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 - 문화 상대주의로 세상을 바꾼 인류학의 모험가들
찰스 킹 지음, 문희경 옮김 / 교양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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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보아스 학파의 핵심 개념은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타인의 삶을 공감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현실을 보는 다른 관점을 판단하려면 우선 그 관점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해야 하고, 다음으로 먼 곳의 종족을 연구할 때처럼 냉정하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_

 

 

인간이 스스로를 존귀하게 만드는 요건은 무엇일까?

 

교양이라는 옷을 입고 문화를 향유하지만, 남의 땅을 침범하고 주인행세를 하기도 하고,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근거없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차별을 정당화 하기도 한다. 같은 인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그 안에서도 계급을 만들어서 각자의 존재가치를 정의하여 국가체계로 운영하기도 한다.

 

하나의 민족을 우생학으로 포장해서 대량학살을 하고, 우월주의와 차별을 교묘하게 정치와 경제에 대입시켜서 대중과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한다. 매우 효과적이고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오래된 역사를 문화인류학을 바탕으로 바로잡기 위해서 애써온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이들의 노력에 대한 내용이 연대기로 알려주고 있는 책이 바로 #문화의수수께끼를풀다 이다.

 

#프란츠보아스 부터 루스 베네딕트, #마거릿미드 , 엘라 캐러 델로리아, 조라 닐 허스틴 까지, 인류학자로, 페미니스트 작가로, 문화인류학과 문화 상대주의를 탄생시키고 정착, 알리기 위해 애쓴 인물들의 기록이다. 이들은 여성이여서, 유색 인종, 성소수자, 신체장애인이여서 당대 미국 사회의 주류에 끼지 못하고 배척 당했었다. 지금도 이런 인식은 없어지지 않은 상태인데 그 옛날에는 얼마나 심했을지 안봐도 짐작가능하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이는 행적들이, 미국 내의 폐해에만 그치지 않고 인류가 있는 모든 문화권에 거쳐있었다.

 

문화 상대주의는 무조건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이분법으로 가르며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서구 문명과 백인 중심으로 모든 인간을 위계화 할 것이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에 비춰서 보고 이해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이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각 챕터의 내용이 너무 방대해 보인다면, 개인적으로는 각 챕터 제목 아래에 간략하게 들어있는 한 문단을 잘 이해하고 본문을 만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핵심을 잡아내기에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여기에 다 열거할 수는 없으나, 인류학 쪽은 마거릿 미드만 알았던 나에게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시간이였고, 지금 시대의 분열의 원인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인류의 진정한 진보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가를 알려주는 내용 이였다.

 

다시 처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인간이 스스로를 존귀하게 만드는 요건은 무엇일까?”,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낸다면 이 답을 어렴풋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_보아스는 인종이 불안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종이 현재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거에도 존재했을 리가 없고, 이는 결국 인종들 간의 대혼전으로 표현되는 인류 역사는 본질적으로 거짓이라는 의미였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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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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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문득 눈을 떴는데,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안내가 보였다. 그래서 무심코 진행한 업데이트... 로봇모양의 납작한 이미지와 동그랗게 진행상황이 보이는 빛이 깜빡거린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누워서 모바일을 놓았다 들었다 하면서 천장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시간도 목소리를 입히면 소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의식의 흐름이 이 책, #너의유토피아 로 흘렸다. #정보라 작가의 8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집 이다.

 

첫 번째, ‘영생불사연구소는 영생불사연구소의 기념행사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이였는데 쭉 읽히다가 가장 오싹한 마무리로 나를 놀래킨 소설이였다. 두 번째 작품, ‘너의 유토피아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연대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는 도주가 아련하고 가슴 아파서 가장 이상 깊게 남는다.

