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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을 위한 철학 - 나를 짓누르는 삶의 중력을 거슬러 은총으로 나아가는 길
시몬 베유 지음, 한소희 엮음 / 구텐베르크 / 2026년 2월
평점 :
#도미닉북카페한줄 : 시몬 베유를 더 깊이 만날 수 있었던 시간, 놀라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최근 몇 달이 딱 이런 상태였다. 지금도 그 여운이 남아있지만 몇 달 동안 아무것도 손을 못 대고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그리고 #시몬베유 가 저자라는 것부터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던 책 #아무것도하고싶지않은날을위한철학 .
사상가, 앞서가는 혁명가로 알고 있었던 시몬 베유를 철학과 명상으로 만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였다.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그 원인을 있는 그대로 직면해야 하는 이유와 그 용기를 낼 수 있는 자각, 고통/불행이 어떻게 진리로 향하는 문이 될 수 있는지, 매일 반복하는 노동의 리듬, 의미상실의 이유와 소명을 깨닫는 길, 자기 비움을 통과해서 창조성으로 채워낼 수 있는 힘과 자유, 그리고 내가 끌어들이는 것들... 까지, 슬쩍 보면 자기계발 장르의 도서 같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을 들여다보며 시작하는 시몬 베유의 안내는 좀 더 사회과학적이고 심리적, 명상적 이였다. ‘은총’ 이라는 번역된 단어 때문에 종교적이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종교를 떠나 순수한 몰입과 깨달음, 나를 찾아가는 과정과 현실의 연결, 영적 건강, 영감 등으로 생각하면 될 듯싶다.
특히, 흔히 기분전환 하며 흘러가게 두려고 하기 쉬운 고통으로 받은 상처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하고, 자기 연민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에 대한 조언은 꼭 기억하고 싶다.
_고통을 겪으면서도 ‘나’라고 말하지 않는 것, 고통을 심리적인 상태가 아니라 물질적인 사실처럼 건조하게 바라보는 것. 오직 그럴 때만이 고통은 우리를 파괴하지 않고 투명하게 통과해 지나간다._p92
물론 고통은 극한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최근 겪었던 개인사를 투영해봤을 때도 이 조언이 옳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나’라는 중심축에서 벗어나 다른 쪽에 쏟으라고 하는 것도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은 물론, 공동체 까지... 인간이 갖춰야 하는 것들과 노력으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거창하지 않아서 설득력 있었고, 간결하고 투명한 저자의 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에 나에게 길이 되어 주었던 책이다. 만약 길을 잃은 것 같다면,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콤하지 않아서 더 도움된다.
_그것은 언제나 이유 없는 선물로 주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내면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그 작업 자체가 옳기 때문에, 진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해져야 한다._p204
_‘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에 빠졌을 때, 우리는 보통 자신을 쓸모없다고 느끼며 자책한다. 하지만 탈창조의 관점에서 보면, 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상태는 중요한 영적 사건의 시작일 수도 있다._p148