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 고독 속 절규마저 빛나는 순간
이미경 지음 / 더블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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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뭉크는 적색, 녹색, 청색, 갈색 등 6개 본으로 석판화를 찍었다. 그가 이 작품을 여러 색채의 석판화로 제작한 것은 이 모티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희미하게 찍힌 판화본은 남아 있는 소피에의 희미한 숨을 의미하는 듯해 더 슬프다._p30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의 전시자문을 맡은 이미경 교수가 본격적으로 뭉크에 대하여 소개해주고 있는 책을 만났다. 작품 #절규 가 워낙 유명한 화가라서 그 이미지 자체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작가라서 사실 그의 사생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뭉크의별이빛나는밤 에서 만난 뭉크는 보통사람이였다. 허약했었던 뭉크는 이른 엄마의 죽음과 누나의 죽음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듯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와 진로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혔고 결국 공립학교를 자퇴하고 왕립 미술 디자인 학교에 입학해서, 그림에 대한 재능에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이어지는 뭉크의 삶의 연대기에 따른 작품들은 각 시기를 대변해 주고 있어서 한 편의 전기처럼 읽어갈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의 훌륭한 해설 덕분이리라. 우울과 광기만 있었을 것 같았던 뭉크에게도 첫사랑이 있었고 <빨강과 흰색>이 태어났다. 늘그막하게 술을 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던 시기의 뭉크는 오슬로 대학 아울라 대강당 벽화, <태양> 완성시켰다. 때로는 질투 같은 유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요리조리 결혼하기 싫어서 사귀던 여성을 피해 다니느라 스토커가 생기기도 했다.

 

후반부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화가편에서는, 반 고흐에게서 영감을 받은 뭉크의 그림,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리고 밀레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고,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의 변천사를 설명과 함께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이 책의 뭉크는 보통사람 이였다고는 했지만, 확실히 풍파가 많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편 그 덕분에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뭉크와 뭉크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지게 된 것 같고 같은 제목으로 여러 작품을 순차적으로 그린 연대기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였다. 개인사, 개인사와 연결된 작풍의 변화, 그리고 많이 보지 못했던 뭉크의 작품들까지 고루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만약 뭉크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_뭉크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늘 삶을 비관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 <가계도>에는 삶에 대한 간절함도 담겨 있다. 바로 창틀로 묘사된 십자가다._p44

 

_<질투>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 그리고 의문의 남성이다. 이 작품은 뭉크와 다그니, 프시비셰프스키의 삼각관계 이야기다._p137

 

_뭉크의 <뱀파이어>는 사랑과 고통을 담은 작품으로 원래 제목은 사랑과 고통이었다. 뭉크의 첫사랑은 그에게 사랑의 환희와 더불어 훨씬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_p199

 

 

_뭉크의 <태양>의 강력한 광선을 그리기 위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구사한 원근법을 사용했다. ..... 뭉크 역시 태양의 중심에 줄을 고정시켜 놓고 여러 번 핑 소리가 나도록 줄을 튕겨 여러 개의 태양 광선을 그렸다._p267

 

 

_뭉크는 예술은 진실해야 하고 진실하다고 믿었다.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뭉크가 노쇠하고 병들어가고 나약해지는 과정이 진실하게 담겨 있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것은 뭉크 자신이었다._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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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지음 / 나무사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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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논제는 평생을 따라다닐 텐데, 그 핵심은 바로 나다움이지 않을까 싶다.

 

한창 정신없이 바쁠 때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살기 쉬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보여지는 것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인 곳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인지 중년이 되어 를 찾아나서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일찍 내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발견해서 직업과도 일치하게 인생을 쌓아간다면 정말 운 좋은 경우겠지만, 사실 내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때론 나는 이러이러해 하고 속단을 내리고 거기에 맞춰서 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 나이 오십을 내걸고,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저자는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해오고 있었을 것 같고 정석대로 은퇴를 할 것 같은 훌륭한 커리어의 소유자여서 이 책의 배경이 모두에게 다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산다는 것, 그 본질은 어떤 상황에 있든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십이여도 생계를 위해 해야할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좋아하는 것들을 짚어보고 찾아가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굳이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장 매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와도 관계가 있기도 하다.

 

 

1010답을 하며, 책 속의 저자의 상담실 내용과 생각들, 버킷리스트, 취미생활 만들기 등의 빈칸을 채워보면서,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것과 내용을 읽고 질문을 받고 펜을 들어 써보는 것은 확실히 다른 행위임을 느꼈다. 최근 다소 산만했었던 나를 점검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혼자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좋을 것 같고, 가까운 이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풀어가도 좋을 것 같은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였다. 재미있게 즐겁게 사는 법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다시금 새겨본다.