 

이외에, 기존과는 다른 뜻밖의 형태 좀비가 나와서 그림 그려지듯 눈앞에 장면이 상상되었던 여행의 끝’, 가까운 미래 같았던 ‘One More Kiss, Dear', 관념적인 느낌이 남아서 다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그녀를 만나다‘, , 각각 다른 인물들 아니 존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 보고나면, 그냥 먹먹해 진다. 이미 우리는 인간과 사물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관계를 형성해가는 미래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인류애는 꼭 인간들만의 얘기인가? 그냥.... 은근한 설움과 희망들로 새벽의 나를 각성시켰던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말을 건다.... “너의 유토피아는..”

 

 

_“너의 유토피아는.”

그가 속삭인다.

조금만 기다려. 해가 뜰 거야.”

내가 대답한다.

뒷좌석에 인간의 형태를 하고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는 우언가가 놓여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위안이 된다.

.....

“1부터 10까지...”

지금은 1이야.”

내가 대답한다.

해가 뜨면 10이 될 거야.”_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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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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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파나마운하 덕분에 세계의 해운과 해상무역을 주도할 수 있는 지리적 힘을 확실하게 얻은 미국은 북아메리카의 대국 수준을 넘어 자본주의 세계의 새로운 종주국 자리를 확고히 해나간다.

 

물론 파나마운하는 그 건설 과정이 보여주듯 독점자본주의적, 제국주의적 성격도 다분했고, 이곳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었던 미국의 행보 역시 자국 중심적, 신제국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_p181

 

 

우리가 세계정세를 읽고 예측하는 데는 다양한 기준이 있어 왔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당연히 재화와 힘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정의해도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자본주의 말이다.

 

자본주의는 유럽에서 출발해서 이렇듯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계기는 무엇일까? 경제구조의 변천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으며 부작용은 무엇인가? 소위 강대국들이 지금의 기반을 쌓게 된 사건들과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한국의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떨까? 등등.

 

자본주의 관점에서 본 세계사를 지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을 통해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이다.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자본의 흐름을 알려주는 내용은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가 되는 기분이였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의 탄생은 15~16세기 오스만제국의 팽창과 이에 따른 실크로드 무역로의 봉쇄와 관계가 깊다는 시작부터 무척 흥미로웠는데, 어째서 유럽이 새로운 해상로를 개척해야만 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던 전개였다.

 

이렇게 유럽사를 지나 프랑스혁명과는 많이 달랐던 러시아혁명, 세계대전을 거쳐서, 미국의 영리하고 공격적인 경제력 확장과 수정자본주의, 베트남전쟁 참전까지, 많지 않은 페이지에 통으로 넣어놓은 핵심위주의 정리와 같은 세계사 책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국가로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의 행보가 2024년 까지 이어져 있어서, 최근 동향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사로 마무리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직면한 부동산, 저출생, 등 뿌리 깊은 부조리에 대한 문제제기, 전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환경문제, 불평등의 팽배 등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어서 권하고 싶은 책으로 손색이 없었다.

 

요즘 SNSTV를 보면서,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자주 가지게 되는데, 이런 측면을 인류 역사를 통해 엿본 기분이여서 남아있는 숙제들이 무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였다. 하지만 이런 도서들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와 흐름을 알고 현대와 미래를 잘 만들어 가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서 일 것이라 생각한다. 토론용 도서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_푸틴 정권의 경제정책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산업과 원자재산업에 과다하게 의존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도한 국가주의와 푸틴 개인의 카리스마를 내세워 정부가 민간기업과 금융을 일정 부분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적 성격도 다분하다._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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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나에게 말하는 것들 - 지금 여기에서
최은창 지음 / 노르웨이숲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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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에게 재즈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대한민국 대표 재즈 베이시스트 #최은창 가 내놓은 책, #재즈가나에게말하는것들 .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장르로 접근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재즈 , 저자는 재즈에 대한 전반적인 개론에 대하여 설명을 하면서 이 음악을 특징짓는 필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말해 주고 있었다. 스윙 필에 대하여 설명하는 문단은 무척 공감이 되어 저절로 내 몸도 움직이는 기분이였다.

