을 건조할 자원이 충분했다._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