 

 

 

_나는 외로움을 새롭게 이해했다. 혼자 있을 수 있다면 외로움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자 있을 수 없는 이들에게 외로움은 괴로운 문제가 된다. ..... 무엇이 혼자 있는 것을 즐겁게 할까. 그건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에 대해 궁금해하면 된다. 자기 자신은 평생 그 속을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나에 대해서는 수많은 질문과 답이 가능하다._p87

 

 

_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는 대신 정신이 여유로워지낟.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의무적인 관계에서 자유로운 관계로 폭이 넓어진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노년의 삶을 좌우한다._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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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우드 심령 회사 5 - 빈 무덤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강아름 옮김 / 달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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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구겨진 수의 아래서 튀어나온 뭔가가 관 옆을 때리며 톡톡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그랗게 모아 쥔 밀랍 손이 경련하듯 실룩이고 홱홱 꺾였다. 우리 눈앞에서 그 발작적인 움직임이 팔을 다라 올라가더니 불현 듯 밀랍 모형 전체가 떨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가닥가닥 피어오르는 유령안개에 저항이라도 하듯._p42

 

 

오늘도 록우드 심령회사 멤버들은 보통사람들은 가지않는 장소에 있다. 바로 무덤 안을 기어다니고 있다.... 다른 기습조와 함께하는 이 작전은 우리 시대 최초이자 최고의 심령 조사관이였던 마리사 피츠의 묘를 조사하는 것이다. 피츠 대행사가 관리하고 있다는 그녀의 묘에 마리사 피츠가 묻혀 있다는 얘기를 믿지 않은데서 시작되었다.

 

결국 .. 시체는 사라져 있었고 그 행방을 쫓는 록우드 심령 회사의 록우드, 루시, 조지, 3인조! 이번에도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서 잘 해결해낼 수 있을까? 이 사건의 뒤에 있는 검은 음모는 무엇인가!?

 

 

#록우드심령회사 시리즈의 마무리, 5번째 이야기, #빈무덤 , 마지막 편답게 시리즈 시작부터 지금까지 뿌려놓았던 질문들에 대한 설명이 깔끔하고 무섭게 들어있었다. 이 작가의 큰 장점은 유령 등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공포를 느끼게 하는 표현인데 그런 점이 특히 잘 반영되어 더운 여름밤을 오싹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무서웠다... 그리고 사회고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시리즈 초반 많이 부족해 보였던 록우드 심령회사의 3명의 아이는 어느새 많이 성장해 있었고, 시니컬한 웃음을 선사해왔던 해골단지의 활약상도 재미있었는데 드디어 이 정체도 밝혀진다.

 

훨씬 흡입력 있는 전개와 풍부한 표현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였다. 넷플릭스에서도 마무리까지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정하는 이 시리즈, 끝이여서 아쉬웠지만 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강추하는 판타지 공포 시리즈이다.

 

_"... 마리사한테 뭔가 다른 시스템이 있어. 그리고 난 그 여자가 정말 오랜 세월 동안 그걸 아무한테도 안 들키고 조용히 써왔다고 생각해. 어딘가 근사하고 은밀한 곳, 그러면서도 모든 것의 중심부에서. 거기서부터 바깥쪽으로 지금껏 출몰이 확산돼 온 거고.“_p203

 

_시간이 다 됐다. 바깥 복도에서 엄청 크게 쿵 하는 소리에 우리 모두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끔찍스레 끼익하는 소리, 금속의 비명이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흉측하고 기형적인 형상이 밀고 들어왔다._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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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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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강도와 경도가 적당하고 부피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녹는점이 높고 용해도가 낮아 불도 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규산염은 쪼거나 갈아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인류가 규소와 산소라는 원소를 뼈대로 삼아 만들어진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난 것은 분명히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그 덕분에 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_p146

 

 

화학 전공인 과학자가 세계사를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예의 하나로 5개 원소로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인데 지구과학과 화학, 인문학이 어우러진 내용이였다.

 

,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 5개의 원소가 인류와 함께 한 여정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널리 알려진 잉카문명의 황금과 유럽의 연금술, 금이 현대적 쓸모까지, 자유의 여신상의 녹제거 문제와 구성물질들로 시작하는 구리, AI산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규소와 인간의 이야기, 단맛 공급원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탄소, 그리고 달 탐사의 일등 공신 이며 인공무릎 관절 등 최첨단 기술들의 중추인 타이타늄 까지,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특정 원소와 연결이 되면서 새롭게 읽혔다. 바로 이런 맛이 이 책의 핵심일 것 같다.