 

_스윙 필이라고 부르는 특유의 느낌은 재즈의 핵심이다. 듣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앉아 있던 자세가 삐딱해지고 신체 어느 한 부분이 건들거리게 된다면, 그날 연주하는 밴드는 제대로 스윙하고 있다는 말이다._p38

 

 

개론적인 내용을 이어서, 각 챕터 마다 저자가 생각하는 주제와 설명에 적합한 재즈 음반들이 QR코드와 함께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익숙한 스타일부터 다소 낯설고 새로웠던 연주들 까지 짧은 시간 동안 재즈의 세계를 고루 맛 본 기분이다.

 

특히 인상 깊게 남는 앨범은 ‘Word of Mouth' 였는데 새롭게 다가온 연주여서 일 것이다. 저자는 이 음반을 시작부터 완결된 스타일이라고 정의하며 #자코파스토리우스 의 연주세계를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었다.

 

_..... 메인 솔로 주자들이 마음껏 솔로를 펼치는 구간과 철저하게 작곡과 편곡을 통해 음악의 방향을 끌고 가는 것 사이의 균형이 무척이나 좋게 들리는 음반이다. 음반 전체를 통해 너무도 명확하게 느껴지는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페르소나를 지켜보면서, 그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실현해내는 능력에 감동하고 또 감탄하게 된다._p190

 

 

재즈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도, 재즈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입체적인 기쁨을 선사하는 굉장한 책이였다. 재즈의 즉흥성을 사랑하는데 덕분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기분이다.

 

 

_... 재즈의 또 다른 가치가 ‘being in the moment' 한다는 것인데,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단어를 아직 찾지 못해 지금까지는 현재성이라 부르고 있다. 연주하는 순간에 극도로 집중해 있는 이들은 종종 현실감이 흐려지곤 한다. 내가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제삼의 존재인 음악(의 신)이 나를 통해 음악을 세상에 발현시키는 것 같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존재가 나를 통로로 삼고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 그건 그 순간에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만 이해하는 것이리라._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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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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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새벽 515,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_p7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는 죽음을 언제나 지척에 두고 산다. 두려움이 앞서는 이 단어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이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소설, #닐스비크의마지막하루 , 노르웨이 현대문학을 이끄는 소설가, 시인이자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프로데그뤼텐 의 작품이다. 최근 이쪽 작품을 연달아 읽었는데 기본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잔잔하고 진솔하면서도 힘이 있다고 할까...

 

닐스 비크의 마지막 날을 다룬 이 소설은 훨씬 더 잔잔하게 스며드는 글이였다.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 마을에 사는 페리 운전수인 그는 많은 날 동안 사람들을 배로 실어 나르며 살았다. 이들의 이야기들이 배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았던 인생에 대한 내용이 자연스럽게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삶이란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시간, 가족과의 시간, 생각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 낯설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상투적인 이유나 슬픔 같은 것도 없다. 글 속의 타인들의 죽음들도 그 순간을 잘 견뎌낸 삶이 존재할 따름이였다.

 

힘든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흔히들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를 고려해보라고 조언을 한다. 결국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은 삶 속에서 만들어 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란하지 않게 심장을 울리는 노르웨이 소설에 한 번 더 반하게 된 시간이였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프로데 그뤼텐, 더 잘 알고 싶어지는 작가다. 이 작가의 시를 찾아봐야겠다.

 

 

_욘 안데르손은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는 것을, 즉 꿈과 희망을 연주했다. 그는 연주를 하지 않을 때문 난간 위에 올라가 두 팔을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몸의 균형을 잡거나 뭍으로 뛰어올라 소나무에 있는 새 둥지 안에서 새알을 훔쳐 오기도 했다. 닐스는 항해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 또한 삶의 한 단계다. 중력도 없고 안정감도 없이, 매일 아침은 가느다란 팔다리와 거친 심장으로 찾아온다.’_p47

 

 

_라디오가 작동을 멈추었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된 것일까? 바다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일까? 항상 최대 볼륨으로 켜져 있던 조타실의 라디오는 닐스를 나머지 세상과 이어주는 닻이었다. 이곳에서는 절대 고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는 배웠다. 폭풍 한가운데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무엇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안다._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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