 

특히 지구 지각내 원소 존재비가 27%나 달하는 규소 덕분에, 인류가 바위에 벽화를 그릴 수 있어서 기록이 남을 수 있었으며, ‘강도와 경도가 적당하고 부피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녹는점이 높고 용해도가 낮아 불도 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규산염은 쪼거나 갈아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로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며 산소와 함께 모든 원소를 품어주는 능력이 있어서‘, 덕분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는 내용은 무척 인상적 이였다. 거의 인류의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함께하여 시계와 AI산업에도 핵심으로 사용되면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있어주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학섬유, 인공감미료, 경제발전과 환경오염 까지 인류에게 편리와 재앙을 같이 제공해왔던 탄소는... 비교적 많이 들었던 내용이긴 하지만 유기 복합소재가 철강을 대체한다는 내용은 신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장 낯설면서도 관심이 가는 원소는 타이타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많은 히어로영화나 SF소설에서 언급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우주관련 산업에도 두루 사용되기도 하고, 실제로 타이타늄으로 인공관절 등을 만들어서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훨씬 가볍기 때문에 운동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고 한다. 이것 관련해서 논의가 오갔던 내용도 책에 들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얼른 일반화가 되었으면 하는 기술 이였다.

 

마지막장에서 주기율표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 원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었는데, 저자가 중국출신이라 그런지 동양의 원소관련 내용도 들어있어서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매우 재미있게 집중하며 읽었던 책이고, 역사를 좋아하든, 과학에 흥미가 있든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 실험 결과 오히려 구리가 산화되어 만들어낸 복잡한 구조가 여신상 내부의 금속을 보호해 산화 속도를 늦추고 있음이 밝혀졌다. 계산에 따르면 여신의 구리 피부가 완전히 녹슬려면 10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병의 원인은 동록이 아니었던 것이다._p85

 

 

_하지만 이런 제작 방식으로는 월왕구천검처럼 칼 표면을 세밀한 무늬로 장식하고 보석을 끼워 넣어 아름다우면서도 무기의 기능도 잃지 않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여러 야금 전문가가 현대의 기술로 월왕구천검을 똑같이 복제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아직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다._p99

 

_오랜 세월 동안 달콤한 음식을 즐기다 보니 유럽 귀족들에게 충치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충치를 세련된 질병이라고 오해한 서민들은 충치가 생긱 척하려고 스스로 이빨을 검게 칠하고 다녔다._p215

 

_무엇보다 바닷물을 이겨내는 금속 중에서 타이타늄만 유일하게 선박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아홉 번째에 이르는 타이타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납, 아연, 구리보다 양이 많다. ..... 선박에 사용하는 타이타늄의 양은 톤 단위인데, 소련은 중국 다음갈 정도로 풍부한 타이타늄 매장량을 자랑하는 나라였으므로 #타이타늄 합금으로 함선을 건조할 자원이 충분했다._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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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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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슈루즈베리가 성 베드로 축일을 앞두고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시장을 중심으로 길드 대표들이 수도원장을 찾아온다. 이 축일장의 수익 배분을 협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견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만 낳을 뿐이다.

 

_"왕이 마을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우리가 입은 피해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랬더라면 최소한 몇 가지 특권을 내주었겠지요.“_p22

 

_“우린 모두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소.” 인생의 절반이상을 치열한 전쟁터에서 보낸 캐드펠 수사가 대꾸했다. “평화가 좋은 거라고 누가 그러오? 내가 아직 수도원장의 의중을 꿰뚫을 만큼 그 속을 아는 건 아니오....”_p37

 

 

숨어있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각지에서 상인들과 구경꾼들이 슈루즈베리에 몰려들어오고 활기를 뗀다. 헌데 시의 젊은이들과 상인들 간에 육탄전이 벌어지고 바로 그날 밤에 타지에서 온 대상 토머스가 단검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으로 다툼이 있었던 젊은이들의 우두머리가 지목되어 체포된다.

 

하지만 뒤이어 다른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거상의 조카 에마도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캐스펠의 눈에는 에마 역시 수상해보이는데.... 그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또 무엇일까?

 

영리한 두뇌 싸움이 재미있었던 이번 편, ‘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어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배경이 주는 현실감과 등장인물들의 서사들이 사건을 중심으로 잘 엮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원칙과 옳음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 듯해서 일반추리소설과의 차별성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모습들이여서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다. 캐드펠의 통찰력이 잘 보였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4번째 이야기였다.

 

 

 

_청년들은 지팡이 하나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얼굴은 의심할 바 없는 전사의 얼굴이었으니, 바야흐로 전투 나팔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_p50

 

_침침한 불빛, 사방에 드리운 견고한 그림자, 속삭이는 목소리, 평신도들의 부재, 그 모든 것들이 그를 봉인된 안식처로 이끌었으며, 그곳에 함께 있는 모든 이들이, 활기찬 낮 시간에는 애정을 느끼지 못해 차갑게 대했을 사람들마저 그의 살과 피와 영혼이 되어 그를 보살피는 동시에 그 역시 그들을 보살피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만큼은 서약의 부담도 짐이 아닌 특권이었고, 한밤의 첫 예배는 그날의 에너지원이 되었다._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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